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의 대권 도전
김진수
본사 서울취재본부장
2018. 11. 13(화) 18:46 가+가-
지난 6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조사결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8.9%로 범진보 진영 1위를 기록했다. 2위 L지사는 11.3%, 3위 P시장은 10.5%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리얼미터는 “이 총리가 타 주자와의 격차를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으로 벌리고, 20%대 근접한 선호도로 선두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11월2일 발표된 ‘리서치뷰’의 범진보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총리는 1위를 차지했다. 리서치뷰는 최근 5개월 동안 여론조사 지지율을 합산 평균해 진보-보수 진영별로 7명씩을 선정해 적합도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이 총리는 20.5%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리서치뷰는 특히 ‘이 총리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도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이 총리는 유일하게 7.6%p 상승했다는 것이다.

대권주자로 인식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까? 이 총리는 지난 10월 한 지상파 TV방송에 출연해 ‘나는 다음 대선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를 묻는 O, X 질문에 X를 선택했다.

그는 자신이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잇따라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러 기분 나쁠 필요까지야 있겠냐”면서도 “총리로서 국정 책임을 맡고 있고,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을 보필해야 할 처지에 자기영업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대선도전 생각이 없다”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총리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역량과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만큼 향후 정국 구도에 따라 출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우선 이 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 정치의 특성상 대통령이 누굴 미는 것 같다는 시그널이 퍼지면 대선주자 후계구도는 한 순간에 훅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말 많던 ‘김동연-장하성’ 교체 과정에서 이 총리가 추천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각각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후임 국무조정실장에 발탁됐다. 인사결과를 발표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례적으로 홍·노 두 사람은 이 총리가 추천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관련한 ‘원 톱’이 될 경제부총리가 이 총리와 손발을 맞췄던 인물로 채워졌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내에서 이 총리의 위상이 더욱 견고해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駐) 영국대사 등 새로 임명된 대사 19명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국무총리가 정상회담의 한 축으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외교부가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영국 연방의 경우는 총독과 총리가 역할을 나눠 맡는다. 그래서 다른 나라와 정상회담을 할 필요가 있을 때 훨씬 많은 나라를 소화할 수 있다”면서 “총리가 정상외교의 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연방의 사례와 비교한 것이긴 했지만 이 총리를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후 대화에서 “이 총리는 역대 총리 중 일을 많이 하는데,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매주 월요일 총리와 정례회동에서 중요사안을 많이 논의하는데 이걸 우리가 발표하니 주목을 못 받는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벌써부터 차기 대권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일이다. 필자도 잘 안다. 앞으로 남은 3년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에서 이 총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고무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그간 호남 출신 리더가 부재한 것에 대한 자괴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총리가 자의에 의해서건, 운명에 의해서건 대권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면 대통령선거라는 ‘광장’을 통과하기 전 우선 민주당 경선이라는 ‘마당’을 거쳐야 한다. 이때 이 총리와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주류세력 내부에서 이른바 ‘표의 확장력’이라는 정치공학적 논리를 들이대며 호남 출신을 배제하려는 관행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민주당의 최대 지지층은 여전히 호남이지만, 민주당의 핵심 주류에서 호남이 배제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역대 당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로 시작해 혁신위원장 박영선, 비대위원장 문희상을 거쳐 문재인, 김종인(비대위), 추미애, 이해찬 대표로 이어져왔다.

호남 출신은 당권에 도전했지만, 언제나 패배했다. 당권 경쟁에 나선 호남 후보자는 능력이나 캐릭터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호남 출신이 당권을 잡으면 ‘호남당’이 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이유로 낙마했다.

이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호남 외의 지역에서 먼저 ‘차기 대통령 후보’ 중 1명으로 부상한 정치인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부러 기분 나쁠 필요가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호남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그리고 중도층에서도 안정감 있는 좋은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축적해가고 있는 이 총리는 호남과 관련한 또 하나의 자부심이다.

솔직히, 대통령이 되면 좋지만 안 되면 또 어떤가? 지금 해온 것처럼 더도 덜도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시라. 당당히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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