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19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당무에서 손을 뗀 주승용 최고위원과 전격 회동했다. 혁신위 출범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만남은 광주일고 3년 선배인 김 위원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당이 여러모로 어려우니 할 이야기가 있으면 (최고위원회)안에서 해야 하지 않겠냐”고 복귀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주 최고위원은 “당내 친노패권주의가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만큼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해진다.

새정치연합 내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은 ‘호남-비노-김한길계’라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갖는다. 호남 중에서도 여수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 동부권’을 대표하는 주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특히 그는 DJ의 ‘황색바람’이 거세던 호남에서 무소속 전남도의원, 무소속 여천군수, 무소속 초대 통합 여수시장에 당선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부 지역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툭툭 내뱉듯 말하는 ‘쉽게’ 의원 되고, ‘편하게’ 3선한 정치인이 아닌 것이다.

정청래의 ‘공갈’ 막말로 불거진 주승용 사퇴 파문 이후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주 최고의 복귀를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팩트(fact)이다.

실제로 5월 8일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 파문 이후 문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 최고위원에겐 자숙을, 주 최고위원에겐 업무 복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어 5월 18일 광주에서 100분 동안 단독으로 주 최고를 만나 당무 복귀를 재차 요청했다. 문 대표는 또 5월 27일 김상곤 혁신위가 출범한 다음날인 28일 주 최고위원을 국회에서 만나 또 한번 사퇴 번복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광주·전남의 지역여론은 “주승용 최고위원의 당무 복귀는 절대 안된다”는 강성 기류가 팽배했다.

하지만, 6월 3일 새정치연합 워크숍에서 주 최고위원이 “(정청래 최고위원의)죄는 미웠지만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사실상 화해를 선언한 이후 지역에서는 “이제는 주 최고위원이 당무에 복귀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당무 복귀에 대한 지역민심은 대체로 양 갈래인 것 같다. 강경파들은 여전히 “절대 안된다”는 입장이고, 온건파는 “이제는 복귀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다.

필자는 강경파도 온건파도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당무 복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이 깨지느냐, 마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들의 직접 선출에 의해 1등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당이 얼마안가 정말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지언정, 그 전까지 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그를 1등 최고위원으로 만들어준 국민과 당원에 대한 의무이다. 선출직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그만 둘 ‘권리’보다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에 따라 계속 일해야 할 ‘의무’가 더 중요하다.

두 번째는 새정치연합 지도부 안에서 지역 문제의 공론화 창구가 소멸됐다는 점이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 경선기간 내내 ‘지역(지방)’이란 화두를 던졌다. 실제 그는 최고위원에 당선된 이후 “지방 출신 최고위원으로 지방을 살리고 지방을 대변하기 위해 전국 각 지방의 현안을 지속적으로 최고위에서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보좌진들은 지방 이슈 발굴을 위해 매일 아침 중앙지만 스크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주요 지방지도 스크랩하는 수고를 더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부재는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 논의에서 ‘지역’이 사라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21일 ‘지방재정 확충 4대 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은 19일 나주 혁신도시 지속발전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개호 의원도 같은 날 ‘취임 845일째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에 다녀간 날이 해외 일정보다 적은 46일에 불과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예로 든 이런 이슈들은 주로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만약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에서 심도있게 다뤄지기만 했다면 얼마든지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이 가능한 주제였다. 이를 통해 지역과 관련된 정책적 대안들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마련될 가능성도 높아졌을 것이다.

당무 복귀와 관련한 주 최고위원의 입장이나 소신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정치적 ‘소신’ 속에 지역적 ‘실리’는 어두운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정치인은 써먹기 위해 존재한다. 만약 써먹을 수 없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의 존재 가치는 이미 없는 것이다./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