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 생의 아티스트 / 최명숙
2023. 01. 05(목) 19:21 가+가-

최명숙 광주현대병원장

2023년을 시작하는 날, 구름과 하늘을 구분하기 힘든 아련한 햇살 속에서 잠시 무등이 보인다. 그렇게 기분 좋게 상쾌한 하루를 맞이한다. 오전에 떡국을 먹고 차분히 영화를 튼다. 최근 어느 강의에서 정제천 신부님이 소개한 개신교 영화다. 영화 ‘바베트의 만찬’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잘 알려진, 자전적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 이자크 디네센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8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좋은 영화다. 차갑지만 따뜻한 햇살이 있어 시원하게 느껴지는 베란다에서, 보기에 딱 정신 차리게 하는 담담한 영화가 마지막에는 깊은 감동까지 준다. 새해 첫날부터 맑은 기운이 가슴속 깊이 들어온다.


이 영화는 덴마크에 있는 유틀란트반도의 외딴 곳에 프랑스인 요리사,바베트가 정치적 망명을 하면서 겪는 내용이다. 이 조용하고 외딴 마을에는 개신교 목사님과 아름다운 두 딸이 마을 신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예쁜 두 딸을 보기 위해 마을 청년들은 교회에 왔지만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첫째 딸은 외지에서 온 장교로 인해 새로운 삶을 알게 되지만 결국 그는 도시로 떠나 왕가의 사위가 되고 만다. 둘째 딸에겐 도시의 유명한 성악가가 시골에 휴양차 왔다가 다가온다. 자신의 한계점에서 우울감을 떨쳐내기 위해 시골에 온 성악가는 둘째 딸의 훌륭한 노래에 반해 그녀를 교육시키고 도회지로 같이 떠나기를 요청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유혹을 마다하고 시골에서 하느님과 고요한 삶을 선택한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두 자매가 목회하며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바베트가 나타난다. 프랑스에서 가족을 잃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그녀는 가정부를 청하여 두 자매와 살게 된다. 이후 14년 동안 덴마크 말과 요리를 배워 주위의 노인들과 두 자매를 섬기다가 1만 프랑의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잡는다. 바베트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목사님 탄생 100주년 저녁만찬을 프랑스 요리로 대접한다. 12인을 위한 식사는 예수님의 만찬을 떠오르게 한다. 만찬 전의 마을 사람들은 서로 헐뜯고 심지어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바베트의 만찬을 먹는 동안 그들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며 미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미사는 예수님을 기억하고 서로 사랑하라는 그의 말씀을 기억하는 일이다. 마을사람들이 만찬을 즐기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다시 사랑하게 되는 것이 곧 우리가 예수님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기적이자 신비이다.


두 번째는 식사에 초대받은 장군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젊은 날, 기로에 있었을 때 선택한 세상적인 성공과 이 마을에서의 단순하지만 깊고 평화로운 삶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인간에게 어떤 운명적인 삶이, 혹은 선택이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해 장군 스스로에게 묻는 장면이다.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는 생각과 선택을 하게 된다. 어떤 선택과 어떤 길이든 간에 혹은 바베트처럼 스스로의 선택과 전혀 다른 길로 가든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하거나, 상황에 따라 선택 당한 일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놓여진 삶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베트는 파리에서 유명한, 실력있는 요리사였다. 그런 그가 시골의 가정부가 되어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순종하고 사람들을 섬긴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가 가진 유일한 돈 복권당첨금 1만 프랑으로 요리재료를 사서 그들을 위한 만찬에 모두 써버린다. 전부를 다주어서 그들을 위한 만찬의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예수도 우리에게 모두 다 주었다. 그리고 가난함을 함께 했다. 많은 생각을 하며 토비아스의 우물물을 마시며 기쁘게 성체를 받았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자기 생의 아티스트이다. 행복은 어디에나 떠다닌다. 내가 찾고 보고 느끼고 그리고 함께 나누는 삶이 예술이고 작은 예수의 삶이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이마를 짚어주시는 그분을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니. 우리가 서로 사랑함이 마땅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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