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로 읽는 전라도 역사기행]삼부자 독립운동가 이윤호
장난감 권총으로 모은 상해 임시정부 군자금
- 재생 준비중
2022. 03. 23(수) 19:30 가+가-
이창호가 다녔던 숭일학교 학생들이 독립만세를 부르기 전에 찍은 기념사진.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 초기, 독립군 자금이 광주 독립운동가 이윤호(李允鎬 1898-1931) 가족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광주와 전라도에서 모금한 자금을 토대로 임시정부가 운영된 사실이 조선총독부 경무국 비밀자료에 최근 확인된 것이다.
이윤호는 삼부자가 모두 독립운동가이다. 그는 아버지 이주상과 동생 이창호(1902-1931, 당시 숭일학교 학생)와 함께 전남 광주군 본촌면 일곡리(현재 광주시 북구 일곡동)에서 광주 3·1운동을 주도했다.
- 광주 노씨들과 독립자금 모금 주도 -
당시 광주 3·1운동 참가자 중 103명이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가운데 이주상 삼부자가 같은 날 검거돼 고문을 받았다.
일곡의 같은 마을에 이병환(징역 6월) 일가도 삼부자가 검거됐다. 그런데 이윤호는 삼부자 외에도 부인 유덕례와 처남 유계문(징역 6월)까지 광주 3·1운동에 참가했다.
이후에도 이윤호 삼부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군 자금모금을 같은 일곡마을 광주 노씨들과 함께 주도했다. 광주 3·1운동 사건으로 광주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나온 이윤호 삼부자는 광주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1920년 5월, 중국 북간도 신흥무관학교에서 한문 교사로 일하던 신덕영, 최양옥이 광주로 내려왔다.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에 필요한 무기와 식량을 사들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던 부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금키로 한다.
이에 따라 광주와 전라도에 이들을 보냈다.
이들은 광주 3·1운동 핵심인물이었던 이윤호, 이창호 형제를 찾아갔고, 이윤호는 같은 마을에 살고 있던 노씨 5명을 설득해 군자금 모금을 주도했다.
이들은 두 개 조로 나뉘어 전남으로 세를 확장했다.
신덕영, 최양옥, 이윤호와 광주 노씨가 중심이 돼 ‘조선독립대동단’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제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농민주식회사라는 농업회사도 만들었다. 회비와 투자금으로 돈을 받고 실제로는 비밀리에 모아 만주나 상해로 보내는 식으로 위장했다. 회원 수는 광주·전남 약 40여 명 정도였다. 이들이 모은 자금은 당시 약 1만원 가량으로 현재 가치는 5억원에 달하는 큰돈이었다.
이윤호는 동생과 처, 장인까지 이 단체에 가입시켰다.
- 3년간 옥고 후유증…33세 나이로 사망 -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모금으로 끝나지 않고 전라도 부자들을 찾아가 권총을 이용한 모금 운동으로 방향이 바뀌게 된다.
1920년 10월15일, 일곡리(日谷里) 이윤호 집에서 최양옥, 신덕영, 박일봉, 노기준(盧基準) 등과 논의하면서 권총을 구해서 독립자금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다음날 최양옥이 서울로 올라가 권총을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들은 생각끝에 신덕영의 애인인 이경민(李敬敏, 여)이 구입한 장난감 권총 2정을 휴대하고 이경민과 함께 광주로 내려왔다.
총을 구하지 못해 거사의 추진을 망설이던 그들은 2개 반으로 나눠 전라도로 무작정 내려갔다.
1반은 이윤호가 이끌고 화순군 나주군 방면으로, 2반은 담양군 곡성군으로 최양옥, 신덕영, 노기준이 내려갔다.
2반에 편성된 이들은 장난감 권총 2정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전라도 부자를 찾아간 그들은 곡성군 칠보리(七寶里)의 심윤택 집에 들어가서 장난감 권총을 들이댔다. 눈앞에서 권총을 보고 놀라 뒤로 넘어진 심윤택은 그 자리에서 독립운동자금 1천500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장난감 권총의 위력에 자신감을 얻은 2반은 담양군 창평면(昌平面) 부자 박종호(朴宗鎬)의 집에 가서는 저항하려던 무리를 권총 한 자루로 제압하고 모두 묶었다.
박종호에게 1천원을 요구하고 그 자리에서 40원을 모금했다. 40원은 지금 가치로 약 500만원 상당이다. 이러한 모금 활동을 며칠 후 경찰이 알게 됐고, 광주로 가던 도중 모두 체포됐다.
