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구원 지역현안 제언]과감한 예타 개혁은 국토균형발전 회복의 전제 조건 / 오병기
2022. 10. 18(화) 19:34 가+가-

오병기 선임연구위원

지난달 13일, 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이하 예타)에 대한 개편 요구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엄격한 예타제도 운영을 위해 예타 면제조건 구체화 및 엄격한 적용, 신속예타절차 도입, SOC 및 R&D사업 예타 대상사업 기준금액 상향 조정, 지역낙후도 개선효과 평가항목 신설 등을 주요 개편 내용으로 제시한 것이다.

예타 제도 개선에 대한 비수도권 목소리는 계속 커져가고 있는바, 이에 대해 일부라도 반영한 정부의 개편 방안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발표였다. 예를 들어 SOC와 R&D사업 예타 대상 기준금액을 기존의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지역균형발전 분석 시 현재는 지역낙후도지수와 그 순위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당 사업 추진에 따라 낙후도가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를 평가하여 반영하겠다는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데, 비수도권에 가장 필요한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하고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것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2019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역별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전국 자치단체는 다양한 SOC 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사업을 예타 면제 사업으로 제시했고, 정부가 이를 검토해 최종적으로 예타를 거치지 않고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광주는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사업, 전남은 수산식품수출단지와 서남해안 관광도로, 경전선 전철화 등의 사업을 선택한 바 있다. 당시 전국적으로 24조원이라는 금액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비수도권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지만 이 프로젝트는 일회성으로 그쳤고,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 면제를 확대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예타 통과 및 면제사업 예산의 61.5%가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되었다. 지난 21년간 예타 통과 및 면제 사업비 247조원 중에서 서울 35조원, 경기 49조원 등 수도권에 35%의 사업비가 배분되었고, 영남권에는 65조원(26.5%)이 배분되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호남권은 36조원, 전국 대비 14.7%만 배분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예타 통과 및 면제사업이 이른바 경부축에 집중되었음에도, 이를 시정할 혁신적 개혁보다 당장의 국가 예산 절감을 목표로 예타 면제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수도권으로의 초집중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사람과 자금이 없어 경제가 쇠퇴하고 인구가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 국가가 강력한 권한으로 비수도권에 집중적 국가 예산을 투입해야 어느 정도라도 국토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데도, 타당성 검토라는 명목하에 국가재정 투입을 머뭇거린다면, 비수도권은 물론 수도권도 공멸할 것이다.

현재 비수도권은 우리나라 농림수산업과 제조업 생산을 책임지고 있지만, 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고령화 때문에 경제생태계가 급속하게 붕괴되고 있다. 생산이 붕괴되면 소비가 뒤따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비수도권의 생산중심경제 쇠락은 곧 수도권 소비중심경제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서울 지역에 폐교가 등장한 것이 그 증거이며, 국가 전체의 인구정점이 2020년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방의 인구소멸이 곧 대한민국 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최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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