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파랑길 65코스
찔레꽃 향기에 취해 고흥반도를 걷다
2023. 05. 30(화) 19:25 가+가-

산줄기는 불가사리처럼 바다 쪽으로 뻗었다가 안쪽으로 들어오곤 한다. 말 그대로 리아스식 해안이다. 녹음으로 뒤덮인 해변 숲길은 한없이 싱그럽다. 숲은 종종 옷을 벗고 바다와 주변 섬들을 보여준다.

5월의 대지가 푸르다. 녹음이 짙어지면서 여름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녹색풍경을 바라보며 고흥으로 향한다. 녹색은 언제나 사람의 눈을 편하게 해준다. 남파랑길 65코스가 시작되는 고흥군 과역면 독대마을에 도착했다.

해변의 낮은 언덕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옥들이 예쁘고 정겹다. 마을은 고흥반도와 백일도 사이에 형성된 해협을 바라보고 있다.

독대마을회관 앞 느티나무들도 한결 짙어져 녹음을 이루고 있다.

마을 앞 바다는 물이 빠져 갯벌을 드러내고 있다. 갯벌을 드러낸 바다에서는 짱뚱어 무리들이 재롱을 부린다. 갯벌 건너 백일도는 고도가 1백 m도 안 되는 낮고 부드러운 산줄기가 섬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백일도는 해안선 길이 5㎞, 인구 200여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남파랑길은 화덕마을 골목길을 지나 농로로 이어진다. 낮은 야산 줄기 사이에 형성된 논은 모내기를 위해 논갈이를 마치고 물까지 가둬 무논을 이루고 있다. 종종 모내기를 마친 논도 눈에 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화덕마을 사람들은 농업과 어업을 겸한다.

논길을 지나자 임도가 기다리고 있다. 길가 곳곳에는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진한 향기를 전해준다. 나는 찔레꽃을 볼 때면 두메산골 고향산천이 그리워진다. 찔레꽃은 가요의 노랫말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노랫말 속 찔레꽃은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슬픈 향기로 묘사되기도 한다.

작은 고개를 넘으니 좁은 농경지가 나오고 농경지 아래로 갯벌이 자리했다. 산줄기는 불가사리처럼 바다 쪽으로 뻗었다가 안쪽으로 들어오곤 한다. 말 그대로 리아스식 해안이다. 녹음으로 뒤덮인 해변 숲길은 한없이 싱그럽다. 숲은 종종 옷을 벗고 바다와 주변 섬들을 보여준다. 독대마을에서 백일도를 연결하는 백일대교도 바라보인다.

숲길을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가에 핀 엉겅퀴가 산뜻한 미소를 보내고, 숲속에서는 새들이 상쾌하게 노래를 불러준다. 남파랑길은 숲길을 걷다가 해안가로 내려간다. 심포방파제 안쪽에 농경지가 자리하고, 농경지 뒤로 심포마을이 포근하게 둥지를 틀었다.

임도를 따라 낮은 언덕을 넘어서자 다시 들판이 나타나고, 들판 뒤로 고흥을 대표하는 산, 팔영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기자기한 바위봉우리로 이뤄진 팔영산은 산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능선에서 보는 다도해 풍경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팔영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능가사가 자리하고 있다.

들길을 따라 걷는데 자주색으로 핀 작약꽃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작약꽃은 여러해살이풀인데 화려한 색채와 큰 꽃봉오리가 넉넉해 함박꽃이라고도 부른다. 뿌리는 약용으로 쓰인다. 이만 때면 고흥군 점암면 해변 곳곳에서 작약꽃밭을 만날 수 있다.

자주색으로 핀 작약꽃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작약꽃은 여러해살이풀인데 화려한 색채와 큰 꽃봉오리가 넉넉해 함박꽃이라고도 부른다. 이만 때면 고흥군 점암면 해변 곳곳에서 작약꽃밭을 만날 수 있다.


물을 가둬놓은 무논에는 팔영산을 비롯해 주변의 산봉우리들이 그림자를 내려놓았다. 이곳에서 본 팔영산은 여덟 봉우리가 겹쳐져 하나의 봉우리처럼 보인다. 종종 보리와 밀을 심어놓은 논도 만난다. 수확을 앞둔 보리와 밀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산자락 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을 때는 찔레꽃이 그윽한 향기를 내뿜어준다.

예동마을회관 앞을 지나 여호항으로 가는 2차선 도로를 만난다. 잠시 도로를 걷고 나니 도로 아래에 여호제라는 조그마한 저수지가 나온다. 여호제 아래로 내려서니 네모반듯하게 경지정리 된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이 들판 북동쪽 끝에 우모도라는 섬이 있고, 이 섬과 여호항이 있는 여호리 사이에 방조제를 설치해 안쪽에 넓은 간척지가 만들어졌다. 길은 간척지 농로를 따라 걷다가 우모도 쪽으로 방향을 튼다.