다행히 자금을 가지고 있던 신덕영은 임시정부에 전달 후 잡혀 임시정부 재정에 숨통을 틔게 했다.
이윤호가 이끌었던 1반 또한 대동단 조선지부원들도 대부분 체포됐다. 이들은 3, 4개월의 조사 후 기소됐고, 공판에서 이윤호를 비롯한 대동단 조선지부의 단원들은 독립운동을 하였다는 것을 떳떳이 밝혔다.
조선총독부가 이 사건을 아주 엄중하게 다뤘다.
보고서를 만들어 일본 총리와 각 장관에 보고하고, 경찰, 검찰청, 법원, 조선군 사령관 헌병 대장에게도 이 내용을 보냈다.
이윤호는 광주지방법원에서 궐석재판으로 징역 7년형을 받고, 1922년 9월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돼 1924년 12월31일까지 옥고를 치렀다.
이윤호는 1990년 애국장이 추서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기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적인 면도 있지만, 광주·전남에서 독립자금을 모은 측면은 의미가 있다.
이윤호·창호 형제는 1931년 같은 해, 3월에 이창호가 29살의 나이로, 7월에는 형 이윤호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33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윤호의 묘비에 애절함이 그대로 적혀있다.
“3·1운동의 여파가 전국 방방곡곡에 확산됨에 공은 약관의 나이에 유계문(처남) 최경동·김금석 여러 동지 및 아우인 창호와 더불어 독립선언문을 배포했고 그 후 독립운동에 필요한 군자금을 모금하다가 피체돼 징역 3년을 언도받아 옥고를 치른 뒤 후유증으로 나이 33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개탄스럽지 아니하랴. 옛적 임진왜란에 위국진충(爲國盡忠)해 명전천추(名傳千秋)하는 이가 있었는데 공이 만약 그때 태어났다면 어찌 이에 이르지 못하였으리오.”
그의 아버지 이주상의 국가보훈처 공훈록에는 당시 광주 일곡과 생용동 일대에 살고 있었던 주민들이 광주 3·1운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이 기록돼 있다.
“광주에서는 3월10일 광주 장날을 기해 독립 만세시위를 결행하기로 계획하고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는 등 사전준비를 했다. 거사 당일 오후 3시경 광주교 아래 강둑 소시장에 1천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불렀다. 양림동 방면에서는 기독교인,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학생들이 광주천을 따라 내려왔고 또 지산면 쪽에서는 수백 명의 농민이 참여했다. 일곡리의 이주상 등이 일곡·생룡 일대에 많이 사는 이씨·범씨·박씨 등 인원을 동원한 결과였다.”
<신광재 역사문화전문기자는 대학에서 고고학과 한국미술사, 한국사를 전공했다.>
이윤호는 삼부자가 모두 독립운동가이다. 그는 아버지 이주상과 동생 이창호(1902-1931, 당시 숭일학교 학생)와 함께 전남 광주군 본촌면 일곡리(현재 광주시 북구 일곡동)에서 광주 3·1운동을 주도했다.
- 광주 노씨들과 독립자금 모금 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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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이윤호 |
일곡의 같은 마을에 이병환(징역 6월) 일가도 삼부자가 검거됐다. 그런데 이윤호는 삼부자 외에도 부인 유덕례와 처남 유계문(징역 6월)까지 광주 3·1운동에 참가했다.
이후에도 이윤호 삼부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군 자금모금을 같은 일곡마을 광주 노씨들과 함께 주도했다. 광주 3·1운동 사건으로 광주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나온 이윤호 삼부자는 광주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1920년 5월, 중국 북간도 신흥무관학교에서 한문 교사로 일하던 신덕영, 최양옥이 광주로 내려왔다.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에 필요한 무기와 식량을 사들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던 부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금키로 한다.
이에 따라 광주와 전라도에 이들을 보냈다.
이들은 광주 3·1운동 핵심인물이었던 이윤호, 이창호 형제를 찾아갔고, 이윤호는 같은 마을에 살고 있던 노씨 5명을 설득해 군자금 모금을 주도했다.
이들은 두 개 조로 나뉘어 전남으로 세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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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와 함께 장난감권총으로 독립자금을 마련했던 독립운동가들. |
신덕영, 최양옥, 이윤호와 광주 노씨가 중심이 돼 ‘조선독립대동단’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제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농민주식회사라는 농업회사도 만들었다. 회비와 투자금으로 돈을 받고 실제로는 비밀리에 모아 만주나 상해로 보내는 식으로 위장했다. 회원 수는 광주·전남 약 40여 명 정도였다. 이들이 모은 자금은 당시 약 1만원 가량으로 현재 가치는 5억원에 달하는 큰돈이었다.
