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바람, 불어오는 물결.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는 문장이지만 이는 동·서양의 미적 세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언어 간 모순을 통해 두 문명이 공명하는 에너지를 극대화한 것. 동양과 서양은 물이 흘러가듯, 바람이 불어오듯 같은 방식으로 결합되면서도 때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동·서양 예술의 시각적 차이와 공통점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7월7일까지 개관 3주년 특별기념전 ‘흘러가는 바람, 불어오는 물결’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남을 대표하는 수묵 작품부터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해외 작가들 작품까지 동서양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구분돼 있다. 1부 ‘사실과 사의’, 2부 ‘비움과 채움’, 3부 ‘균형과 조화’를 주제로 국내외 작가 28명의 작품 총 36점을 선보인다.

1부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권 예술가들이 자연을 해석하고 묘사하는 여러 관점을 살펴본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현실적으로 재현한 서양의 풍경화와 현실 너머 이상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동양의 풍경화를 통해 두 문명을 하나로 연결하는 ‘자연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외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기 바르돈, 앙드레 브라질리에를 포함해 한국 작가 유근택, 허달재, 이세현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추상미술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그것이 제공하는 무한한 창의성이 특징이다. 2부에서는 여백을 통해 공간 사이의 역동적 균형을 만들어내는 동양의 추상과 기하학적 형태, 색을 조화롭게 배치한 서양의 추상을 미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이우환, 이응노, 이강소 등의 작품과 빅토르 바사렐리, 피터핼리, 메리오버링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21세기 동·서양의 문화와 철학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동·서양이 교차하는 지점, 경계를 넘은 하나의 땅, 하나의 목소리가 있는 곳에서 두 문명의 지혜가 융합되고 조화를 이뤄낸다. 3부에서는 두 문명의 철학과 문화 사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해 낸 작가들 작품을 전시해 동·서양 문화와 역사, 전통과 현대, 장르 간 융합과 조화를 보여준다. 특히 서양 미술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동양의 정신적 요소와 현대 기술을 통합해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백남준의 작품과 함께 황인기, 로랑그라소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남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지역을 대표하는 수묵 작품과 더불어 세계적인 작가들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지역 간 문화격차를 완화하며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 바르돈作 ‘아일랜드의 빛’

이응노作 ‘문자추상’

백남준作 ‘달은 가장 오래된 TV’

빅토르 바사렐리作 ‘비-베가’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