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12)첨단살롱여문손 여성가족친화마을공동체
다양한 공예 활동으로 마을 속 성평등 실천한다
6개 공방 참여 일상 속 성차별 언어 바꿔쓰기
공방서 그림책으로 배우는 성평등 문화 눈길
수공예 프리마켓 통해 지역사회 공헌 참여도
2022. 04. 03(일) 19:51 가+가-

첨단살롱여문손 회원들이 도예공방 체험을 한 이후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첨단살롱여문손 제공>

마을에서 공방 활동을 하면서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재능 기부하며 성평등을 실천하는 여성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첨단살롱여문손.

광산구 월계동 주택가 작은 공방 활동에서부터 시작된 이후 행복한 마을의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기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여성친화마을 조성에 나섰다.

가정의 객실에서 열리는 사교적인 집회를 의미하는 ‘살롱’과 일 처리가 야무지다는 뜻의 ‘여물다’, 공예 활동을 하는 ‘손’이 합쳐져 지금의 ‘첨단살롱여문손’이 탄생했다.

이렇게 잘 영근 공방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뤘고, 이들은 지역 주민들과 ‘공예’를 통해 소통하며 일상 속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한다.

여문손은 거창한 성평등을 말하려 하는 게 아니다. 조그마한 변화를 토대로 마을 주민들의 생각에 작은 싹을 틔워내는 것이 이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들은 2019년 ‘토닥토닥 감성공방길 조성사업’에서 시작해 ‘풀뿌리 여성소모임 소통 프로젝트’를 이어갔고, 2020년 ‘톡!톡! 힐링되는 성평등이야기’를 거쳐 2021년에는 ‘톡!톡! 마을공예와 함께하는 성평등이야기’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은 실천에서 시작하는 성평등

첨단살롱여문손 회원들이 그림책을 통한 성평등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여문손 회원들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성평등 인식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받아오고 있다.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 중 ‘성평등 언어사전’이 눈에 띈다. 이 활동은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성차별 언어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여기에서 오는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여선생’, ‘여교수’, ‘여의사’ 등 직업 앞에 붙이지 않아도 될 여성의 성별을 포함하는 단어부터 ‘유모차’, ‘맘스스테이션’ 등 육아와 관련해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엄마’라는 단어까지. 일상 속 쉽게 접할 수 있는 무의식적인 성차별 언어를 바꾸는 데서부터 마을 내 성평등이 시작된다는 것이 여문손의 생각이다.

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성평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회원들의 성평등 인식 역량 강화를 위한 것으로 그림책을 통해 성평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현재 여문손 회원 공방으로 자수공방인 ‘수부인’, 도자기 공예 ‘홍가도예’, 베이커리 ‘달콤상상’, 가죽과 한지 공예 ‘낭만작업실’, 천연화장품 ‘버블스토리’, 천연염색 ‘나은공방’, 커피전문점 ‘커피나무’ 등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이 각자 다양한 공방을 운영해오고 있는 만큼 그 성격과 부합하는 책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시작해봐! 너답게’, ‘내 머리 만지지 마세요!’ 등 차별적인 성 역할과 이에 따른 고정관념을 깨는 데 도움을 주는 그림책을 통해 주민들이 한층 쉽고 거부감 없이 성평등에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공방들은 강사들이 안내한 성평등 책 리스트 중 각자의 어울리는 책을 선정, 강의 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마을 주부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여성 사회참여의 장 확산

여성가족친화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여성의 사회참여다.

가정 안에서 주부의 역할만 강조하던 옛날과는 달리 현대사회에선 사회활동을 통해 여성의 자립을 도모하는 분위기다.

특히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여문손 회원들은 사회활동에 있어 여성친화적인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녀 양육 등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거나 경력이 단절된 기혼 여성들이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사회참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마을 속 여성들이 주체가 돼 활동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받고, 이들이 마을단위 중심 사업을 이끌며 지역 내의 다른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들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동체가 운영된다.

여문손은 ‘공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작은 씨앗을 단 한 사람에게라도 전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성평등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이들은 최근 마을 내에서 수공예품 프리마켓을 개장하기도 했다. 이곳 프리마켓을 통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여성들이 솜씨를 뽐낸가 하면, 지역사회 공헌에도 큰 몫을 했다.

여문손은 프리마켓 참여를 통해 번 판매금과 물품들을 투게더 나눔재단에 전달하는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나눔문화 확산에도 동참했다. 또 회원들은 그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그로부터 자부심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기부 활동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따뜻하고도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여문손은 여성이 행복한 마을 조성을 위해 지역 안에서 명실상부 여성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오며 사회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첨단살롱여문손 관계자는 “더 많은 소통의 기회를 통해 여성들이 마을 내에서 자립하고 마을 주민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리마켓 참여를 통해 번 판매액과 기부 물품을 투게더 나눔재단에 전달하는 모습.



[인터뷰]홍현자 첨단살롱여문손 대표 “주민 성인지 감수성 높이기 힘쓸 것”

“마을 속에서 소통하던 여섯 공방들이 모여 행복한 동네를 만들기 위해 재능을 나누며 성평등을 실천해가고 있습니다.”

홍현자 첨단살롱여문손 대표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며 성평등한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첨단살롱여문손 공동체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마을 주민 모두가 성평등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겼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 대표는 “우리 공동체가 마을 내에서 해오고 있는 활동들은 주민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친밀하게 지내는 것”이라며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금씩 변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성평등 프로그램을 진행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일상 속에서 쓰이는 성차별 언어를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한 후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육아 관련 신조어 등을 순화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차별 의식을 해소하는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또 “여문손은 성평등 전문강사를 초빙해 회원들의 성평등 인식 역량을 강화하고, 그림책과 연계해 성평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받아오고 있다”고 언급한 후 “최근 마을 안에 개장한 프리마켓이 성황리에 막을 내리면서 이로 인한 수익금을 나눔재단에 기부하는 등 나눔문화 확산에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첨단살롱여문손은 주위에서의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되는 인식 변화를 중심으로 활동해오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홍 대표는 “첨단살롱여문손은 거창한 성평등을 전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사업들 가운데 단 하나라도 싹을 틔운다면 ‘마을공예와 함께하는 여문손의 성평등 이야기’는 성공한 사업이자 또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문손은 여성들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얻은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자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싶다”며 “마을 안에서의 온전한 성평등 실현을 위해서는 아직도 더 많은 주민들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지속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에 기여하며 일자리 창출 및 사회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데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홍 대표는 “공방 운영자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가는 첨단살롱여문손은 마을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소소한 성평등을 실천해가는 것이 목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주민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마을 안에서 꼭 필요한 공동체로 성장해가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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