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모든 지자체는 주민자치를 지향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제1조 목적에서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및 운영,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행정에 민주성을 내걸고 있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행정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땅히 주민이 주인 되는 주민자치로 나가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행 단체자치 요소를 점진적으로 줄여감과 동시에 주민자치 요소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지방자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된 주민자치가 있고, 다른 하나는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된 단체자치가 있다.

주민자치는 영국에서 통일국가가 성립하기 이전부터 각 지방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총회를 중심으로 자치 전통이 수립됐다. 통일국가가 성립된 이후에도 이러한 전통이 계속해서 이어져 온 제도다. 주민자치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과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 주민자치는 자주적 자치행정을 의미한다. 지역의 사무를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는다. 대체로 지역의 주민은 대표자를 선출하고 대표자에게 지방의 행정처리를 맡기는 간접 민주정치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중요하고 특정한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직접 의사를 묻고 결정하는 직접민주정치의 방식도 취한다. 정치적인 요소가 많이 내포된 방식을 의미한다.

단체자치는 집권국가로 전통이 강한 독일과 프랑스에서 주민들의 생활문제와 관련된 해결을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인격을 부여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자치를 국가에 의하여 부여된 권리로 인식한다. 단체자치는 국가와 별개의 법인격을 갖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해당 지방의 사무를 가능한 한 국가와 관여 없이 자치단체로 하여금 처리토록 하는 제도다. 단체자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 국가가 국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지방자치단체도 국가에서 독립된 공적인 법인으로서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주적으로 그 의사를 결정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형태의 자치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주민자치와 단체자치의 특성들이 혼합되어 적용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 주민자치회, 마을만들기 등 지방행정의 제반 과정에 각종의 주민참여가 가능하도록 주민참여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주민자치의 특성을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국가의 권한과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지방분권정책은 단체자치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지방자치를 부활시켜 실시한 지 벌써 33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주민자치보다 단체자치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더불어 지방의회의 권한은 자치단체장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단체자치에서 주민자치로 확대 강화해야 한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로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