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정학(技政學)시대다. 기술 중심으로 지역 글로벌 연결과 협력이 필요한 시대다.

지정학(地政學)시대는 지리적 위치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기술 중심의 시대엔 상황이 다르다. 영토가 작아도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우리 대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증명했다. 기술 중심 경제로 이미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정보통신 반도체 배터리 문화 강국 한국은 우리의 입지를 버티게 해 주고 있다. 광주도 우수한 기술이 있다면 세계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정학 시대의 대세는 여전히 미·중 기술패권전쟁이다. 기술패권을 쥐려는 반도체전쟁, 특허권분쟁, 보안갈등 등은 날로 심화되고 점차 보호무역 경제봉쇄 심지어 군사적 갈등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은 경쟁과 전쟁이라는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의 기회를 약화시키고 있다. 인간중심의 포용적 기술 중심 세계는 아직 멀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는 달라야 한다. 우리는 경쟁 갈등 중심의 기술시대가 아닌 연결과 협력의 기술중심 시대를 열어야 한다. 시장은 반드시 경쟁이 있고 경쟁은 혁신을 촉진하는 기능도 있지만 시장을 좁게 보지 않고 넓게 보면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하고 연결된 융합기술은 더 큰 경쟁력을 가져온다.

패권중심 질서는 파괴와 양극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연결협력의 질서는 상생통합을 가져올 수 있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이롭고 인간답게 기여하는 포용적 연결협력 기술혁신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민선 8기 광주시는 전남도와 반도체특화단지 등 공동협력을 하고 있고, 대구시와 반도체 고속철 등 지역동맹을 하고 있다.

이런 상생협력이 더 넓어지고 더 긴밀해져야 한다. 필자는 그 중 경기도와 광주시 간 기술 문화 등 전방위적 협력을 제안한다.

경기도 동탄 판교 화성 용인 등 첨단산업 신도시들은 광주송정역에서 KTX로 1시간30분 영향권들이다. 광주·전남이 앞장서거나 거점이 된 광기술 인공지능 에너지 문화컨텐츠 의료 스마트농수산 기술 등과 경기권 첨단산업간 협력은 지리적 기술적으로 멀지 않다. 만일 양 지자체와 기업 대학 테크노파크와 연구기관들간에 협업 채널이 만들어지고 상호편의를 제공하게 된다면 균형과 발전 두 성과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기도는 인구집중 등의 문제를 균형적 차원에서 완화하고 기술협력을 통해 경기권 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광주시도 청년인구유출을 막고 투자와 기업유치, 기업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경기권 벤처기업 경영 기술 인력이 광주에 오고, 광주인력도 경기신도시서 일하다 퇴근도 할 수 있는데 월급 절반을 주택비에 털어 놓고 살기도 팍팍한 곳에 갈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대신 청년들이 즐겁게 일하는 인프라는 광주에서 만들어 줘야겠다.

경기도가 도와 안양시에 광주가 본부인 한국광기술원의 경기광융합기술센터를 만들어 확장현실(XR) 산업육성에 맞손을 잡은 것은 좋은 사례다.

바로 이런 것이 포용적 기술중심 상생협력이다. 작게는 광주와 전남의 협력 사업이 활발해야 한다. 말로만 그치는 협력이 너무 많다. 영남·충청·제주·강원권 등과의 광역협력사업도 서로의 특화된 기술을 결합해 추진할만한 사업이 많다. 좁은 시야로 국비나 서로 따려는 지역경쟁 사고로는 공멸이다. 지역 기술기업을 키우는 전국테크노파크도 이제 그런 지역간 협력 사업을 크게 확장해 나가려 한다.

넓게는 세계를 향한 기술과 상품의 연결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글로벌 인센티브를 강화시켜야 한다. 광주시의 이번 CES참가와 실리콘밸리 진출도 그런 통찰력을 준 것이다.

과학기술은 이미 초연결시대다. 동의만 하면 무한한 네트워크의 협력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도 기정학시대의 사고와 행동,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