정치인은 현수막 특권까지 누리나
본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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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6. 21(수) 20:22 가+가-
요즘 거리를 지나다보면 각종 정치현수막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어떤 내용은 공감이 가고, 어떤 내용은 보고는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어떤 내용은 화가 치밀어오르고 불쾌해진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이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법 시행 이후 정당 현수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구청이나 시청에는 철거 민원이 쇄도하는 모양이다. 유권자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법 시행 전 3개월간 6,415건에서 시행 후 3개월간 1만4,197건으로 2.2배나 늘었다.
이처럼 정당 현수막이 장소에 상관없이 거리 곳곳에 게시될 수 있는 것은 정당 현수막에 대해 예외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옥외광고물법이 지난해 12월 개정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위해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광고물 등은 허가·신고(동법 제3조), 금지·제한(제4조) 적용을 배제하도록 했다. 선거철도 아닌데 전철역, 버스 정거장, 아파트 입구 등에 어김없이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이 내용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이면 좋은데 정치적으로 악을 쓰거나 비아냥대는 것이 대부분이다.
얼마전 환경부가 올 1~3월 정당 현수막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가 수거했다고 보고한 현수막을 집계했더니 무려 1300t이었다고 한다. 현수막 하나 평균 무게가 600g인 것을 감안하면 200만장이 넘는다. 2022년 대선 때 수거한 현수막 1100t보다 더 많다. 이런 현수막 제작비는 한 장당 10만원이 들어간다. 이 비용은 국고 보조금이나 정치 후원금으로 충당하니 세금 낭비도 엄청난 셈이다.
민원이 속출하자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정당별 현수막 개수를 읍·면·동 당 1개로 제한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였다. 정당 현수막은 민원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운전자 안전, 주민 생활환경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이 시급해보인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호의 단서를 개정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을 추가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현수막 표시 방법과 기간에 관해서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상향하고 표현을 명확하게 보완해야 한다. 현재 행안부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정당이 자신의 주장을 홍보하는 건 좋지만 질 낮은 구호들은 보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원색적인 표현들이 피로감과 함께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역효과도 내고 있다는걸 왜 모르는가.
특히 쟁점이 되는 정치사안이 발생하면 토론을 해야 마땅한데 현수막으로 싸움을 하는 행태는 시민에게 피로감을 준다. 저쪽 정당이 자극적인 공격을 하면 이쪽 정당도 그만 있을 수 없어 더 자극적인 공격을 되풀이하고 있다. 저쪽에서 화끈한 걸 내걸면 당원들이 ‘왜 우리는 가만있느냐’며 항의하기도 한단다. 뭔가 맞대응을 하지 않으면 무능력해 보여서 자극적인 공격이 계속된다.
사실 법 개정 전 정당 현수막은 관할 지자체 허가를 거쳐 지정 게시대에만 걸 수 있었지만, 법 개정으로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 동안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지금의 현수막 공해는 지난해 여야 간 합의의 산물이다. 지방자치단체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명의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재석 의원 227명 중 20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현수막 공해는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가을부터는 현수막 난립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전 현수막 금지 기간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조항이 지난해 7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8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정치 현수막이 거리에 더 많아질 것 같다.
법을 만들었더라도 국민이 불편하면 개정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그 방식과 규모가 국민 정신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과 부작용이 상당하다면 그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 여야는 현수막 공해를 줄이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재개정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상업적인 현수막을 걸면 바로 떼내면서 왜 정치인은 현수막 특권까지 누려야하나.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이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법 시행 이후 정당 현수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구청이나 시청에는 철거 민원이 쇄도하는 모양이다. 유권자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법 시행 전 3개월간 6,415건에서 시행 후 3개월간 1만4,197건으로 2.2배나 늘었다.
얼마전 환경부가 올 1~3월 정당 현수막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가 수거했다고 보고한 현수막을 집계했더니 무려 1300t이었다고 한다. 현수막 하나 평균 무게가 600g인 것을 감안하면 200만장이 넘는다. 2022년 대선 때 수거한 현수막 1100t보다 더 많다. 이런 현수막 제작비는 한 장당 10만원이 들어간다. 이 비용은 국고 보조금이나 정치 후원금으로 충당하니 세금 낭비도 엄청난 셈이다.
민원이 속출하자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정당별 현수막 개수를 읍·면·동 당 1개로 제한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였다. 정당 현수막은 민원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운전자 안전, 주민 생활환경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이 시급해보인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호의 단서를 개정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을 추가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현수막 표시 방법과 기간에 관해서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상향하고 표현을 명확하게 보완해야 한다. 현재 행안부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정당이 자신의 주장을 홍보하는 건 좋지만 질 낮은 구호들은 보는 이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원색적인 표현들이 피로감과 함께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역효과도 내고 있다는걸 왜 모르는가.
특히 쟁점이 되는 정치사안이 발생하면 토론을 해야 마땅한데 현수막으로 싸움을 하는 행태는 시민에게 피로감을 준다. 저쪽 정당이 자극적인 공격을 하면 이쪽 정당도 그만 있을 수 없어 더 자극적인 공격을 되풀이하고 있다. 저쪽에서 화끈한 걸 내걸면 당원들이 ‘왜 우리는 가만있느냐’며 항의하기도 한단다. 뭔가 맞대응을 하지 않으면 무능력해 보여서 자극적인 공격이 계속된다.
사실 법 개정 전 정당 현수막은 관할 지자체 허가를 거쳐 지정 게시대에만 걸 수 있었지만, 법 개정으로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광고물은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 동안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지금의 현수막 공해는 지난해 여야 간 합의의 산물이다. 지방자치단체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명의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재석 의원 227명 중 20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현수막 공해는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가을부터는 현수막 난립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전 현수막 금지 기간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조항이 지난해 7월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8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정치 현수막이 거리에 더 많아질 것 같다.
법을 만들었더라도 국민이 불편하면 개정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그 방식과 규모가 국민 정신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과 부작용이 상당하다면 그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 여야는 현수막 공해를 줄이기 위한 옥외광고물법 재개정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
국민이 상업적인 현수막을 걸면 바로 떼내면서 왜 정치인은 현수막 특권까지 누려야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