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도 참여권이 주어지기를 / 이세연
2024. 04. 11(목) 19:52 가+가-

이세연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팀원

총선의 전국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사전 투표율 상승에 이바지하기 위해 작년에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고 방문했던 사람으로서 뿌듯했다. 작년 여름에 태어난 아이는 이제 막 일어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어린아이다. 당연하게도 아빠와 사전 투표에 함께했단 사실을 기억하진 못할 것이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체험시키고, 나중에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에 함께 투표소를 방문했다. 혼자가 아니어서였을까, 아이를 품에 안은 손도 무거웠지만, 투표에 참여하는 마음가짐 또한 이전과는 조금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니 세상을 보는 시선과 생각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인도는 울퉁불퉁한 바닥에 유모차를 탄 아이의 머리가 흔들릴까 걱정이 앞섰고, 산책하며 돌아다니던 골목길은 갓길 주차로 시야가 좁아진 위험지대가 됐다. 이번 선거도 그랬다. 나는 우리 아이와 살아갈 사회가 더 좋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직접 투표할 수 있지만, 선거권이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자기의 생각과 목소리를 표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는 국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대부분의 나라는 성숙도와 책임성을 반영해 선거권자의 나이에 제한을 두고 있다. 그 결과, 나이가 어린 아이에게는 투표권이 제한되고, 사회 참여에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몇몇 나라에서는 사회의 일원인 아이들이 본인의 목소리를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스웨덴 등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모의 선거’를 실시한다. 학생들이 실제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피고, 직접 토론에 참여해 투표까지 진행한다. 덴마크는 2년에 한 번씩 정치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학생 선거를 실시한다. 당연하게도 선거 운동 기간이 있으며, 정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400여 개의 학교에 방문해 학생들과 토론회를 한 후 학생들은 직접 투표하는 체험 활동을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활동이 있다. ‘초록우산’에서 진행하는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이다. ‘미래에서 온 투표’는 투표권이 없어 공약 수립 과정에 배제되기 쉬운 아이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으로 지역별 토론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공약을 정당과 후보자에게 전달해 정책 반영을 촉구한다. 올해는 전국 1만6천여 명이 지지한 교육·학교, 놀이·문화, 폭력, 안전, 복지, 아동 참여와 의견 존중이라는 6개 분야에서 총 18개 공약을 총선에 출마한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전달했다.

공공영역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20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청소년 모의 투표’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불허 결정을 내려 무산됐다.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진행된 모의 투표 결과가 여론조사로 비칠 수 있어 선거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해할 수 있는 지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선거권은 만 18세 이상 국민에게 있다. 선거권 연령이 이전보다 낮아진 것처럼, 준비된 유권자를 만들기 위해선 아이들에게 더 많은 참여와 체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젊은 세대로 성장할 아이들이 자유와 민주주의에 토대를 둔 사회 안에서 참여 의식을 높이고, 공동의 책임감, 권리와 의무 행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다음 선거 때는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주인공인 정책에 관해 직접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이 제공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피선거권자들이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눴다는 훈훈한 장면이 자주 보이면 좋겠다. 그런 날이 좀 더 빨리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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