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법’과 ‘호남 특별대우’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2020. 12. 15(화) 18:39 가+가-
과거사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특별법’, ‘5·18민주유공자예우법’(일명 5·18공법단체법),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일명 5·18 역사왜곡처벌법) 등 3개 개정 법률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설훈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은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진상규명 범위에 추가하고,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 등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 것이 특징이다. 진상조사의 범위도 ‘광주 일원’에서 ‘광주 관련 지역’으로 넓히고 희생자와 피해자의 범위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희생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확대했다.

이용빈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5·18공법단체법’은 5·18민주유공자와 유가족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공헌을 기리고 위해 유가족의 범위, 이들 법정단체의 수익사업 및 승인기준과 취소, 복지심의위, 실태조사와 정보공개 등 공법단체 일반에 적용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형석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5·18역사왜곡처벌법’은 5·18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출판물과 전시물, 공연물은 물론 토론회와 가두연설 등이 적용 대상이다. 특히, 이 법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악의적 왜곡·폄훼 등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형사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최초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른바 ‘5·18 3법’의 국회통과에 대한 반응은 지역이나 언론매체 등의 정파성에 따라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

우선 당사자격인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5·18역사왜곡처벌법 등 3법 국회통과를 환영한다”며 “극악무도한 반란 군부 일당들이 저지른 반인도적 범죄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사리사욕을 위해 왜곡과 가짜 뉴스로 역사를 날조하는 파렴치한 세력들을 처벌하는 것은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지극히 마땅한 도리”라고 밝혔다.

김이강 광주시 대변인도 “150만 광주시민의 간절한 염원, 여의도 앞에서 천막농성까지 하면서 5·18진실을 지켜내려고 노력했던 5·18단체들, 정치권의 적극적인 성원, 정부와 여·야에 끊임없이 3법 통과를 요청했던 광주시의 노력까지 광주공동체가 역량을 결집해 이뤄낸 또 하나의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전국 대부분의 민주시민들은 이번 ‘5·18 3법’의 통과로 우리 사회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5·18 관련자나 광주를 포함하는 전체 전라도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베’ 등 극우 사이트에서는 전라도를 무조건 비하하는 ‘정신 이상자’들의 글이 여전히, 그리고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5·18과 관련해 왜곡된 주장을 펴는 글을 쓰거나 퍼 나른다든지, 또는 포스팅 된 글에 다는 댓글을 통해 5·18과 전라도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날조와 폄훼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7시극좌익폭동’이란 네티즌은 13일 ‘전라도 출신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려라”란 게시물을 일베에 올리고 “전라도 독재 공화국이 점령한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에서 518 보안법이 노무노무 무서워서 기사 퍼 오기도 겁나부려 잉”이라고 했다.(띄어쓰기 및 철자 그대로 인용)

현재의 대한민국을 ‘전라도 독재 공화국’으로, ‘5·18역사왜곡처벌법’을 ‘5·18 보안법’으로 지칭한 것인데, 이 게시물은 조선일보 선아무개 기자가 쓴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몰랐다”란 글을 포스팅한 것이다. 더욱이 이 포스팅 글에 달린 여러 댓글들은 하도 기가 막혀 지면에 옮길 수 없을 정도다.

일베와 조선일보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전라도나 호남을 경상도나 영남, 충청, 강원 등과 같은 보통의 지역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특별하고 별종인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예를 하나 들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구성을 다룬 조선일보 양아무개 기자의 12월10일자 기사 제목은 ‘윤석열 징계위원장 정한중 교수…위원 5명중 4명이 호남 출신’이다. 아울러 부제목은 ‘두 명은 순천高 출신…’이다.

징계위원들의 고향을 일일이 찾아내 그 숫자를 메인 제목으로 뽑은 것은 물론 부제목으로 특정 고등학교를 언급한 것은 ‘신문쟁이’ 입장에서 볼 때 상식적인 헤드라이닝이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특정지역이나 특정고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 왜곡된 메시지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이들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에 나선다고 해도 그것은 징계위원 각각이 갖고 있는 가치관과 철학에 따른 판단일 뿐이지 이들의 태생이 호남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란 점은 너무도 명확하다.

양아무개 기자는 앞서 11월30일자 ‘윤석열 운명 쥔 조미연 판사’란 기사에서도 조 판사가 광주 출신이라는 점을 굳이 밝혔다. 그가 다루는 모든 기사에서 영남이나 부산, 대전, 강원 출신자들의 경우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왜 호남 출신에 대해서만 콕 찍어 특별한 대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 일각의 지긋지긋하다 못해 구역질나는 이 ‘호남 특별대우’는 언제나 멈춰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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