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은 왜 생길까?
노정균 비엔날레 병원장
2022. 08. 23(화) 20:41 가+가-

노정균 비엔날레 병원장

예전에 한 노인요양병원이 암병동을 증설해 운영하는 암병동에서 전담의사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병원 측에서는 암 병동 시설 개조공사와 기타 준비로 인해 예상한 날짜보다 훨씬 더 오픈 일이 미뤄지고 있었다. 병원 이사장은 조급한 마음에 환자를 하루라도 빨리 들이고 싶어했다. 그러던 중에 젊은 유방암 환자의 입원 문의가 오자 우리는 앞뒤 가리지 않고 그 환자를 받겠노라고 입원을 수락했다. 사실 병원은 시설이나 인력 등 제반 사항이 아직은 환자를 받기에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입원을 수락한 유방암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뿔사. 침상 의존의 완전 와상 환자였고 눈만 퀭하니 전신의 피골이 상접한 흡사 미이라 같은 상태였다. 환자는 40대 초중반의 미스였는데, 눈만 껌벅 껌벅거리면서 주치의인 필자를 쳐다보며 세상을 원망하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 환우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정말 암담했다.

하지만 이미 보호자는 환자를 모시기 전에 필자와 먼저 만나서 이러저러한 얘기를 많이 나눈 상태였다. 당시만 해도 그 보호자는 환자의 상태가 이 정도라고 까지는 얘기하지 않았었다. 그 보호자가 살짝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그 보호자는 부모도, 친인척도 아니었다. 그 여성 환우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었던 기체조의 전문가였다. 그 환우 가족에게는 이 분이 사범이고 관장이었고 정신적인 지주였다. 그래서 그 선생님의 말씀이면 그냥 무조건 따르는 입장이었다. 그 선생님이 필자와 먼저 만나서 그 환우를 이 병원으로 입원시키기로 마음을 먹었고 가족에게 전달이 됐기 때문에 그러한 말기 암 환우가 아직 준비가 덜 된 우리 병원으로 오게 됐던 것이었다. 솔직히 간병이 필요한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야 될 정도의 상태였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필자는 나름 최선을 다하며 그 환우와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참으로 힘들었다. 말도 거의 안하고 눈만 껌벅껌벅 거리다가 고개를 돌려버리기 일쑤였다. 이러저러한 질문에 답변도 없었다. 싫다는 표현도 거의 없었고 고개를 돌리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유일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근무를 하던 때다. 그래서 정규 회진 시간 이외에도 새벽 일찍 운동을 나가며 그 환우가 머무는 병실에 들러 복도 밖에서 병실 문 유리창 너머로 환자의 동향을 살피고 낮이든 밤이든 수시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럴 때면 그 환우는 인기척을 느끼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가는 이내 고개를 또 돌리곤 했었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나가면서 환우와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 환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모든 치료 또한 거부했었다. 참으로 난공불락이었다.

환자는 더워서 기저귀만 착용하고 옷은 모두 벗어버린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우측 유방은 암덩어리가 커질대로 커져 피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진물도 나는 그런 상태였다. 욕창 예방을 위해 에어 매트를 보호자에게 요청해 적용했지만 염려대로 금방 욕창이 생겨버렸다. 환자가 유일하게 허용한 처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복합 영양제가 유일했다.

환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 보니 그 보호자 선생님과 환우의 모친과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환우의 길지 않은 삶은 참으로 특이했다. 표면적으로 엄마와는 사이가 썩 좋지 않았고 아빠와는 조금 더 친숙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정신적 지주 선생님의 말씀은 거의 교주의 가르침처럼 따랐던 것 같았다.

한 2주 정도 입원했을까? 결국 환우는 육신의 옷을 벗어버리고 고통없는 하늘 나라로 가버렸다. 마지막 몇 일간 환자가 아주 괴로워 할 때는 그 교주 선생님이 밤낮으로 환자의 곁에서 간호를 하면서 함께 해 주었다. 그리고 환우가 영면에 든 뒤에 그 교주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어보니 직감적으로 그 날 밤을 못 넘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유명을 달리한 환우는 꽤나 소심하고 고집이 세었다는 것이 교주 선생님이나 환우 어머니의 공통적인 견해였다. 인생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에 암에 걸려 덧없이 가버렸다. 암(癌)은 왜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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