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마을을 가꿔가는 공동체가 있어 화제다.

올해로 4년차를 맞은 신가마을공동체는 자원봉사캠프를 필두로 주민과 함께하는 인권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 연대의식 함양에 앞장서고 있다.

나와 타인의 가치를 수용하고 주민 간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데서부터 시작된 신가마을공동체는 모두에게 존재하는 ‘인권’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간다.

인권은 민주주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지향해야 하는 것으로 시민의 권리 의식과 공동체성이 전제됐을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하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일반 성인과는 달리 어린이,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은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신가마을공동체는 이렇듯 마을 내 소외된 이들부터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 등 예술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인권 선언이 담긴 푯말을 들고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인권에 대해 알리기도 한다.

꾸준한 인권교육을 통해 참여 주민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했고, 마을자치·교육자치의 대표적인 모델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예술학당 운영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인권우산 만들기, 우리동네 문화유산 탐방, 매주 진행하는 아이돌봄 마을틈새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 존중 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마을 구성원 인권 선언문 만들기

신가마을 공동체는 작은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으로 올해 마을 인권을 보호하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리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주민 모두가 함께 참여해야만 온전한 마을이 완성된다는 내용이 담긴 인권 선언문 활동이다.

신가마을 주민들에게 인권선언은 그들의 행동을 이끄는 말임과 동시에 사랑과 나눔을 서로에게 각인시키는 지표로 작용했다. 이들은 모두가 신가동 마을공동체를 이루는 소중한 구성원들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 각자 처한 환경의 차이를 넘어 서로를 이해해주는 따뜻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자 다양한 목소리들이 모여 선언문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함께 쓴 인권 선언문은 우리 주변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인, 청소년, 어린이, 장애인의 목소리를 담았다.

우리 모두에게는 배울 권리가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배움의 현장에서 배제될 수는 없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노인들은 마을 공동체와 함께 할 권리가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개성 있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 어떤 색깔의 옷이든 입을 수 있고, 어떤 모양으로든 머리 스타일을 바꿀 수도 있다. 힘들 때면 고민을 이야기하며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주위 어른들이 필요하다. 내게 맞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내 발휘할 권리 또한 있다.

학교로 학원으로 빈 시간 없이 온종일 배우러만 다니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싫증날 법한 일이다.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할 권리,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 권리가 필요하다. 잘하지 않아도 되고, 말하고 싶지 않을 때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평범한 개인으로 대접 받을 권리가 있는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별다를 것 없는 주민 한 사람일 뿐이다. 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 또한 많다. 그들에게는 도움을 청하거나 거절할 권리가 있다.

신가동 주민들은 이번 인권 선포식을 통해 나 자신을 포함해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고 주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됐다.


◇주민과 꾸며가는 인권 전시의 장

신가마을공동체는 주민과 함께하는 인권이야기를 통해 실천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지속 가능한 곳에서 살아갈 권리를 찾기 위해 주민들에게 삶의 활력소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마을공동체는 인권과 함께하는 문화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행사는 ‘신가 마을을 잇다’라는 주제로 2020년 11월13일 신가어린이공원 일대에서 신가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행사는 인권선언을 선포하기 위한 길놀이로 막을 올렸다. 이어 기후대응 시민활동의 일환인 ‘자동차 없는 신가마을 만들기 캠페인’ 등을 벌이며 자전거를 타는 주민들의 인권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인권 2행시 쓰기’에는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으며, 그동안의 활동 내용들을 배너로 만들어 작성하기도 했다.

행사에서는 노인, 청소년, 아동, 장애인들이 대표로 한 명씩 나와 인권 선언문을 낭독했다. 주민 모두가 마을의 주체로 참여해 마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능동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다짐했다.

비록 코로나19 장기화로 공동체 모임 등에 제약이 따랐으나, 꾸준한 인권교육과 더불어 지역아동센터와의 협동 사업으로 5년째 인권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신가마을공동체 관계자는 “인권마을공동체는 마을의 모든 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훈훈한 이야기들로 꾸며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는 언제든 편히 찾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해가겠다”고 말했다.

신가마을공동체가 진행하는 노인, 청소년, 아동, 장애인의 인권선언문 낭독 활동(위)과 ‘문턱없는 마을밥상’ 활동 모습.

박은화 신가마을공동체 대표

[인터뷰]박은화 신가마을공동체 대표 “나눔·배려 실천 인권마을 만들고파”

“일상 속 인권은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주민이 주체가 돼 폭넓은 마을 활동을 실천해나가는 것에서부터 인권은 시작됩니다.”

박은화 신가마을공동체 대표는 “마을 속에서 오랜 시간 지내오면서 소외된 계층들의 인권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은 일반 성인들에 비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가라는 고민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이렇게 시작된 활동이 신가마을공동체의 인권 사업이다. 인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며 “주민들과 함께하는 인권 이야기를 통해 지역에 대한 자긍심 고취는 물론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수용하고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을 속에서 인권을 실천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며 “특히, 아이들에게는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 등 모두가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이자 곧 인권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인권 활동이 처음에는 생소하고 재미없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활동을 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함께 보람을 느낀다”며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학교에서 막연하게 배우는 인권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활동하며 깨우치는 것들이 기억에도 더 오래 남는다”고 귀띔했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서로 나누고 함께 하려는 분들이 곁에 있어줬기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가마을공동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주민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서로를 아끼고 배려해준 덕분이다”며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내 마을활동에 매진하는 자원봉사캠프 선생님들을 비롯해 인권 활동에 발벗고 나서는 주민 분들이 계셨기에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생활 속에서 인권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리는 것과 내가 조금 더 손해 본다 생각하더라도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기에 신가마을공동체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서로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는 신가마을공동체가 주민들의 고민 상담소이자 언제라도 편히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권리를 찾아가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주민 모두가 행복한 동네를 만들어가겠다”고 환히 미소를 지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