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경남 산청 동의보감 둘레길
허준의 스승 유의태와 가락국 구형왕 흔적이 서린 길
2023. 06. 27(화) 19:59 가+가-

동의보감촌은 한의학을 주제로 한 관광시설이다. 동의보감촌은 산청한의학박물관, 한방약초체험테마공원, 한방테마공원, 약초관, 한방기체험장, 엑스포주제관 등을 갖추고 있다.

통영-대전고속도로는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 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주변에 농경지가 형성되고 여러 마을이 둥지를 틀었다.

경호강은 지리산 북쪽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모여 만든 엄천강과 합류해 덩치를 키운다. 통영-대전고속도로는 경호강을 따라 남쪽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생초IC를 빠져나가 동의보감촌으로 향한다. 동의보감촌은 왕산(925m)과 필봉산(858m) 자락 해발고도 370-380m 높이에 둥지를 틀었다.

필봉산은 산봉우리가 붓끝처럼 뾰족해 붙여진 이름이다.

필봉산이 산의 생김새를 따라 지어진 이름이라면, 왕산은 산이 가지고 있는 내력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왕산은 지리산 왕등재, 국골, 두지터 같은 지명과 함께 가락국 역사와 관련이 있다. 탄영스님이 쓴 ‘왕산사기’에 의하면 “산위에 왕대가 있고, 산 아래에 왕릉이 있기 때문에 왕산이라 한다”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촌에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넓은 주차장에 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동의보감촌을 산청 땅에 만든 데에는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산청 출신이기 때문이다. 유의태는 경남 산청군 신안면에서 출생해 당대 제일의 신의(神醫)로 여겨졌다. 유의태는 동의보감을 저술해 의성(醫聖)으로 칭송받은 허준의 의학적 자질과 지식을 키워준 스승이다.

동의보감촌은 한의학을 주제로 한 관광시설이다. 동의보감촌은 산청한의학박물관, 한방약초체험테마공원, 한방테마공원, 약초관, 한방기체험장, 엑스포주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자연휴양림과 호텔·콘도 같은 숙박시설은 물론 식당과 카페, 판매시설까지 갖췄다.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도 개설돼 있다.

엑스포주제관 옆 도로를 따라 약초관 뒤편으로 올라가니 신연당루라는 편액이 붙은 누각이 기다리고 있다. 신연당루 근처 전망대에서는 동의보감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동의보감촌을 뒤에 두고 완만한 임도를 따라 동의보감 둘레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동의보감 둘레길은 왕산 해발 400-450m 높이의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다. 임도 주변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길가에는 종종 엉겅퀴, 으아리 같은 야생화가 꽃을 피웠다.

동의보감 둘레길은 왕산 해발 400-450m 높이의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다. 임도 주변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길가에는 종종 엉겅퀴, 으아리 같은 야생화가 꽃을 피웠다.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들리지 않는 산속에서 여러 종류의 새들이 감미로운 자연음악을 들려준다. 붉은 줄기에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적송이 숲을 이뤄 산의 격조를 높여준다. 나무 사이로 멀리 왕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들리지 않는 산속에서 여러 종류의 새들이 감미로운 자연음악을 들려준다. 붉은 줄기에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적송이 숲을 이뤄 산의 격조를 높여준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구형왕릉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 갈림길에서 10분 쯤 내려가면 구형왕릉을 만날 수 있다.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알려진 구형왕릉은 사료가 부족해 공식적으로는 ‘전(傳) 구형왕릉’이라 부른다.

가락국의 마지막 왕 제10대 구형왕은 즉위한지 12년만인 서기 532년 신라 법흥왕의 침공을 받아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구형왕은 가락국을 신라에 양도했다. 이후 구형왕은 산청 왕산으로 들어와 수정궁을 짓고 은거하다가 5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왕산 자락에 묻혔다. 신라 김유신은 구형왕의 증손자다.

