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 당일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하룻밤 자고 일어나자 통증이 몰려왔다. 특히 주사 부위에 통증이 심했다. 감기 초기 증상처럼 두통과 전신 미열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제대로 백신을 맞은건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아픈 증상을 겪고 보니 ‘확실히 맞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신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아프게 몸에 새기는 과정인 듯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초기에 일부 전문가들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상황이 3년 정도 갈 수도 있겠다고 했던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너무 과도한 예측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전혀 과도하지 않았다. 최근 팬데믹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는 날이 곧 다가올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해 또 다시 전망은 불투명해지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부스터 샷(백신 추가 접종)의 필요성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 진짜 3년을 다 채우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물론 백신이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되고 있고, 치료제 개발도 진행되고 있어서 내년쯤이면 팬데믹의 진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부 국가들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이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도 호락호락 물러갈 기세는 아니다. 인류의 전 방위적인 압박에도 바이러스의 활동력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바이러스가 믿는 것은 쉬운 변이성이다.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한 생명체인 바이러스는 너무도 쉽게 변이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쉬운 변이가 인간의 압박을 벗어나는 바이러스의 대응 무기인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긴 세기적인 사건이 되었다. 이 상황으로부터 인류가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팬데믹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훈의 하나는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 공동 대응의 중요성이다. 현 시대 교통과 통신의 비약적인 발달은 부국과 빈국을 막론하고 지구촌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가고 있다. 이 지구 공동체 시대에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하지 않는 한 어느 한 지역과 국가만의 완벽한 방역체제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바이러스의 급속한 변이와 확산성이 인위적인 국가간, 지역간 장벽을 쉽게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교훈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한 생명체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한 순간에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인류가 이 ‘미개한’ 바이러스를 힘으로 절멸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인류의 덕목은 겸손함에 바탕을 둔 지속적인 연구와 대응 노력이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바이러스는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레미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점철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시대에 이르러서도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좀 더 빈번하게 창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마치 소설 삼국지에서 나오는 연환계처럼 현 시대의 인류공동체가 더욱 강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한 지역이나 국가가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는다면 이는 곧 인류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체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인류가 지구 생명체 공동의 터전인 지구환경의 균형을 너무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 현상은 그 증거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의 주기적인 대규모 창궐이 기후변화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자연계의 변화가 두려운 것은 불확실성이 증대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규칙이 무너지고 있다. 지구환경이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느낌이다. 그 와중에 마치 경고처럼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다. 이 불확실성을 제어하고,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되찾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과연 터널의 끝은 존재하는 것일까? 이제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독감 백신처럼 연례행사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