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정치권이 요동칠 조짐이다.

우선, 새로운 리더십 창출을 위한 시·도당 개편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 후보까지 지냈던 정동영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치연합 탈당과 신당합류를 공식화했다. 회견의 정치적 타이밍을 고려할 때 그는 조용히 물러나는 방식보다 탈당의 충격파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 전 의원의 영향권 아래 있는 전북의 일부 지역 당원들과 정 전 의원으로 인해 정치에 입문했던 인물들이 연쇄적으로 동반퇴진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또한 ‘호남개혁정치 복원’을 내세우며 광주에서 새롭게 둥지를 튼 천정배 전 의원 역시 신당합류를 숙고 중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실제 천정배 전 의원이 정동영 전 의원에 이어 두 번째 충격파를 던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사태는 분명히 정동영이나 천정배로 상징되는 어떤 정치세력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협소한 ‘그릇’ 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리더십이 창출되더라도 현재의 당내 세력구도 하에서는 정동영과 천정배가 설 땅은 없다는 반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과 전북 등 호남권의 정치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지난 총선·대선 패배 이후부터 ‘호남정치 복원’이란 용어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호남정치 복원’이란 용어는 그동안 야권의 최대 지지기반이면서도 정작 호남출신 정치인들이 당 지도부에서 소외돼, 호남인들의 뜻을 잘 반영치 못했던 정치적 현실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13년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도전했던 이용섭 전 의원에 이어 최근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박주선 의원까지 ‘호남정치 복원’을 외치며 당권 도전에 나섰던 것이다.

‘호남정치 복원’에 대한 호남의 인식과 여의도의 그것은 차이가 커 보인다. 새정치연합 당권경쟁에 나섰던 박주선 의원이 언론 칼럼 등을 통해 거듭 밝혔다시피 ‘호남정치 복원’이란 단순히 호남 지역주의 정치를 복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호남의 정신을 잇는 정치를 복원한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이 언급했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의 애국애족 정신. 5·18민주화운동이 상징하는 반독재투쟁 정신. 그것이 호남의 정신이다. ‘호남정치 복원’이란 바로 그러한 정신을 잇는 정치를 복원하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호남정치 복원’에 대한 여의도의 해석은 ‘호남 출신 정치인이 지역주의적 표 결집을 통해 정당의 지도자로 나서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호남과 여의도의 해석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여의도 뿐 아니라 ‘호남정치 복원’을 외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경기, 경상, 충청, 강원, 제주 등 우리 ‘이웃’들의 시선도 오해가 많은 것 같다. ‘호남정치 복원’을 ‘약무호남 시무국가’나 ‘5·18민주화운동’이 상징하는 애국과 지역평등, 민주주의 숭상 등의 가치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호남 지역주의 복원 등으로 해석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쉽지만 이웃들이 그렇게 오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런 오해를 풀기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한다. 왜 내 진심을 몰라주느냐고 떼를 쓰기보다는, 이웃들이 우리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해 줄 때까지 ‘호남정치’의 진정한 의미를 묵묵히 행동으로 실천해 보여야 한다.

그래서 ‘호남정치 복원’이란 정신적 가치가 대한민국이란 ‘뼈’에 붙은 살로 변하고, 그 살이 또 다시 반복된 실천을 통해 근육으로 승화돼야 만 ‘호남정치 복원’은 이웃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민족적·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대한민국이란 ‘뼈’를 힘있게 받치는 것은 결국 강한 근육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만 번 구부러져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이다. 중국의 양쯔강이 서쪽 발원지로부터 시작해 왼쪽으로 구부러졌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휘고, 심지어 뒤돌아 갔다가도 결국 동쪽으로 흐르는 것처럼 누구라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는 한 아무리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꿈을 이루게 된다는 희망과 기대를 담은 말이다. 어디 양쯔강뿐이랴. 개인의 삶도, 어떤 정치세력도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지 않고 성공이란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비록 몇몇 정치인이 외쳤던 ‘호남정치 복원’의 기치는 현재 좌절됐지만, ‘호남정치 복원’의 메시지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 속에 담긴 정확한 ‘호남’의 가치가 제대로 우리 ‘이웃’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만절필동의 정신으로 거듭돼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