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기획
지역
사람들
오피니언
TV
기획
인터뷰
해양실크로드
문학마당
스타브랜드
창조클럽
역경강좌
장갑수

[문학마당] 탐나는 마음 새 김능자 수필

2019. 07.15. 18:19:47

올해에도 찬바람이 일자 어김없이 불우이웃 돕기 성금 함을 들고 나섰다.

여느 때와는 달리 정장을 차려입은 것은 단정하고 믿음직스러워야 보탬이 될 성 싶어서였다.

벨을 누르고, “불우 이웃돕기입니다.” 하면 서슴없이 문을 따주는 것도 참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어쩝니까. 조금씩만 도와주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만원지폐를 선뜻 내어주는 반가운 분이 있는가 하면 나 살기도 힘든 판국에 무슨 성금이냐는 등 또는 참말로 이 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는지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한 푼 두 냥 모이는 재미도 만만치 않지만 수고한다며 커피를 끓여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가슴에 새기면서. 섭섭한 소릴랑은 귓전으로 날리며 부지런히 대문을 드나들었다.

그런지 몇 날 째인가 오늘은 끝 마쳐야지 싶어 늦은 시간까지 다니다 보니 땅거미가 발길을 휘감았다.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들어가기 어려운 가게에는 이때다 싶어 열심히 누비고 다녔다.

마지막으로 롯데리아 3층에 있는 게임방이 남았다.

PC방을 두어 군데 들렸으나 별 성과가 없어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그곳이라고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장인 듯싶은 젊은 친구가 턱 버티고 앉아 있었다.

“좋은 하루입니다.” 하고 인사를 했더니 그는 화급히 일어서

“정말 좋은 날입니다.”라고 정중한 목소리로 맞아 주었다.

그리고는 그는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누구라는 것도 왜 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좋은 일 하시느라 정말 애쓰십니다. 커피 마실 시간이나 쉬어가세요.”

‘커피 한잔으로 때우려나 보다’ 그리 여기며 의자에 앉았다.

잠시 만에 들고 들어온 찻잔을 가운데 놓고 그와 나는 마주 앉았다.

“연말연시라서 많은 분들이 다녀갔지요. 애써 모은 돈 어려운 사람들과 나눠 쓸 수 있는 것도 큰 보람이지요.”

참으로 듣던 중 반갑고 또 반가운 말 아닌가.

길고도 짧은 그 한마디는 동동대는 내 마음까지도 포근히 녹여주었다.

왁자지껄한 겜방 소음까지도 좋기만 했다.

살며시 일어선 그는 만원 석 장을 조심스레 내밀며 “이거 부끄럽습니다. 많이 못 드려서요.”

난 한없이 가슴이 뿌듯했다.

언행이 반듯한 사람, 이렇게 마음이 가난하지 않는 사람, 이처럼 가슴이 따뜻한 시민이 많다는 거 살맛나는 세상 아닌가.

하늘에 뜬 별빛이 이 밤 따라 더 푸르게 반짝거렸다.

밤거리의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집을 향해 걸으면서 그 PC게임방 주인인 그 사람, 무슨 성을 가졌으며. 이름은 누구 길래(?) 어디가 고향이며 부모형제는 과연 어떤 분들일까?!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건 우리 동내 11통 4반 롯데리아 3층 PC방주인이라는 거 그것밖에......

한 푼 한 푼 모아주는 우리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길거리를 누비는 많은 사람들 모두가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해 보였고.

그날 밤 가로등 불빛은 유난히도 밝았다.


<약력> ‘문학춘추’ 시 작품상, ‘수필과 비평’ 수필 당선, ‘아동문예’ 동시 당선. 광주시문인협회 회원, 시집 ‘하얀 민들레’, 동시집 ‘청새알’, 수필집 ‘세월의 숲’.

광주매일 TV

실시간 HOT 뉴스

가장 많이본 뉴스

기사 목록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