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누’ 박지원·주승용
김진수
서울취재본부장
서울취재본부장
- 재생 준비중
2015. 02. 16(월) 18:54 가+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 사는 누(Gnu)라는 동물이 있다. 소과의 포유류인 이 동물은 먹이인 풀을 찾아 1천600㎞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다. 이동할 때는 수만 마리가 큰 무리를 이뤄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룬다.
이 누 떼들이 ‘신천지’를 찾아다니다 보면 반드시 만나는 것이 강이다. 강 건너편에는 싱싱하고 맛있는 풀들이 무궁무진하지만 누 떼들은 이 강을 쉽게 건너지 못한다. 강 속에는 배고픈 악어들이 득시글거리기 때문이다.
누 떼들은 본능적으로 강이 주는 위험을 감지한다. 하지만 강 건너기를 주저하는 누가 많아질수록 굶어죽을 확률도 높아진다. 이쪽 지역의 풀들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만 마리의 누 떼들이 선택을 못하고 주저할 때 용감하게 강물로 뛰어드는 첫 번째 누가 있다. 그를 ‘퍼스트 누(First Gnu)’라고 부른다. 퍼스트 누가 등장하는 순간 주변의 다른 누 들도 그를 따라 하나 둘 강물로 뛰어든다.
수 만 마리의 누 떼들이 강물을 건너는 동안 악어들의 잔치도 시작된다. 적지 않은 누들이 악어 밥이 된다. 하지만 강을 건너지 않았다면 더 많은 수의 누들이 굶어죽었을 것이기 때문에 퍼스트 누의 출현은 누 떼들의 운명에 긍정적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뒤따르는 누보다 퍼스트 누의 생존확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후보의 도전은 비록 실패했지만, 인상적이었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등을 상대로 전개된 선거전에서 그는 거의 모든 정치평론가들이 내렸던 ‘문재인의 싱거운 우승’ 전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선거 막바지에는 오히려 문 후보를 압도하며 문 측이 선거 룰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극도의 긴장감을 문재인 캠프에 던져주기도 했다.
그동안 광주·전남 출신 국회의원들은 제1야당의 당권과 인연이 없었다. 제1야당의 가장 강력하고도 수준 높은 지지자들이 광주·전남 지역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경선에서는 경쟁 후보에게 큰 차이로 낙선했던 것이다.
70객 박지원 후보가 보여준 화이팅은 그를 껌 딱지처럼 따라다녔던 일부 부정적 평가를 불식시키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특정 목표를 향한 당당하고 과감한 도전은 젊은이들만의 몫이 아님을 실천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불과 3.52%포인트 차이의 승부였음에도 선거 후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도 긍정적이었다. 이에 대한 평점은 광주·전남 이외의 지역에서 특히 높았음은 물론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광주·전남의 정치인들에게 박지원 의원은 ‘퍼스트 누’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박지원을 ‘호남의 맹주’로 표현하면 “그가 왜 호남의 맹주냐”고 따졌던 사람들도 이제는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1등 최고위원에 등극한 주승용 의원도 주목된다. 광주·전남 출신 의원 가운데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동안 광주·전남의 다른 의원들도 선출직 최고위원에 당선되기도 했지만 1위는 아니었다. 1위는 그만큼 소중하며 어렵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등장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경선 기간 내내 ‘지역(지방)’이란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지방)이란 개념은 서울(수도권)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면서 서울-지방이 마치 위-아래, 좋음-나쁨, 앞섬-뒤처짐 등의 또 다른 표현인 것 같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1야당의 최고위원 회의에서 누군가 지역(지방)의 문제를 언급하면 ‘자기 지역구 챙기나’, ‘할 말도 꽤 없는 모양’이라는 조롱섞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광주지역 최대 현안 중의 하나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 개정안 문제는 그동안 박혜자 의원 등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문제 제기됐으나 제1야당의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광양 출신의 우윤근 원내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는 참석했으나 있으나마나였다.
반면 여수을 지역구 출신의 주승용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아특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면서 새누리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강조했다. 최고위원회 취임 일성으로 ‘아특법’을 다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날 “지방 출신 최고위원으로 지방을 살리고 지방을 대변하기 위해 전국 각 지방의 현안을 지속적으로 최고위에서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 뿐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각 지역의 핫 이슈가 제1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진다는 것은 지방의 문제가 서울의 문제와 똑같이 대등한 정치적 무게로 다뤄진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점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치적 이슈의 서울-지방 대등화를 시도한 ‘퍼스트 누’라 불릴 만하다.
