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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가을에 핀 벚꽃 - 수필 박인순

2020. 10.26. 18:19:59

우리가 아는 우주의 신비는 어디까지일까? 인간 기준으로 보면 오묘하기 그지없는 자연의 이치이다. 무변광대한 우주의 공간에서 지구는 파란 점에 불과하지만, 그 아름다운 별은 헤아릴 수 없는 만물이 공생하며 인류가 살아온 터전이다.

산과 바다로 채워진 제한된 곳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인류문명 형성이 시작되었다. 정착된 터전에서 건조해지면 전염병이 창궐하고 그 위기를 벗어나려는 인류의 노력이 오늘날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서 기후에 따라 문화와 생활습관이 다변화되었고 행동양식의 진화가 거듭되어 풍요를 누려왔다. 이제 인류가 자연에서 얻은 혜택만큼 기후변화라는 이변에 인간이 되갚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77억 이상의 인구가 북적거리는 지구촌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적으로 3천만명 이상 감염되고 1백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상회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긴 장마와 태풍과 수해까지 겹쳐 국민의 고통은 설상가상이었다. 추석 연휴 동안 고통 연장의 기폭제가 될지 종식 시킬지 우리의 지혜와 인내가 시험대에 오를 중대한 고비라고 긴장을 하고 있다.

추석을 보름 남긴 9월 중순. 오랜 지인으로부터 가로등 불빛에 선명한 벚꽃 사진 한 장을 받아보았다. 손사래를 치며 밝은 날 확연한 모습을 증명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낮에 본 벚꽃과 어두운 밤, 흑백에 나타난 사진은 사실이었다. 개인 사정상 오전에는 시간이 안 되어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유튜브 방송을 하고 계신 ‘한중문화교류 강 원장님’을 모시고 영산포 부덕동 현장에 도착했다. 다음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구름 낀 석양이 아쉬웠으나 낙엽 진 벚나무에 분홍 꽃들과 새순이 파랗게 너울너울 가을바람에 하늘거린다.

그 마을은 덕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게 옛사람들의 흔적인 고인돌이 몇 기나 있다. 그중 소원을 빌면 아들을 낳았다는 전설이 서린 고인돌 주위의 벚나무들도 낙화하고 몇 송이씩 남아 있었다.

유튜브 진행자와 인터뷰 중에 70년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화답을 주고받았다. 강 원장님은 연신 긍정적인 목소리로 모든 액운이 물러갈 행운의 징조라며 동영상에 담았다. 그분의 생각처럼 행운으로 생각해야 할지, 이상 기후변화 징후의 불길한 징조인지 갈등이 교차 되어 전혀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와 뒤뜰에도 삼십 살이 넘은 벚나무 꽃잎들이 마치 봄바람에 휘날리듯 많은 꽃이 피어있어 매일 눈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뿐이 아니라 서동 <분도 안나 사랑의집 꽃동산>에도 벚나무는 봄이 한창이었다. 벚나무 밑에 하얀 남성 석고조각상이 턱을 고이고 명상을 하고 있다. 조각상은 떨어지는 꽃잎을 세고 있는 듯, 실루엣의 조화가 모처럼 빛나는 햇살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서둘러 사진에 담고 거북등길 재를 넘는데 사직공원 관덕정 앞 고목에도 섭섭지 않게 방실거린다.

내 생전 처음 경험한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봄철에 벚꽃이 일시에 피어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 그 꽃말이 미인과 순결이라는데, 두 번의 개화에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이다. 봄꽃은 열흘 넘기기도 어려운데 추석 명절 뒤에도 연달아 피워내는 자목련까지 봐달라고 유혹한다. 유달리 긴 장마 속에서 병충해에 잎을 헌납하고 앙상한 가지에 달린 몇 개의 단감이 제맛을 낼지 의문이다. 인간이나 식물이나 유난히 힘든 계절을 보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난발한 벌로 두 번씩이나 보여주는 낯선 벚꽃이 미묘한 불안과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4계절이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봄가을 구별 없이 보여주겠다는 자연의 결정이며, 분주하게 살아가는 인간에게 덤으로 주는 선물인지는 모르겠다. 가을 벚꽃을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날씨가 미쳤다!”는 푸념과 불안을 쏟아낼 자격이나 있겠는가. 그 역시 인간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벚꽃일 뿐이다. 현세적 시간적 공간적 연속선상에서 우주의 진리를 시간 속에 속박하려는 것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하늘이 주고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지, 이유가 많아. 뭘 잘했다고―!”

그러나 허상일 망정 가을에 핀 벚꽃이 우리가 꿈꿔온 유토피아 세상을 알리는 희망의 예시였으면 좋겠다.


<박인순 약력>
▲수필문학, 문학예술 ‘시’ 신인상 등단
▲광주문인협회 이사, 광주수필·서은문학·현대문예 회원
▲수필집 ‘어느 날 거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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