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일상 속 아주 짧은 시간의 여유를 통해 우리 삶에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광주매일신문 주최로 지난 18일 서구 홀리데이 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0기 창조클럽아카데미 제3강에서 이창용 미술사가 ‘거장의 삶과 명화 속에 담긴 열정과 감동의 스토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의에 앞서 이 미술사는 “뭇사람은 그림을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고, 어렵다고 생각해 지레 겁을 먹고 알아가기를 포기하지만 이는 선입견에 불과하다”며 “짧은 시간의 강연이지만, 그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미술사는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 일평생 고난과 맞서 싸웠던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고흐는 역사상 가장 많은 그림을 그린 화가는 아니나, 그림을 그렸던 9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2천여점이라는 압도적으로 많은 그림을 그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성공을 갈망했던 사람으로 보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며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화상(畵商), 신학교 지망생, 전도사 등 갖은 방황 후 28세라는 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가 그린 명작들에 얽힌 이야기를 조명했다.

이어 “고흐는 전도사의 꿈을 잃고 우울증으로 방황했으나 동생 테오 반 고흐의 후원으로 그토록 좋아하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고, 그것이 그들 형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며 “하루빨리 성공하고자 독학을 택해 고흐는 체계적 교육도, 스승도 없이 스스로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이 미술사는 고흐가 노동자를 위로해주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목표 하에 초기 탄광촌에서 지켜봤던 노동자들을 ‘감자먹는 사람들’이란 작품을 통해 표현했고, 이후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해바라기’와 ‘밤의 카페테라스’ 등을 그렸으며 갈등으로 교류가 단절된 폴 고갱과 얽힌 이야기 등을 풀며 강연을 듣는 이들의 흥미를 돋웠다.

또한 고갱과의 공동생활 중 자기 왼쪽 귀를 자르는 사건으로 정신병원에 입원, 이후에도 입·퇴원의 생활을 되풀이하다 결국 1890년 마지막으로 정착한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권총으로 자살하게 된 고흐의 삶과 그의 심정을 되짚었다.

이 미술사는 “고흐는 생애 9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900점이라는 막대한 유화작품을 그렸으나, 팔린 작품은 딱 한 점 뿐이었다”며 “그가 마지막 정착지 오베르에서 머문 70일 동안 하루 두 점 꼴로 작품을 완성시켰는데, 이 지점에서 그의 막막한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미술사는 고흐 죽음 이후 6개월 만에 고통과 병으로 삶을 마감한 동생 테오, 고흐의 그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단독 전시회 등을 개최해 고흐 사후 11년 만에 위대한 화가로 이름을 떨칠 수 있도록 도운 테오의 부인 요안나, 테오와 요안나의 아들이자 고흐와 같은 이름을 가진 조카 빈센트 반 고흐, 197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세워진 ‘반고흐 미술관’ 등의 이야기를 몰입감 있게 풀어냈다.

이창용 미술사는 “그림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굉장히 쉬운 분야이나, 그림이 먼저 다가가지는 않는다”며 “관심을 갖고 다가가는 만큼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여러분들도 그림과 함께하는 행복하고 낭만 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강의를 끝마쳤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