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바일 선거’ 문제로 또 다시 진통을 시작했다.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최근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모바일 선거가 문제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자 박지원 비대위원이 “공사석에서 말을 조심하라”고 즉각 견제구를 날린 것에서 알 수 있듯 ‘모바일 선거’ 문제는 매우 민감한 주제이다. 당권이든 대권이든 ‘모바일’이 개입되면 특정 계파의 후보들만 우승했던 것이 야당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선거는 지난 2012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를 선출할 때 시작되어, 이해찬 대표, 문재인 대선후보 선출하는데 적용됐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친노’ 인사들만 ‘모바일 선거’의 수혜자가 됐다.

한명숙 대표는 당시 대의원 2만1천여명의 현장투표(30% 반영)와 당원 12만명, 시민 65만명 등 77만명으로 구성된 시민ㆍ당원 선거인단 투표(70% 반영)를 합산하여 선출됐다. 사실상 65만명의 시민선거인단이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결과이다.

이해찬 대표는 대의원(지역·정책·재외국민) 선거인단 1만5천178명의 투표결과를 30% 반영하고, 권리당원 16만4천10명과 당원·시민선거인단 12만2천965명 등 28만6천975명의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70% 반영하는 방식으로 선출됐다.

두 번의 전당대회에서 주목할 것은 모바일투표가 현장투표를 압도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해찬 후보가 대의원 및 현장투표에서 김한길 후보에게 뒤지고도 당원·시민선거인단의 모바일투표에서 역전한 결과는 이후 주요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선후보 선출의 경우, 모바일투표와 현장투표, 투표소투표 득표수를 합산한 결과, 34만7천183표(56.5%)를 얻어, 13만6천205표(22.2%)를 얻은 손학규 후보를 20만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선출됐다.

문재인 후보가 초반부터 압승한 배경에는 모바일 투표의 강력한 지지가 밑바탕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후 야권 내부에서 모바일 선거를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이 제기됐고 대선 패배 이후 모바일선거는 결국 폐지되고 말았다.

‘모바일 선거’와 관련한 새정치연합 내부의 주요 쟁점은 ▲투표의 4대 원칙(보통, 평등, 비밀, 직접선거) 위배 ▲당의 정체성 및 당원의 사기 저하 등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사실 ‘모바일 투표’는 투표의 4대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공개투표, 대리투표는 물론 개표와 관련한 테크놀러지의 공정성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중앙선관위는 다른 선거와 달리 모바일 선거에 대해 위탁 관리를 맡지 않고 있다.

또한 단순히 대중적 인기에 따라 선거결과가 좌우된다. 따라서 당의 일관된 노선과 원칙은 사라지고 당시의 인기와 유행에 따라 대중영합적인 정치가 지배한다. 또한 당원의 사기는 급격히 저하되고, 전통적인 당원 구조가 무너진다.

또 하나 전남과 같은 농어촌 지역의 고령자들에게 ‘모바일 선거’는 그 자체로 심각한 제약일 수 있다. 지역이나 세대별로 차별이 예상되는 선거 제도라면 명확한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도입하지 않는 것이 옳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선거에 대해 “당의 외연과 국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유용하다”면서도 “당의 정체성과 당원 구조의 해체라는 점에서 정당 정치를 파괴하는 주범”이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결국 ‘모바일 투표’는 사안에 따라 각기 달리 적용하는 지혜를 필요로 한다. 즉, 당의 정책이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모바일 투표’가 유용하다. 국민의 의견 수렴은 물론 참여자로 하여금 당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직이나 공직후보를 뽑는 데 있어 모바일 선거는 부적절하다. 모바일 선거가 갖고 있는 정치적 기술적 위험성은 당내 민주주의는 물론 대한민국 정치의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투표의 4대 원칙도 깨지고, 선관위조차 위탁관리 하지 않는 방식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서울취재본부장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