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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프랑스의 노파들 - 수필 최은정

2020. 11.09. 18:38:49

최은정
프랑스 여성들은 나이에 어울리는 멋을 부리는 데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한다. 이렇듯 그들이 여성의 성숙한 멋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시절 총명하고 아름다운 고급 매춘부 ‘니농 드 랑클로’는 80세의 나이에 한 수도원장을 강렬한 열정에 불타오르도록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길거리에 나서면 할머니들의 모습이 예쁘고 아름답다. 젊은이들은 오히려 검소하고 수수하다. 그래서 그것이 또 멋있다. 젊음 그 자체가 싱그러운 아름다움이지만 이곳 할머니들은 시장이나 공원 어딜 가도 치마 입고 성장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물건을 택하며 자기 자신을 아끼는 모습이다. 그래서 동네 슈퍼도 할머니들 때문에 질 좋은 물건을 챙겨 놓는다고 했다.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앞집의 혼자 사는 할머니가 바바리코트에 핸드백을 메고 가로등 아래 서 있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 정장한 모습으로 그 노파는 나들이를 한다. 딸에게 ‘저 할머니는 누구를 기다릴까?’ 했더니 개가 볼일 보는 동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일러 주었다. 그는 언제나 세련된 차림으로 빵을 사러 가면서도 산책을 하면서도 멋을 부리고 나간다고 한다. 바지보다 치마를 즐겨 입고, 모자 쓰고 머플러 날리며, 쾌활하게 삶을 즐기는 데서 그 노파의 아름다움은 솟아난다.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알아야 하며, 젊게 보이려는 노력보다 중후한 멋을 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은 나이에 걸맞은 세련미를 지녀야 한다. ‘코코 샤넬’, ‘시몬느 드 보봐르’ 등도 나이가 들면서 더 멋있어진 사람이라 한다. 보봐르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자만이 느끼고, 그런 미적 감각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미 가을 속에 서 있는 여자다. 그러나 항상 봄이요, 여름이고자 한다. 주름은 차라리 고결한 것으로 여긴다. 설사 더 늙는다 해도 프랑스 여자처럼 늙을 것이다. 매혹적인 아름다움, 이런 아름다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가을 단풍처럼 물든 인생이라 해서, 나는 향기 없는 인생일 수는 없다. 프랑스 노파들은 할머니가 아닌 여자들이었다. 봄이 다 가버린 겨울에 핀 장미가 더 아름답듯이.

스트라스부르그에서.


<최은정 약력>
▲수필가
▲전남여고문인회장
▲저서 : ‘황금연못’, ‘황금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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