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구원 지역현안 제언]약이냐 독이냐, 데이터해석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 김광욱
2022. 12. 27(화) 19:28 가+가-

김광욱 지역정보조사센터장

광주의 문화기반시설은 전국 어느 정도 수준일까?

가끔씩 지인에게 물어보곤 한다. 심심치 않게 하위수준으로 답을 하는 사례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

먼저 맞는 말의 근거부터 살펴보자. 몇 개월 전에 언론에서 “광주의 문화인프라가 전국 최저 수준”이라며 근거로 삼은 것 중 하나가 국책연구원의 한 보고서다. 국·공립 도서관과 박물관의 수가 전국 평균 대비 각각 35%, 2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은 다음 지점이다. ‘광주 문화인프라가 전국 최저 수준’.

앞서 근거로 들었던 보고서에서도 “문화기반시설의 지역 간 양적 격차는 미미”라고 첫머리에 적시했다. 전국 평균대비 20-30% 수준인데 미미한 격차라니 어리둥절할 만한 내용이다.

우선 문화기반시설의 특성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문화기반시설은 행정시설과 성격이 다르다. 서울시에 시청이 1개 있으면 광주시에도 시청이 1개 있어야 하는 것이 행정시설의 특성이다. 인구가 1천만인 도시도, 150만인 도시도 광역자치단체라면 동일하게 한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기반시설은 다르다. 2021년을 기준으로 서울에 424개의 문화기반시설이 있는데 광주에 그렇게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2021년 기준 광주 문화기반시설이 66개인데 400개로 늘린다면 운영관리 예산은 광주시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광주의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수를 고려해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다.

문예회관을 예로 들어보자. 광주의 7개를 서울과 같은 25개를 만든다면, 건물만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문예회관을 원활히 운영하려면 공연을 지금의 3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광주시향을 비롯한 상주단체들은 3배 이상의 공연을 해야 하거나 현재 상주단체들을 제외하고 추가로 각각 2개 이상 창단해야 현행 공연장 가동률을 맞출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프로그램이나 기획공연으로 채워야 하는데 이 역시 우리 지역에서 공급하기 어려운 수치이고 다른 지역 공연단과 프로그램을 섭외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질 좋은 문화예술을 얼마나 많은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느냐이지 문화기반시설수의 양적 지표가 아니다. 그래서 문화기반시설수의 적정여부를 검토할 때 ‘인구 백만명당 문화기반시설수’로 비교한다. 앞서 국책연구원의 보고서도 이를 근거로 ‘양적 격차는 미미’하다고 한 것이다. 문체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보면 2021년 기준 광주시의 인구 백만명당 문화기반시설수는 45.8개로 특·광역시 중 2위를 차지한다. 1위는 세종시로 56.5개인데, 도시 특성을 생각하면 광주시가 세종시를 뛰어넘어야 할 당위성은 찾기 어렵다.

어떤 이는 2014년도에 비해 광주의 문화기반시설이 22%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며 같은 기간 46% 증가한 부산, 34% 증가한 인천, 31% 증가한 대구 등과 비교를 하기도 한다. 이 역시 의미는 없다. 인구 백만 명 당 문화기반시설 수로 보면 부산(33.7개), 대구(35.2개), 인천(37.3개) 등이 광주(45.8개)보다 여전히 낮다. 우리가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이라면 광주보다 이들 도시에 우선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전국 최저’를 언급하는 것은 논의하는 시간조차 아깝고 그 자체가 소모적이다. 논쟁이야 차치하더라도 진정 우려되는 점은 다음이다. 이러한 주장을 접하는 광주시민들이 지역이미지를 스스로 ‘낙후’와 ‘소외’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객관적 분석을 통해 낙후되고 소외된 결과로 나왔다면 쓰디쓴 약이라 받아들이고 분발해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 분석과 거리가 있는 무의미한 수치로만 우리 지역이 뒤쳐져 있다거나, 관용어구처럼 ‘낙후’와 ‘소외’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 지역을 스스로 폄훼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데이터는 산출된 결과물이다. 약으로 사용할지, 독으로 사용할지는 오로지 우리 자신의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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