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풍년이 들었다. 생산비와 인건비까지 올랐어도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쌀값만 나홀로 급락하고 있다. 정부가 수확기(10-12월) 쌀 45만t을 시장격리하기로 했다. 신속하게 마련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하는데, 안정권으로 회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작년 10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9월15일 기준 20kg당 4만725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9%나 폭락했다. 1977년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에 농식품부는 당정 협의를 통해 2022년산 작황과 신곡 수요량, 민간의 과잉 재고, 수확기 쌀값 안정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45만t을 격리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과 생산이 예상되는 25만t에 20만t을 더 추가한 양으로 2021년산 구곡도 10만t 정도 포함한다. 별개로 작년보다 10만t 늘어난 공공비축미 45만t을 합하면 올해 수확기에는 총 90만t이 격리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2005년 공공비축제도 도입 후 최대 물량이다.

90만t은 2022년 예상 생산량의 23.3%에 달하며, 수확기에 시장에서 격리(공공비축+시장격리)되는 비율도 과거 8.3-18.1%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전략작물 직불제를 도입해 가루쌀·콩·밀·조사료 등의 재배를 확대하고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해 수급 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라는 농정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 나갈 계획이다. 당정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쌀 공급과잉 심화, 재정 부담 가중, 미래 농업 발전 저해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가장 빠른 시기에 확정해 발표한 이번 시장격리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수확기 이후 지속해서 떨어진 쌀값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랙터로 논을 갈아엎는 등 농민들의 강한 반발이 수그러들까 주목되는 것이다. 소비량을 웃도는 ‘남는 쌀’을 사들이는 특단책이라 했다. ‘더 빠르고 더 많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임시방편, 미봉책이라고 주장한다. 농민들은 최저가 낙찰제 매입 철회·수입쌀 완전 격리 등 추가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폭락 사태에 대해 정부가 과연 올바른 판단을 했는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