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가 ‘부활제’를 끝으로 마무리되며, 전국화·세계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가기념식이 열린 옛 전남도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5·18진상규명과 오월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데 이어 수십 년간 은폐되고 조작된 5·18 실체적 진실을 밝혀낼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난관에 부딪혔던 5·18 주요행사는 40년 전 자치공동체를 실현했던 오월정신으로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해냈으며, 미완의 숙제로 남았던 5·18 역사 또한 이제는 완성된 역사의 길로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28일 제40주년 5·18민중항쟁행사위원회(5·18 행사위)와 보훈처 등에 따르면 40주년 5·18 국가기념식은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1997년 5·18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지정된 뒤 처음이다.

매년 수천명이 참석하던 기념식과 달리 올해는 그 규모가 축소돼 치러졌지만 5·18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의미는 특별했다.

특히 이번 기념식은 집단 발포 명령자와 헬기 사격 등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이 담긴 현장에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기념사를 통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밝혀야 할 진실에 대해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등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 등을 거론하며, 5·18 당시 행방불명자들의 소재 파악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또한, 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기해 5·18의 헌정사적 의미와 헌법적 가치를 명확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계기로 5·18 진상조사위에 거는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5·18 40주년에 맞춰 실무진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돌입한 진상조사위는 사실상 마지막 찾아온 진상규명의 기회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장 3년 동안 최초 발포·집단 발포 경위 등을 파악하게 되며, 진상규명 활동 완료 후에는 국가 의무 이행이 담긴 국가 차원의 5·18진상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국가 보고서가 작성되면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 여파로 전야제와 국민대회 등 주요 기념행사가 대부분 취소·축소됐으나 오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추모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예년에 비해 5·18국립묘지를 찾은 참배객이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오월 광주정신을 되새기고 계승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마음가짐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기념행사는 대중성에 중점을 둔 온라인 행사로 전환됐으며, 국민이 쉽게 참여하고 주연이 돼 함께하는 5·18 행사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나눔과 연대의 정신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각지에 울려 퍼졌다. 세계 50개국 교포들이 온라인 동시 화상채팅 공간에 모여 5·18을 기념했고, 5·18정신을 계승한 사람에게 주는 광주인권상 역대 수상자들이 온라인으로 기념 메시지를 보내왔다.

최근에는 미국 국무부가 5·18 관련 기밀문서를 한국 정부에 공개한 것을 계기로 향후 진상규명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철우 5·18 행사위 이사장은 “국민대회와 전야제 등 5·18 주요 기념행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것에 대해 여전히 아쉬운 생각이 들지만,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짐으로써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후 항쟁지였던 옛 도청에서 기념식이 열린 것도 의미가 남다른데다 5·18 40주년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행사 역시 광주·전남은 물론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온라인에서도 열렸다는 점에 이미 세계화와 전국화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