남파랑길은 여호방조제를 따라 이어진다. 방조제 안쪽으로는 넓은 간척지 논이 자리하고, 바다 쪽에는 원주도가 가까운 거리에 떠있다.

방조제 옆 조류지에는 팔영산 여덟 봉우리가 그림자를 내려놓았다. 이곳 조류지의 팔영산 반영을 바라보니 여덟 봉우리 그림자라는 뜻을 가진 팔영산(八影山)이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팔영산 전경을 가장 아름답고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곳이 여호방조제가 아닐까 싶다. 조류지 주변 습지에는 갈대가 숲을 이뤘다.

조류지의 팔영산 반영을 바라보니 여덟 봉우리 그림자라는 뜻을 가진 팔영산(八影山)이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팔영산 전경을 가장 아름답고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곳이 여호방조제가 아닐까 싶다.


돌로 쌓은 방조제 축대에도 곳곳에 찔레꽃이 피어있다. 놀라운 생명력이다. 하얗게 핀 찔레꽃 너머로 바라본 섬들이 화사하다.

돌로 쌓은 방조제 축대에도 곳곳에 찔레꽃이 피어있다. 놀라운 생명력이다. 하얗게 핀 찔레꽃 너머로 바라본 섬들이 화사하다.


여호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원주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멀리 백일도와 하해도·길마도 같은 무인도들도 조망이 된다. 여호리와 교량으로 연결된 원주도는 현재 15가구가 살고 있다.

여호리에 도착하니 북서쪽 멀리 백일도와 주변 작은 섬들이 바라보인다. 마을 앞쪽 바다는 바닷물이 들어와 금방이라도 갯벌을 덮을 기세다.

여호리에서는 북서쪽 멀리 백일도와 주변 작은 섬들이 바라보인다. 마을 앞쪽 바다는 바닷물이 들어와 금방이라도 갯벌을 덮을 기세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면 여호방조제와 원주도 사이는 넓은 갯벌이 된다. 여호리 주변 갯벌과 바다에서는 숭어·짱뚱어·망둑어·전어·낙지·꼬막·바지락 등이 잡힌다.

여호리는 마을 뒷산인 남산에서 고도를 낮춘 산줄기가 목처럼 움푹 패인 부분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 여호리에는 조선시대 전라좌수영 산하 수군만호진인 여도진이 설치되어 종4품 수군만호가 주둔했다. 지금도 여도진성지가 남아있다.

낮은 언덕을 이룬 마을 골목길을 넘어가니 여호항이다. 여호항은 고흥반도 동쪽해안에서 가장 큰 항구다. 여호항은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들이 기상이 악화되면 대피항으로 이용된다. 그래서 여호항은 제법 큰 접안시설을 갖추고 있다.

항구를 둘러싸고 있는 여호리는 제법 큰 마을이다. 1백여 가구가 갯벌과 바다에 의지하고 주변 농토를 일구며 살아간다.

여호파출소 옆길을 따라 언덕 위로 올라가니 여호항과 여호마을 전경이 원주도와 함께 바라보인다. 북쪽 멀리 백일도와 주변 작은 섬들도 점점이 떠있는 모습도 예쁘게 다가온다. 동쪽으로 여자만이 잔잔하게 펼쳐지고, 그 뒤로 여수 화양반도가 길게 이어진다.

선박을 여호항으로 인도하는 흰색과 빨강색 등대가 반달을 닮은 묵섬을 앞에 두고 나란히 서 있다. 여자만 초입에 떠 있는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같은 섬들도 가까워졌다. 저 섬들 안쪽을 여자만이라 한다.

선박을 여호항으로 인도하는 흰색과 빨강색 등대가 반달을 닮은 묵섬을 앞에 두고 나란히 서 있다. 여자만 너머로 멀리 여수 화양반도가 하늘금을 긋고 있다.


남산 비탈로 난 임도를 따라 과역면소재지에서 여호항으로 가는 2차선 도로로 내려선다. 남파랑길 65코스 종점인 간천리까지는 아직도 8㎞나 남았지만 오늘 걸은 거리만 해도 16.7㎞에 달해 여기에서 걷기일정을 마무리한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65코스는 리아스식 해안을 이룬 고흥반도 북동쪽을 걷는 길로, 여수·화양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형성된 여자만을 바라보며 걷는 마지막 구간이다.
※코스 : 독대마을회관-화덕마을-심포방조제-예동마을회관-여호항-방내마을-신성마을-간천마을버스정류장
※거리, 소요시간 : 24.7㎞, 6시간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독대마을회관(전남 고흥군 과역면 과역로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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