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연구원 지역현안 제언]풍요의 역설 / 조창완
2022. 10. 12(수) 20:13 가+가-

조창완 연구본부장

10월은 풍요의 계절이자 수확의 계절이다. 전 세계적으로 빈번해지고 있는 가뭄·폭우·태풍·고온 등 기상이변 하에서 올해도 대풍을 맞이했으나, 이를 바라보는 농업인과 농업계는 불편하기만 하다. 쌀값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쌀 문제의 본질은 수급의 불균형에 있다. 쌀 소비량은 1979년 135.6kg을 정점으로 2021년에는 56.9kg 수준에 불과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56g(56.9kg/365일)으로 밥 한 공기를 100g으로 볼 때 한 공기 반만 먹는 셈이다. 쌀 공급은 어떠한가? 최근 10년간(2012-2021)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은 849천ha(2012)에서 732천ha(2021)로 117천ha 감소했다. 조곡 기준 생산량도 동기간 541만톤에서 521만톤으로 4천톤이 감소했다. 공급량 감소폭이 미미한데 반해 쌀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지 쌀값은 2021년 21만4천138원(80kg)에서 금년 9월 16만4천740원으로 지난해 대비 24.1%나 폭락했다.

쌀 과잉생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농가가 벼농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논에 벼를 대체해 재배할 수 있는 마땅한 작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UR(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우리나라 농수산물 시장은 쌀을 포함해 대부분이 개방됐다. 수입농산물이 국산 가격에 비해 턱없이 낮아 농가들은 이들 작물 경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원예, 과수 등도 이미 시장이 포화되어 생산량이 조금만 증가해도 가격 폭락으로 풍년이 들수록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농가의 고령화, 농업인력 부족, 고령농에 대한 복지정책의 미흡 등도 농가들이 쌀 농업에 집착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날 정부는 변동직불금 제도를 운영해 쌀 수급안정과 생산농가의 소득안정을 지원하였으나, 이 제도는 2019년산 쌀을 끝으로 폐지됐다. 2020년부터는 공익직불제로 개편됨에 따라 쌀 생산농가는 수확기 산지쌀값이 무너지면 경영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올해 쌀 초과 공급분 37만톤을 매입했고, 그래도 쌀값 하락이 지속되자 지난해산과 올해산을 합쳐 쌀 45만톤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정치권에서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을 상정해두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단기적으로 쌀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나, 근본적 해법은 될 수 없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단기적으로 적정재고량을 제외한 쌀을 개도국 또는 대북 원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상황이나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할 필요가 있다. 재고미 비축에 쓰이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고 이를 타 용도로 활용하면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정부 때 활용된 논 타작물재배 기반사업과 농지범용화 사업을 전국단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논 등을 정비해 논에서도 밭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생산기반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논에 밭작물 등 타작물을 재배하다가도 식량 문제가 발생할 경우 논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쌀 소비확대를 위해 가공용 쌀 보급(분질미)을 확대하며,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고품질 품종을 확대·보급해 쌀 소비 촉진을 유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근본적으로는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하면서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장기적 측면에서 농업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논 면적 감소 등 농업구조의 큰 변화가 없는 한 쌀 소비량 감소에 따른 수급불균형은 향후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쌀 수급 문제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상황은 농가를 위한 것도 소비자를 위한 것도 아니다. 또한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쌀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정치권, 농업계의 솔로몬적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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