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벚꽃엔딩’
김종민 논설실장
2023. 03. 16(목) 19:32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제 스스로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도 지났다. 봄꽃은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맥을 못추는가 보다. 대학가는 코로나 3년만에 마스크를 벗고 대면수업으로 전환했다. 활기가 넘친다. 캠퍼스에도 새 봄이 왔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합계출산율이 0.78명(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2017년 1.05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내려앉은 뒤 하염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5년 연속 0명대 기록, 사상 최초 0.7명대 진입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꼴찌다. 광주는 0.84명, 전남도 0.97명으로 1명대가 무너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1명을 낳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보고다.

전국 출생아는 24만9천명으로, 전년보다 4.4% 1만1천500명 줄었다. 2012년 48만명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반토막 났다. 처음으로 25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가파른 ‘초(超)저출산’이다. 정부가 매년 수십조원의 천문학적 예산(2006-2021년 280조원)을 쏟아부으며 갖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허사다. 돈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쉬운 숙제가 아닌 것이다.

인구 절벽은 교육의 위기로 직결된다. 학령 자원 감소에 따른 것으로 휴원 등으로 하나둘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사라지고 있으며, 그 속도가 붙었다. ‘상아탑’ 대학의 존립도 장담할 수 밖에 없다. 수도권 집중 현상까지 심화돼 지방의 사정은 절박하다. 이미 징후가 뚜렷하다. 벚꽃피는 순서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남부부터 ‘벚꽃엔딩’ 을 맞았다.

올해 입시에서 수시에 정시, 추가에 추가, 또 추가 모집까지 사력을 다했어도 역부족이었다. 광주·전남 18개 대학에서는 3천명 이상 미달됐다. 2024학년도 대입 인구는 37만명으로 추산, 5만명 감소할 전망이어서 규모가 더욱 커지게 됐다. 신입생 정원 미달이 계속되면 재정이 부실해지고, 이는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며, 학생들 외면이라는 악순환에 빠진다. 대학이 망하면 지역경제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지방 소멸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하겠다. 해서 광주시와 전남도는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고민이 깊다.

대한민국의 힘은 자식에 대한 사랑 만큼이나 높은 교육열이다. 일제의 강제 수탈과 6·25 한국전쟁의 페허 속에서 개발도상국의 모범으로, 또 선진국의 반열에 당당히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런데 ‘백년대계 (百年大計)’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으니, 나라가 휘청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준이라고 했다. 진짜 그렇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불황이 겹쳐 경제적 부담은 짓누르고, 치솟는 전·월세에 주거난으로 고통받는다. 자기 한 몸 돌보는 것조차 힘겹다. 흔히 ‘3포세대’라 지칭한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생각할 겨를이 없어 포기했다는 데서다. 더 나아가 ‘N포세대’다. 집과 경력을 포함해 ‘5포세대’, 희망·취미와 인간관계까지 ‘7포세대’, 신체적 건강과 외모를 합해 ‘9포세대’라 일컫는다.

잔인한 현실 속에 국가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전통적 가족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란 섬뜩한 경고가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금성 위주로 실효성 낮은 근시안적 지원이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의 제언대로 양질의 고용 창출과 성 평등 환경 구축, 안정적 주거 제공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한 마디로 청년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효용이 높은 정책 수립을 고심해야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중략)//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군요 좋아요.’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들리는 그룹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가사 일부다.

봄은 설레고 아름답다. 밝고 따뜻한 햇살 가득하다. 수많은 생명이 길고 긴 겨울에서 깨 해방을 구가하고 있다. ‘벚꽃엔딩’이 슬프게 변주(곡의 주제가 변형)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튼,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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