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월이다.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이다. 40여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5·18 관련 해결되지 않은 의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제44주년 5·18의 시대적 과제를 알아보기 위해 5·18의 현주소, 해결 방안, 지향점 등을 5회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최근 5·18민주화운동 부상자·공로자회와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오월 공법3단체가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시민사회와의 해묵은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올해 행사의 슬로건인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의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일부 공법단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3단체 모두 제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또 신규 집행부 구성을 통한 단체 정상화를 꾀한 부상자회의 경우 지난 주말 열려 했던 정기총회가 또 다시 무산되며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신임 회장 등을 선출한 공로자회 역시 구성원 간 법정 다툼을 준비하고 있는 등 반목이 여전해 올해도 대동정신과 동떨어진 오월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2일 오월 공법 3단체와 만남을 갖고 올해 행사에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다만, 3단체의 행사위원회 참여는 성사되지 않았다. 일부 공법단체에서 행사위 참여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단체는 오는 11일 부상자회 임시총회 이후 행사위 합류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당초 부상자회는 지난 4일 정기총회를 열어 신규 회장 등 임원진을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황일봉 전 회장 측이 법원에 청구한 ‘임시총회소집허가’가 지난달 25일 받아들여져 연기를 결정했다.

현재 황 전 회장은 회원 자격이 정지된 상태로 임시총회를 통해 이를 무효화한 뒤 임원 선거에 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황 전 회장 재임 때인 지난해 2월19일 부상자회는 공로자회,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2·19 대국민 선언’을 했다. 이들 단체는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자는 취지라고 밝혔으나 광주·전남 시민사회에선 “과도한 당사자 주의가 빚은 참사”라며 철회를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독자 노선을 고집했고 결국 지난해 행사위원회에서 탈퇴했다. 같은 해 유족회마저 “3단체가 함께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며 행사위원회를 나오면서 공법 3단체와 시민사회 간 대립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후 부상·공로자회가 각 회장들을 자체 징계하면서 내부 갈등은 심화됐다.

공로자회의 경우 지난 3월 신임 윤남식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홍도 잦아드는 듯 했지만 회원들이 법원에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 공로자회 역시 정상화까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올해 각 단체의 대표 오월 행사인 부활제와 민주기사의 날을 개최하지 않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족회는 오는 17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진행할 추모제를 준비하며 2개 단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행사위 독자 참여는 쉽지 않아 반쪽짜리 44주년 행사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광주지역의 한 원로는 “행사위에 시민사회만 있게 된다면 당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법 3단체가 44주년 행사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5·18 44주년이 행사 주제처럼 ‘모두의 오월, 하나 되는 오월’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반목·대립하고 있는 3단체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