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새해 고향기부할 결심
2023. 01. 26(목) 19:10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설 명절 연휴가 끝났다. 지자체로선 고향사랑기부제를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 해서 귀성객을 맞을 때도, 보낼 때도 극진하게 환대했다.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 살리기의 마중물인 만큼 새해 벽두부터 경쟁이 뜨겁다.

전라남도는 홍보대사인 배우 김수미씨,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첫번째, 두번째 주자로 응원 릴레이에 들어가 관심을 모은다. 목포시는 가수 남진씨가 첫 고액 기부자로 등록했다. 진도군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허정무 프로축구 구단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1호 명단에 올랐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북구에 기부했다.

젊은층까지 유인하는 차별화된 이색 답례품도 인기다. 광주시의 광주사랑 네이밍 도네이션은 기부자 본인 또는 가족, 친지 등 희망하는 이름을 1991년 개관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좌석에 새겨주는 프로젝트다. 영암군의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데이트권, 함평군의 자동차극장 관람권, 고흥군 이동빨래방, 장성군 백양사템플스테이 등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여태껏 답례품 선정이 완료되지 않거나 기금 운용 심의 전담 기구도 꾸리지 못하고 허둥대는 지자체도 있다. 대한민국 고질병인 수도권 집중화,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해 소멸을 앞당기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홍보 부족에서 찾는 시각이 우세하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전남 출향인과 부모가 전남 출신인 1천3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91.0%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관련 정보를 얻는 통로로는 유튜브, SNS, 카카오톡 등 온라인커뮤니티서비스를 많이 선택했다. 참여 요인으로는 답례품보다 세액공제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영향이 크다’는 응답이 57.3%였다.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모금방법 및 금액 확대 역시 고심해야 할 대목이다. 설문에서 고향에 기부한다면 얼마나 할 것인가에 ‘3만원 미만’이 39.0%로 가장 많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인구감소 대응 및 현안 재원 확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1석 3조의 효과가 예상된다. 지역을 회생시키는 호기가 되도록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춰 활성화를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법의 테두리에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현실에 맞지 않은 부분은 개선을 건의해야 한다. 정부도 규제만을고집하는 소극적 태도는 버려야 한다.

고향사랑의 마음을 손쉽게 표현하는 제도에 아직 낯설어하는 출향인들이 적지 않다. 고향이 아니더라도 광주와 전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응원하는 국민도 잡아야 한다. 원조격인 이웃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처음 시작한 2008년 820억원에 머무르던 것이 지금은 1천배나 늘어 8조원대로 급성장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거친 결과물이다.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한 만큼 조기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연예인, 기업가, 사회저명인사 등의 기부는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더불어 자매결연 도시 등을 활용,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효과적이다. 상생의 기치와도 부합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철우 경북지사와 교차 기부했다. 두 지역은 2019년 전남·경북 상생 협약 후 각종 협력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문인 광주 북구청장도 자매결연을 맺은 대구 달서구 이태훈 구청장과 상호 기탁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변화를 조사했더니, 전남의 경우 신안과 구례가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고, 소멸우려지역은 완도·함평·곡성·영광·영암·보성·진도·강진·해남·고흥·장흥 등 11곳으로 드러났다. 낮은 출산율, 고령층 증가 속에 수도권이 인구와 자본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하면서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자신이 현재 거주하는 지자체에도 기부가 가능하도록 하고, 모금 주체에서 서울시를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이유다. 사적 모임을 통한 모금과 전화·서신·SNS를 이용한 홍보 금지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고향사랑기부 관련법 시행령에는 매년 2월말까지 전년도 접수 현황과 사용 내역 등에 대해 공개하도록 돼 있다. 사활을 건 경쟁은 마땅히 지양해야 하겠지만 낙후된 광주와 전남이 여기서도 밀리면 안 된다. 앞으로도 기부금 사업을 보다 강력하게 발굴,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부자가 자긍심을 갖고,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뀄다. 대도시가 고향인 세대도 많이 늘었으나, 지방은 최초의 생명이 태어난 고향의 다른 말이다. 지방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초가삼간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 아기 염소 벗을 삼아 논밭 길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 소싯적 유행가요의 한 구절처럼, 또 최근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대로 세컨하우스가 열풍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푸근한 고향의 정은 되레 깊어지나 보다. 고향은 지치고 힘들수록 더 위로를 주는 영원한 마음의 휴식처다. 초가집은 짓지 못해도 새해 고향기부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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