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가 ‘동구 합창단’의 세계합창대회 참가를 위해 3천만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문화도시 위상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역대급 세수 결손으로 어느 때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맞지 않는 지출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밖에도 매년 수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동구청도 자체 홈페이지에서 관련 소식 전달 및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내실 강화’가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동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동구의회 제308회 2024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동구 합창단 단복비 명목 2천만원, 세계합창대회 신청비 1천300만원, 합창대회 여비 1천700만원 등 총 5천만원이 증액됐다.

동구 합창단은 지난 1996년 구민의 정서 함양 및 지역 문화 창달과 행정 당국의 위상 정립을 위해 창단됐다.

현재 단장·지휘자·반주자·단원 등 총 46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가입은 관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동구는 매년 합창단의 공연을 위해 구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2022년 7천744만원, 2023년 9천190만원이 사용됐다.

올해는 당초 4천270만원이 책정됐다가 추경 예산안을 포함해 총 9천270만원이 편성됐다.

이 중 이번 추경 예산 3천만원은 오는 10월24일-11월1일 스페인 방문 일정에 사용된다.

세부 일정은 10월25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합창대회 ‘Sing For Gold’ 출전 후 칼레야에서 우정·축하 콘서트에 참가한다.

칼레야의 우정·축하 콘서트는 지난해 동구를 찾아 공연을 펼친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에 보답하기 위해 참가한다는 게 동구의 설명이다.

10월27일까지 해당 일정을 소화한 뒤 동구 합창단은 마드리드로 이동, 같은 달 29-31일 ‘헤타페 폴리포닉’ 합창단과 3차례 합동 공연을 연 뒤 귀국한다.

일정에는 동구합창단 42명이 각각 420여만원을 자부담하고 함께하며, 참가비와 경비 일부는 동구가 추경 예산을 통해 부담한다.

이를 두고 “인문·문화·관광 도시를 구정 목표로 두고 있는 동구의 합창단인 만큼 세계대회 참가는 선도적인 행보”라는 긍정적 반응이 있는 반면 “광주 타 자치구 합창단 어느 곳도 참가하지 않는 세계대회에 너무 많은 예산을 쓰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실제 타 자치구 대비 동구가 합창단에 쓰는 예산은 많은 편이다. 최근 3년간 광주 5개 자치구는 매년 평균 합창단에 4천만-5천여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내실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동구청 홈페이지 내 합창단 관련 활동 내역과 자료실은 각각 2022년·2016년에 머물러 있는 등 관리 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박현정 동구의원은 “동구를 대표하는 합창단의 명성이 높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지자체 예산이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금액을 들여 해외로 나가는 게 시기 상 부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