구형왕릉 갈림길에서 7백여 m를 더 가서 유의태약수터에서 내려오는 등산로를 만난다. 임도 옆에는 사각정자 형태의 쉼터도 마련돼 있다. 정자 옆에는 왕산사지 부도탑 4기가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왕산사는 구형왕이 기거하던 수정궁터에 지어진 사찰이다.

유의태약수터 입구에는 왕산사지 부도탑 4기가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다.


왕산사지 부도탑에서 왕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3백 m를 오르면 유의태약수터에 이른다. 계곡 옆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맛 좋은 약수터를 사람들은 ‘유의태약수터’라 부른다.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약재를 다릴 때 이 물을 길어다 사용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유의태약수터는 지금도 이 고장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약수터로 이용된다.

‘유의태약수터’ 입구에서 계속해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나무에 가려졌던 시야가 가끔씩 터져 주변 산과 마을이 다가오기도 한다. 산자락을 굽이돌며 흐르는 엄천강도 내려다보인다. 산이 있고, 산에서 흘러나온 물길이 있어 농경지가 형성됐다. 산과 물, 농경지에 기댄 마을이 포근해 보인다.

쌍재에 가까워지면서 지리산 둘레길 5구간을 만난다.

지리산 둘레길과 만나는 임도 아래에는 옛날 쌍재마을이 있었다. 해발 400m 산중턱에 자리한 쌍재마을은 한때 30가구가 살았던 산촌마을이었으나 주민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나고 현재는 고향을 찾아 귀농한 한 가족이 약초를 기르며 살고 있다.

동의보감 둘레길은 임도를 따라 쌍재까지 지리산 둘레길과 동행한다. 왕산 북쪽과 서쪽 비탈을 돌았던 임도는 어느덧 왕산과 필봉산 남쪽 산허리를 돌아가고 있다.

산 아래 골짜기에 수철마을을 비롯한 자연부락과 산비탈을 일군 다랑논들이 정답게 바라보인다. 점차 산청읍내의 건물과 경호강도 시야에 들어온다. 내내 임도를 따라 걷다가 오늘 처음으로 산길로 접어든다. 한 사람 정도 다닐 수 있는 오솔길은 소나무 숲으로 뒤덮여 그윽하다.

동의보감둘레길에서 바라본 산청읍내와 경호강.


다시 임도를 만난다. 산청읍내가 바로 아래에 와 있다. 산청읍은 왕산·필봉산과 웅석봉, 둔철산과 정수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경호강이 산청읍내를 굽이돌며 흘러간다. 이런 산청의 모습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산에서 바라본 세상은 평화롭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항상 시끄럽고 복잡하다.

동의보감촌이 눈앞에 와 있다. 운치 있는 솔숲길을 내려가니 동의보감촌이다.

동의보감촌 안에는 ‘허준순례길’이라는 이름의 산책길도 마련돼 있다.

허준순례길에는 무릉교라 불리는 출렁다리도 있고, 해부동굴 모형도 만들어놓았다.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자신이 위암 말기에 이르자 허준이 원하는 인체와 의술에 대해 보여주고 가르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해부용으로 내놓았다.

“내 생전의 소망을 너에게 의탁하여 병든 몸이나마 내 몸을 너에게 준다. 명심하거라. 내 몸이 썩기 전에 지금 곧 내 몸을 가르고 살을 찢거라.”

세상 모든 병든 이들의 고통을 덜어달라고 당부하는 마지막 서찰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승에게 허준은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의원이 되기를 두려워하거나 의약과 침으로 돈이나 탐하게 되거든 나를 벌하여주옵소서.”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산청 동의보감 둘레길은 동의보감촌을 품고 있는 왕산과 필봉산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한의학 특화 관광단지인 동의보감촌에서 시작해서 산허리를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형 둘레길이다.
※코스 : 동의보감촌 주차장→풍차전망대→구형왕릉 갈림길→유의태약수터 입구→쌍재→동의본가→동의보감촌 주차장
※거리, 소요시간 : 17.2㎞, 4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동의보감촌 주차장(경남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로555번길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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