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11)독립영화제작팀 ‘50gHD’
“예술 인재 키우는 네트워크·제작비 지원 확대돼야”
열악한 영화 제작 생태계 불구 국제무대서 성과
청년 멘토링·지원기관 심사 기준 등 재점검 필요
전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상업영화 제작 목표
2021. 07. 06(화) 20:54 가+가-

전남대 사회과학대 출신 청년들이 모여 결성한 독립영화 제작팀 50gHD는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거두는 등 앞으로 성장할 지역 인재로 주목받고 있다. 50gHD의 멤버 김대환 PD(왼쪽)과 순미경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광주 영화계가 국제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줬던 광주국제영화제가 파행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 영화인들의 설 자리가 사라졌다.

다행히 2019년 광주영상·영화진흥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며 광주독립영화제, 여성영화제 등 소규모 형태로 영화 생태계를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산업 분야에서 지역 인재 양성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무엇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서 영화인을 꿈꾸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들은 더 넓은 기회의 장을 찾아 떠나고 있어 지역 내 영화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광주 청년들로 구성된 독립영화 제작팀 ‘50gHD’가 로마 국제무비 어워드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고 스웨덴 스톡홀름 필름 페스티벌 경쟁작에 선정되는 등 성과를 거둬 주목받고 있다.

50gHD는 2017년 전남대 사회과학대학 출신 청년들이 모여 결성한 독립영화 제작팀이다.

초창기 4명의 멤버로 시작해 초단편 영화 7편을 제작했다. 그러나 열악한 영화 제작 환경 속에 3명의 멤버가 서울로 떠나는 등 팀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50gHD의 멤버 김대환(37) PD는 홀로 영상 제작업을 이어왔다. 또 다른 멤버 순미경(26) 감독은 영화 공부를 마치고 광주로 다시 돌아와 영화 제작에 힘을 합쳤다.

50gHD 팀명은 가벼운 무게 탓에 바닥에 떨어져도 죽지 않는 새끼 원앙의 몸무게 50g에 착안했다. 영화 제작 환경이 열악해 바닥에 떨어지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시도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영상 고화질(HD·High Definition)을 붙여 50gHD가 탄생했다.

처음 제작한 영상 작품은 같은 팀원끼리도 ‘쉬쉬’하는 비밀의 뮤직비디오였다고 한다. 당시 부족함을 많이 느끼며 더욱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게 된 밑바탕이 됐다.
50gHD 멤버 김대환 PD가 촬영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순미경 감독은 “솔직히 광주에서 영화를 하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다”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광주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을 만나거나 그들의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 감독은 “영화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광주에서 적어도 영화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영화 제작 지원 사업도 필요하지만 쉽게 접근 가능한 영화인 네트워크가 절실하다”며 “운 좋게 지난해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필름에이지 대표 윤수안 감독 등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영화에 대한 꿈을 꾸는 청년들은 별다른 지원과 혜택을 받지 못해 맨몸으로 부딪히다 결국 포기하거나 서울로 떠나고 있다.

김대환 PD는 “광주 청년 예술인들과 ‘청년 예술인들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담론을 가질 때 예술인 네트워킹 필요성은 독립영화계 뿐만 아니라 연극이나 개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 또한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PD는 “영화를 가르칠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지역 내 부족한 네트워크가 아쉽다. 요즘 청년 멘토링을 많이 하는데 전문가를 데려오긴 하지만 청년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100% 맞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50gHD는 지역 청년들의 예술 창·제작 활동을 지원하는 광주문화재단의 ‘돛단배 프로젝트’에 선정돼 ‘생태교란종’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지원금이 넉넉지 않아 추가로 1천여만원의 사비를 들였다.

50gHD의 열정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월간 국제영화제 ‘로마 국제 무비 어워드(Rome International Movie Awards)’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청년으로 구성된 지역 독립영화제작팀임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스톡홀름 필름 페스티벌’(Stockholm City Film Festival) 경쟁작에 오르기도 했다.

‘생태교란종’은 열악한 광주 영화생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입학을 목표로 하는 주인공 ‘지우’가 포트폴리오로 쓸 영화를 만들기 위해 광주에서 고군분투하며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웃픈’ 사건들이 메인 테마다.

순 감독은 “생태교란종 속 이야기는 제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에서와 다를 바 없이 광주에서 제작한 이번 영화에 참여할 스텝들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직접 경험한 게 영화를 현실성 있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50gHD는 차기 작으로 중학생들의 일탈을 다룬 ‘미림’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타 기관에서 진행하는 영화 제작 지원 사업에 응모했다. 한 달에 100만원의 최소 임금도 안 되는 수준의 인건비를 추산해 제출했으나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인건비 과다를 걸고 넘어졌다.

한 걸음 씩 성장하고 있는 지역 인재를 키우는데 투자 없이 ‘성과주의’에만 매몰돼 있는 지원 사업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지 못해 끊임없는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다양한 분야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지원 기관의 사려 깊은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50gHD의 최종 목표는 지역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히지 않고 한국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상업영화를 제작하는 꿈도 꾸고 있다.

김PD는 “동료 청년들에게 모든 답이 서울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광주에 답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며 “지역이라는 핸디캡에 사로잡히지 말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조금씩 채워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다이 기자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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