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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연호보리축제로의 초대
명현관
해남군수

2019. 04.25. 18:30:48

보리밭이었던가 밀밭이었던가. 몇 년 전 원빈과 이나영이 스몰웨딩을 한 곳이. 그렇게 평범한 보리밭은 서정성의 극치를 연출하는 훌륭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유명 연예인이 행했던 일이라 더 아름답게 비쳐졌겠지만 강원도 두메산골의 보리밭둑은 어느 웨딩홀보다도 더 멋짐을 폭발시켰다. 그리하여 보리밭은 슬며시 멋스러움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보리가 꼭 아름다움으로만 비쳐지진 않는다. 아스라이 잊혀져 가고 있는 저 시간 너머에서 보리는 배고픔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우리에게 슬프고 가슴 아픈 대상이었던 것이다. 먹을 것이 없었던 시절, 아직 익지 않은 보리로 생명을 연명해야 했던, 굶주림에 고단하고 힘들었던 때의 먹거리로 대표되었다. 보릿고개를 넘기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후기 인상파의 대표주의자인 고흐의 마지막 유작이 된 작품은 밀밭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까마귀 떼 날아가는 밀밭이 을씨년스럽게 표현됐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흉측한 분위기가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다. 서양의 밀밭은 우리나라의 보리밭과 상통하기에 고흐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보리밭이 연상되곤 한다.

확돌에 팍팍 갈아 한번 삶아낸 뒤 소쿠리에 담아 바람 시원한 곳에 걸어두고 밥을 할 때마다 씻은 쌀 아래 둘레둘레 앉혀 끓여내면 맛있는 보리밥이 된다. 여름날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보리밥을 먹으면 혀가 안으로 돌돌 말릴 정도로 맛있다. 그렇더라도 끼니 때마다 그렇게 보리밥을 대하면 지겨운 법, 해서 쌀밥을 부러워했었더랬다. 그러나 지금은 보리밥이 건강식이다. 여름날 보리밥은 보약이다. 겨울의 한기를 품은 음식인지라 태양의 기운이 드센 여름에 섭생하면 음의 기운으로 치솟는 양의 기운을 덜어내며 조화로 이끌어내는데 제격이다.

20만평에 달하는 드넓은 보리밭에서 축제가 열린다. 4월 27·28일 이틀간 해남군 황산면 연호마을 냔냔이농원일대에서 열린다. ‘마을에서 놀자 보리에 반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해남 황산 연호보리축제는 풍년(안전)기원제를 시작으로 통기타, 동네가수, 소리한마당 등 행사가 열린다. 또한 수제맥주와 마을 국밥, 연호 주막 등 먹거리도 맛볼 수 있고, 밀떡구이, 보리육묘 만들기, 솟대만들기 등 체험부스도 마련된다. 마음에 품고 있던 작은 마음들이 모여 혼자 보기 아까운 초록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나누기 위해 ‘작은 마을 보리축제’라는 조촐한 이름으로 해남 연호보리축제가 시작됐다.

봄이 아름다운 땅끝 들녘에서 펼쳐지는 보리축제에 와 봄직하다. 보리가 얼마나 우리에게 건강한 먹거리이고 아름다움을 던져주는 매개체인지를 해남 연호보리축제에서 확인해보시라. 연인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시공간이 되지 않을까. 멋진 보리밭둑에서 프로포즈라도 받는다면, 웨딩마치를 울리다면 정말 감동의 물결이 일 것이다. 아무튼 땅끝 해남의 아름다운 보리밭으로 초대한다. 해남 연호 보리밭은 축제기간만이 아니라 보리가 베이는 그날까지 개방된다. 봄 나들이삼아 온 가족이 한번 와보시라. 아름다운 경치와 건강한 보리밥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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