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53)
고관집의 병풍에도 비교할 작품은 결코 없으리니
2022. 05. 03(화) 19:57 가+가-
華山瀑布圖(화산폭포도) / 석천 임억령
폭포에 소나기 내려 백룡이 걸리고
시인의 힘찬 필력 무지개 그렸는데
내 바로 이 세상에서 부귀한 늙은이네.
急雨暮崖掛白龍 詞人健筆氣成虹
급우모애괘백룡 사인건필기성홍
侯家屛障應無比 我是人間富貴翁
후가병장응무비 아시인간부귀옹

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실습이다. 코끼리를 공부하려면 실물이 있는 현장에 가서 어루 만져보고 이해시키는 가운데 확실한 교육이 되었다. 그런 곳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서 학습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2차원적인 학습의 변화일 수도 있고 대리만족(?)이 될 수도 있다. 교육은 늘 그랬다. ‘소나기 내려 저물녘 벼랑에는 폭포수가 걸려있고, 시인의 힘찬 필력으로 그 기운을 무지개로 그렸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고관집의 병풍에도 비교할 작품은 결코 없으리니(華山瀑布圖)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1496-1568)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문인이다. 천성적으로 도량이 넓고 청렴결백했다고 하며, 시문을 좋아하여 사장에 탁월했다고 한다. 문학면에서 그의 특장은 시에 있었다고 하는 바 ‘유한잡록’에서는 그의 시가 세상에 명성을 드날렸다고 평했다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소나기 내려 저물녘 벼랑에 폭포수 걸려있고 / 시인의 힘찬 필력으로 그 기운을 무지개로 그렸네 // 고관집의 병풍에도 비교할 작품은 결코 없으리니 / 내가 바로 세상의 부귀한 늙은이로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화산폭포 그림을 보면서’로 번역된다. 화산은 중국의 유명한 절경 중의 하나인 화산의 그림을 보고 쓴 것으로 추측되나, 국내의 아름다운 화산이 있는 폭포일 수도 있다. 암만해도 나이아가라 폭포나 이구아수 폭포는 아닐지라도 산에 가면 물이 흐르는 모습과 소리만 들어도 생동감이 넘치거늘 폭포가 쏟아져 내린 모습을 보면 활기가 넘치고 기운이 솟는 것 같다.

시인이 보고 있었던 폭포는 생동감 있는 현장 폭포가 아니라 그림 속에 숨겨져 있는 폭포이기에 현실감은 다소 떨어졌을지라도 시상의 주머니는 넉넉해 보인다. 소나기가 한 줌 내려 저물녘 벼랑에 폭포수가 걸려있고, 시인의 힘찬 필력으로 그 기운을 무지개로 그렸다고 했다. 선경을 읊는가 했더니만, 후정이란 무지개로 그렸다는 대목에서 힘이 솟는 느낌이다.

화자는 그림의 내용 잘잘못을 떠나서 힘이 솟는 그런 느낌으로 보아 더 힘을 얻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관집의 보관된 병풍에도 비교할 작품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내가 바로 세상의 부귀한 늙은이로구나 하는 시심의 발동을 걸고 있음이다. 늙은이라기보다는 젊은 기상이 넘친다.

※한자와 어구

急雨: 소나기. 暮崖: 저물녘 벼랑. 掛白龍: 백룡이 걸려있다. 詞人: 시인. 여기선 자신을 뜻하고 있겠음. 健筆: 힘찬 필력. 氣成虹: (활기찬) 기운을 무지개로 그렸다. 侯家: 고관집. 屛障: 병풍. 應無比: 응당 비교가 되지 않는다. 我是: 나(시인 자신이겠음), 人間: 인간 세상, 富貴翁: 부귀한 늙은이.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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