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15)인권마을공동체 ‘마을발전소’
인권 기반 문제해결…마을 민주주의 실현 힘쓴다
크고 작은 분쟁 민주적으로 풀어가는 주민공동체
광주인권헌장 교육·활동 근간…마을활동가 양성
어린이·청소년 대상 온·오프라인 프로그램 다채
2023. 04. 18(화) 20:21 가+가-

인권마을공동체 ‘마을발전소’는 크고 작은 분쟁 민주적으로 풀어가는 비영리단체로 광주인권헌장 교육과 어린이·청소년 주제 온·오프라인 프로그램 등을 다채롭게 운영하면서 마을민주주의 실현에 힘쓰고 있다. <인권마을공동체 마을발전소 제공>

대규모 아파트단지, 고시·원룸촌, 골목 주택가 등 다양한 주거 형태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이웃 간 크고 작은 분쟁을 민주적으로 풀어나가는 주민공동체가 있다.

단체는 바로 비영리단체인 ‘마을발전소’로, 이들은 공동의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며 마을민주주의 실현에 힘쓴다.

또 지난 2021년부턴 어린이·청소년 인권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며 ‘인권마을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광주인권헌장 연구 활발

인권이 보장받는 마을을 위해 마을발전소는 광주인권헌장 연구모임을 추진하며 인권교육활동가 양성에 심혈을 기울인다.

인권도시의 기본이념과 실천사항이 담긴 광주인권헌장엔 지역 문화예술계, 학계, 종교계, NGO 단체, 법조계, 노동계, 경제계, 언론계, 인권 전문가, 인권 활동가 등 각계각층의 시민이 참여하며 광주가 가지고 있는 민주·인권·평화의 정신과 가치가 모든 시민들의 삶 속에 뿌리내려지길 바라는 염원이 담겼다.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고자 마을발전소는 마을교육공동체 용봉보물터와 함께 연구모임을 개최했다.

광주인권헌장을 분석하며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눈 참석자들은 역량강화 강연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며 인권교육활동가로 거듭났다.

이렇게 양성된 인권교육활동가들은 광주인권헌장을 담아낸 교육 커리큘럼과 교재를 개발해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찾아가는 인권교실’도 마을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마을은 지난해 7-8월 10차례에 걸쳐 어린이와 청소년 150여명을 대상으로 인권이란 무엇이고 왜 지켜져야 하는 지 설명하는 인권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에겐 수료증이 발급됐다. 향후 마을은 수료생과 연대해 더 큰 인권교육을 펼칠 계획이다.

또 광주인권헌장 커리큘럼이 반영된 인권교육을 더욱 널리 알리고자 용봉동 내 지역아동센터와 그룹홈, 작은도서관, 청소년 문화의 집 등과 접촉면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단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온라인 사업 확장

이러한 마을발전소의 사업이 항상 순탄했던 건 아니다. 특히 프로그램 특성상 오프라인 교육이 주를 이뤘지만, 코로나19는 이를 어렵게 했다.

이렇듯 모든 여건이 여의치 않았지만 활동가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이가 안되면 잇몸으로라도’라는 말처럼 대안을 찾아낸 것. 마을발전소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유튜브 채널 ‘발전소 TV’를 통해 인권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하며 활동 영역을 온라인까지 확장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마을발전소가 성금을 모아 힘을 보탠 북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5주년을 맞아 평화와 기억을 주제로 인권콘서트 ‘다시, 노란나비 날다!’를 개최했다.

콘서트에서 안정욱 그루터기 대표는 ‘찾아가는 소녀상 이모저모’라는 제목으로 평화비에 담긴 의미와 이야기를 들려주며 주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콘서트를 통해 주민들은 평화의 소녀상엔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고, 인권의 중요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조형물임을 알게 됐다.

또 용봉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하모니카 동아리 ‘빛여울’과 통기타팀 ‘좋은 친구들’이 선보인 공연도 큰 호응을 이끌어 내 교육과 문화 모두를 잡은 콘서트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도 마을발전소는 용봉동 및 지역환경운동가와 함께 ‘방구석기후인권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정기적으로 주제에 맞는 인권 콘서트를 통해 그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그 덕에 마을발전소 유튜브 중계방송의 질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콘텐츠 개발이 더해져 이젠 공식 온라인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용봉동 ‘주민자치박람회’ 최우수

마을발전소가 추진해 온 사업과 성과는 전국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전국 60개 우수사례단체가 참가한 제21회 주민자치박람회에서 최우수사례(용봉동)로 선정된 것. 당시 용봉동은 지역 공동체 모델 개발·운영과 5개년 마을계획의 체계적 추진 공로를 높게 평가받아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마을발전소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마을이 추진하고 있는 인권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이 인권을 놀이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또 북구를 중심으로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동 단위 마을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다.

그 첫 실현방안으로 타 지역 우수사례를 종합해 인접동에 전파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들이 광주인권마을회의를 통한 상호컨설팅에서 주민인권활동가 양성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처럼, 타 마을 역시 마을공동체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일하는 주민조직’으로 마을의제를 실행하며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마을발전소 구성원들은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현규 마을발전소 사무국장 “자신과 타인의 권리 배우며 ‘나다움’ 찾길”

“숨 막히는 경쟁사회 속에서 공부만을 위해 에너지를 소모해가는 아이들이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배우며 ‘나다움’을 찾고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랍니다.”

시민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마을 활동가로 지역의 버팀목을 자처하고 있는 장현규 마을발전소 사무국장은 미래세대의 주역인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남대학교 풍물패에서 활동했던 그는 ‘용봉골 정월대보름한마당’ 행사를 통해 마을공동체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던 중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했지만 이를 폄하하는 폭식투쟁 현장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두고 그는 ‘공동체 파괴’를 느꼈고 내가 발 딛고 있는 생활의 근거지인 마을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그는 마을발전소가 아직 이름이 없을 때부터 단체에 몸을 담고 사무국장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활동가로서 그의 활동이 늘 달갑게 받아들여졌던 건 아니다.

특히 처음 용봉동 주민들과 활동을 시작할 때는 ‘갑자기 튀어나온 젊은이가 뭘 안다고 마을 일을 하냐’라는 말을 들을까봐 괜히 먼저 주눅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한 덕에 마을활동가들은 용봉동 마을공동체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고, 주민들 역시 마을발전소의 역할과 공로를 치하하고 있다.

실제 마을발전소가 위치한 용봉동의 마을의제 실행률은 타 동에 비해 상당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국장은 마을발전소와 주민자치회, 마을활동가가 서로의 위상을 인정하고 역할설정을 통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일하는 주민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는 덕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주민조직이 동 단위 마을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는 광주시에 행정 차원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광주시에서 진행 중인 여러 마을공동체 사업과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주민자치회와 연계된 인권사업이 전면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사업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동 주민자치회의 온전한 운영이야말로 미래 대한민국 시대정신인 지방·주민자치의 핵심”이라며 “마을공동체와 유기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불신에서 기인한 불협화음을 예방하고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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