곧 설 연휴가 시작된다. 정치 뿐 아니라 사회·문화·체육·예술 등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신천지’로 이끌 많은 광주·전남 출신 ‘퍼스트 누’들의 출현을 기대하는 소원도 함께 빌어본다.
이 누 떼들이 ‘신천지’를 찾아다니다 보면 반드시 만나는 것이 강이다. 강 건너편에는 싱싱하고 맛있는 풀들이 무궁무진하지만 누 떼들은 이 강을 쉽게 건너지 못한다. 강 속에는 배고픈 악어들이 득시글거리기 때문이다.
누 떼들은 본능적으로 강이 주는 위험을 감지한다. 하지만 강 건너기를 주저하는 누가 많아질수록 굶어죽을 확률도 높아진다. 이쪽 지역의 풀들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 만 마리의 누 떼들이 강물을 건너는 동안 악어들의 잔치도 시작된다. 적지 않은 누들이 악어 밥이 된다. 하지만 강을 건너지 않았다면 더 많은 수의 누들이 굶어죽었을 것이기 때문에 퍼스트 누의 출현은 누 떼들의 운명에 긍정적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뒤따르는 누보다 퍼스트 누의 생존확률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후보의 도전은 비록 실패했지만, 인상적이었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등을 상대로 전개된 선거전에서 그는 거의 모든 정치평론가들이 내렸던 ‘문재인의 싱거운 우승’ 전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선거 막바지에는 오히려 문 후보를 압도하며 문 측이 선거 룰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극도의 긴장감을 문재인 캠프에 던져주기도 했다.
그동안 광주·전남 출신 국회의원들은 제1야당의 당권과 인연이 없었다. 제1야당의 가장 강력하고도 수준 높은 지지자들이 광주·전남 지역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경선에서는 경쟁 후보에게 큰 차이로 낙선했던 것이다.
70객 박지원 후보가 보여준 화이팅은 그를 껌 딱지처럼 따라다녔던 일부 부정적 평가를 불식시키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특정 목표를 향한 당당하고 과감한 도전은 젊은이들만의 몫이 아님을 실천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불과 3.52%포인트 차이의 승부였음에도 선거 후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도 긍정적이었다. 이에 대한 평점은 광주·전남 이외의 지역에서 특히 높았음은 물론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광주·전남의 정치인들에게 박지원 의원은 ‘퍼스트 누’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박지원을 ‘호남의 맹주’로 표현하면 “그가 왜 호남의 맹주냐”고 따졌던 사람들도 이제는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1등 최고위원에 등극한 주승용 의원도 주목된다. 광주·전남 출신 의원 가운데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동안 광주·전남의 다른 의원들도 선출직 최고위원에 당선되기도 했지만 1위는 아니었다. 1위는 그만큼 소중하며 어렵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등장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경선 기간 내내 ‘지역(지방)’이란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지방)이란 개념은 서울(수도권)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사용되면서 서울-지방이 마치 위-아래, 좋음-나쁨, 앞섬-뒤처짐 등의 또 다른 표현인 것 같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1야당의 최고위원 회의에서 누군가 지역(지방)의 문제를 언급하면 ‘자기 지역구 챙기나’, ‘할 말도 꽤 없는 모양’이라는 조롱섞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광주지역 최대 현안 중의 하나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 개정안 문제는 그동안 박혜자 의원 등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문제 제기됐으나 제1야당의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광양 출신의 우윤근 원내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는 참석했으나 있으나마나였다.
반면 여수을 지역구 출신의 주승용 의원은 지난 13일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아특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면서 새누리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강조했다. 최고위원회 취임 일성으로 ‘아특법’을 다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날 “지방 출신 최고위원으로 지방을 살리고 지방을 대변하기 위해 전국 각 지방의 현안을 지속적으로 최고위에서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 뿐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각 지역의 핫 이슈가 제1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진다는 것은 지방의 문제가 서울의 문제와 똑같이 대등한 정치적 무게로 다뤄진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점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치적 이슈의 서울-지방 대등화를 시도한 ‘퍼스트 누’라 불릴 만하다.
곧 설 연휴가 시작된다. 정치 뿐 아니라 사회·문화·체육·예술 등 각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신천지’로 이끌 많은 광주·전남 출신 ‘퍼스트 누’들의 출현을 기대하는 소원도 함께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