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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가족에 다가서게 하다
이현
아동문학가

2020. 05.14. 19:50:51

“사회적 거리두기는 잘하고 있니?”

“그래서 만날 집하고 직장이야, 너는?”

“나도 엄청 잘하고 있지. 내가 거실에 있으면 남편은 안방으로 가고, 남편이 거실로 나오면 나는 얼른 안방으로 들어 가. 아이들도 마찬가지야. 서로 마주보기 없기, 말 걸기 없기, 한 공간에 있는 공기 함께 마시기 없기도 실천 중이야. 어때, 우리 가족 최고지? 하하.”

얼마 전, 옆 자리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이 났다.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발생될 수 있는 불화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란다. 굳이 코로나19 전후로 나누어 이야기 하자면, 코로나19 전에는 우리 가족만 소통불가로 살아가나 싶어 마음이 씁쓸했지만, 요즘은 그런대로 마음이 편안해졌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을 지키고 있는 것뿐이니까.

코로나 덕분에 서로를 더 깊숙이 알게 되었다는 가족도 있다.

서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면서도 밥 먹는 시간 따로, 잠 자는 시간 따로, 집에 머무는 시간도 따로 이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단다. 오랜만에 마주한 가족들의 얼굴이 생소하고 어색한 느낌마저 들었단다.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깊은 마음을 알게 되어 감사하단다. 느긋한 마음으로 얼굴을 마주하며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단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깨달은 생각도 있다.

결혼식, 장례식, 모임, 병문안, 등…. 가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약간의 망설임이 앞선다. 혹시라도 내가 감염되어 있을 경우,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전염되면 어쩌지? 나 또한 누군가에게 전염이 되면 어쩌지? 얼굴만 잠깐 내밀고 와야지 마음먹으면서도 긴장이 되어 마스크를 고쳐 쓰게 된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하는 집은 다르다.

아침이면 모두가 집을 나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어서야 퇴근 해 돌아오는 가족들이지만 긴장이 되지 않는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마주 앉아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잠을 자면서도 마음이 편하다. 위기의 상황이 고조 될수록 너, 나가 아닌 운명 공동체가 되는 느낌이다.

삶의 마지막 길에 놓였을 때도 사람들은 집을 원한다.

가족들과 함께 했던 추억과 따스함이 있는 집에서의 안식을 원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집이 따뜻함과 안식이 되는 곳, 힐링이 되는 가족은 아니다. 슬픔이 되기도 하고 분노와 갈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사리 치유되지도 않는다.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과 신뢰와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강한 수록, 더 많이 아프고 더 오래 남는다. 한 지붕 아래 함께 하며 반복될수록 낮은 자존감과, 상실감, 치유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쉽사리 끊을 수도, 외면하기도 힘든 가족 간의 갈등은 마음의 상처를 넘어 신체적 질환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꽃향기 가득한 5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그에게로 가서 나도 /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이 생각나는 계절,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고 꽃이 되는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남편은, 자녀는, 부모님은, 형제들은 어떤 의미인지. 나는 또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어떤 의미가 되고 싶은지.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스윗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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