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렇게 증도를 찾아가는 것은 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어망을 지닌 채 찾아 나선 갯벌은 언뜻 말라가는 듯하다 갯고동이 주물럭대는 팔다리들이 썰물이 다니는 길을 가르쳐 준다 이것은 모든 것이 슬기롭고 조용한 오후의 일이다

갯길로 드나드는 수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바닷물이 들면 여기 갯벌에 휴식이 든다 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짱뚱어는 즐겁게 뛴다 갈빛 게가 파헤치는 굴삭기 붉은 발도 진흙을 도와 휴식을 한다 세발낙지가 빨려드는 집 대문은 계단이 없다 대수롭지 않게 열려 있는 갯벌 문을 닫아 거는 것은 오직 바닷물이다

해안을 굽이치는 일주로가 바라보이는 증도 가는 길
수평선에 해가 뜨고 지는 것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민어는 찬란한 물결과 함께 놀고
해안가 일몰은 그렇게 그물에 걸려 팔딱거린다
갯벌에만 태어나는 생기가 거기 아름답게 펼쳐난다.
작은 배는 멀리 떠 있는 섬들을 향해 통통통 떠난다
가슴에 고여있는 포말泡沫을 철철 넘치게 풀어놓는다

<이돈배 약력>
▲시집 : ‘카오스의 나침반’, ‘유형열차’, ‘바다 위의 기린’ 등
▲문학평론집 : ‘균열공간의 조형과 실체인식’ 외
▲수상 : 현대시작품상, 영랑문학상, 김현승문학상, 한국문학비평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