이윤호는 동생과 처, 장인까지 이 단체에 가입시켰다.
- 3년간 옥고 후유증…33세 나이로 사망 -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모금으로 끝나지 않고 전라도 부자들을 찾아가 권총을 이용한 모금 운동으로 방향이 바뀌게 된다.
1920년 10월15일, 일곡리(日谷里) 이윤호 집에서 최양옥, 신덕영, 박일봉, 노기준(盧基準) 등과 논의하면서 권총을 구해서 독립자금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다음날 최양옥이 서울로 올라가 권총을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들은 생각끝에 신덕영의 애인인 이경민(李敬敏, 여)이 구입한 장난감 권총 2정을 휴대하고 이경민과 함께 광주로 내려왔다.
총을 구하지 못해 거사의 추진을 망설이던 그들은 2개 반으로 나눠 전라도로 무작정 내려갔다.
1반은 이윤호가 이끌고 화순군 나주군 방면으로, 2반은 담양군 곡성군으로 최양옥, 신덕영, 노기준이 내려갔다.
2반에 편성된 이들은 장난감 권총 2정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전라도 부자를 찾아간 그들은 곡성군 칠보리(七寶里)의 심윤택 집에 들어가서 장난감 권총을 들이댔다. 눈앞에서 권총을 보고 놀라 뒤로 넘어진 심윤택은 그 자리에서 독립운동자금 1천500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장난감 권총의 위력에 자신감을 얻은 2반은 담양군 창평면(昌平面) 부자 박종호(朴宗鎬)의 집에 가서는 저항하려던 무리를 권총 한 자루로 제압하고 모두 묶었다.
박종호에게 1천원을 요구하고 그 자리에서 40원을 모금했다. 40원은 지금 가치로 약 500만원 상당이다. 이러한 모금 활동을 며칠 후 경찰이 알게 됐고, 광주로 가던 도중 모두 체포됐다.
다행히 자금을 가지고 있던 신덕영은 임시정부에 전달 후 잡혀 임시정부 재정에 숨통을 틔게 했다.
이윤호가 이끌었던 1반 또한 대동단 조선지부원들도 대부분 체포됐다. 이들은 3, 4개월의 조사 후 기소됐고, 공판에서 이윤호를 비롯한 대동단 조선지부의 단원들은 독립운동을 하였다는 것을 떳떳이 밝혔다.
조선총독부가 이 사건을 아주 엄중하게 다뤘다.
보고서를 만들어 일본 총리와 각 장관에 보고하고, 경찰, 검찰청, 법원, 조선군 사령관 헌병 대장에게도 이 내용을 보냈다.
이윤호는 광주지방법원에서 궐석재판으로 징역 7년형을 받고, 1922년 9월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돼 1924년 12월31일까지 옥고를 치렀다.
이윤호는 1990년 애국장이 추서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기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불법적인 면도 있지만, 광주·전남에서 독립자금을 모은 측면은 의미가 있다.
이윤호·창호 형제는 1931년 같은 해, 3월에 이창호가 29살의 나이로, 7월에는 형 이윤호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33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윤호의 묘비에 애절함이 그대로 적혀있다.
“3·1운동의 여파가 전국 방방곡곡에 확산됨에 공은 약관의 나이에 유계문(처남) 최경동·김금석 여러 동지 및 아우인 창호와 더불어 독립선언문을 배포했고 그 후 독립운동에 필요한 군자금을 모금하다가 피체돼 징역 3년을 언도받아 옥고를 치른 뒤 후유증으로 나이 33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개탄스럽지 아니하랴. 옛적 임진왜란에 위국진충(爲國盡忠)해 명전천추(名傳千秋)하는 이가 있었는데 공이 만약 그때 태어났다면 어찌 이에 이르지 못하였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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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는 3월10일 광주 장날을 기해 독립 만세시위를 결행하기로 계획하고 독립선언서를 인쇄하는 등 사전준비를 했다. 거사 당일 오후 3시경 광주교 아래 강둑 소시장에 1천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불렀다. 양림동 방면에서는 기독교인,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학생들이 광주천을 따라 내려왔고 또 지산면 쪽에서는 수백 명의 농민이 참여했다. 일곡리의 이주상 등이 일곡·생룡 일대에 많이 사는 이씨·범씨·박씨 등 인원을 동원한 결과였다.”
<신광재 역사문화전문기자는 대학에서 고고학과 한국미술사, 한국사를 전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