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리가 없나 보네요. 기다려 보다가 집으로 가야 하나 걱정입니다.”

7일 오전 5시50분께 광주 서구 소재의 A 근로자 대기소.

동이 트지 않아 아직 거리엔 짙은 어둠이 깔려있는 시간이었지만 인력사무소엔 일거리를 찾기 위한 구직자들이 하나 둘씩 들어왔다.

코로나19, 강추위, 건설현장 셧다운 등 다양한 이유로 일감을 찾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이유로 중년의 구직자들은 마스크의 두건 등으로 중무장한 채 사무소 의자에 앉아 자신들의 이름이 호명되길 간절히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들은 드물었다.

아파트 건설현장 같은 곳에서 젊은 사람들을 선호하다 보니 중년 구직자가 갈 곳은 소규모 개인 사업체 정돈데, 최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인해 일자리가 많이 줄어서다.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근로자들이 일감을 찾기란 그야말로 운에 달렸다.

실제 이날 미장일을 하는 50대는 인력소에 들어와 커피 한 잔을 마시자마자 일이 잡혀 현장으로 향했다.

이를 본 일반 중년 구직자들은 부러운 시선 보내는 한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다 인근 인력사무소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남성 6명이 근처 아파트 현장으로 가자 이곳 중년 구직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A 대기소 소장은 “딱 잘라 이렇다 말하긴 어렵지만 겨울엔 주로 12월25일 정도 되면 일자리가 많이 사라지는데, 요즘은 지난달부터 일이 많이 줄었다”며 “그래도 간간히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인원들을 보내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감을 받지 못한 구직자들은 배정이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 인력사무소를 들락거리거나 전화를 걸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광주 동구의 B 인력사무소 앞에서도 4-5명의 중년 구직자들이 땔감불에 몸을 녹이며 일감을 기다렸지만 소득은 없었다.

B 인력사무소 소장이 “오늘 일감 없으니 돌아가세요”라는 말에도 구직자들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으로 인력사무소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어제와 오늘 모두 공쳤다는 C씨는 “처음엔 일이 없어 허탕치고 나갈 땐 많이 속상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인력 일은 대부분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일이 없어서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고 한탄했다.

D씨도 “한 달 동안 평일에 일을 다 해도 20일이 한계인데 최근엔 대부분 10일도 못한 것 같다”며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와 바로 일하러 나갈 때 가장 보람을 느껴, 할 수만 있다면 일을 실컷 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안태호·주성학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