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미국 CNN방송을 보다가 한국을 주제로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CNN은 ‘한국의 중년 남성이 고독사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대책 등을 짚었다.

이 뉴스는 고독사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이 단어의 한국어 발음을 로마자로 그대로 옮긴 ‘godoksa’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해 우리나라 고독사 건수는 3천378건으로, 2017년(2천412건)에 비해 크게 늘었으며, 남성의 고독사 건수가 여성보다 5.3배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 낮은 출산율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노인 부양인구 감소 등이 고독사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난 5년(2017-2011년)간 고독사의 현황과 특징을 담은 조사 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주변과 단절된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5년 새 40%가 급증해 지난해 사망자 100명 중 1명이 고독사였다. 이 중 절반 이상이 50-60대 남성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4배 많았다. 학업 스트레스와 취업난으로 인한 청년 고독사도 6.5%에 달한다.

고독사는 홀로 사는 사람이 병사·자살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고독사 발생률도 매년 6.3-8.4%를 차지한다는 점도 주목해봐야 한다. 청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고독사 중 자살 사망 비율은 20대 56.6%, 30대 40.2%로, 전체 평균인 17.3%보다 2-3배나 높았다.

정부는 고독사 증가세가 1인 가구 중심으로 가족구조가 변화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단절이 늘어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1인 가구는 716만6천가구로 1년 전보다 52만2천가구(7.9%)나 증가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4%까지 올라섰다. 열 집 중 세 집은 혼자 사는 1인 가구인 셈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 등 사회 양극화 현상과 가족 해체, 1인 가구 급증 등 사회구조적 변화에 관련기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고독사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고독사예방법이 올해 4월 시행됐지만 가난한 이들의 죽음, 고독사는 줄지않고 있다.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는 올해 들어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외면당한 이들의 죽음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독사는 다양하다. ‘전원일기’에서 노마 엄마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미지 씨가 혼자 살던 오피스텔에서 신장 쇼크로 숨진 지 2주 만에 동생에 의해 발견됐다. 최근에도 이런 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부산 서구의 한 주택에서 51세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당시 시신은 안방 침대에 누운 채 백골 상태였다. 같은 날 부산 중구의 한 주택에서 63세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센터 직원이 발견했다. 영양실조로 사망한 지 6일 만이었다. 광주 동구의 한 원룸에서 63세 남자가 숨진 지 두 달 넘게 지나 월세가 밀리자 찾아간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광주 북구의 한 고시원에서 홀로 지내던 40대 남성이 사망 후 2주 동안 방치됐다가 그의 아버지에 의해 발견된 적도 있다.

고독사 문제는 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가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촘촘한 사회관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문화가 깨지고 가족 유대가 약화된 사회적인 분위기를 사회복지 시스템이 채워가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연결 고리를 다양하게 구축할 때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1인가구 및 독거노인 일상의 변화를 점검하며 위험신호를 포착하는 시스템 또한 더욱 치밀하게 개발해야 한다. 고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세밀한 접근과 정책이 필요하다. 연령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하다.

고독사(孤獨死). 고독사의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복지국가라 할 수 없다.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을 거친다. 누구나 나이 들면서 병들어 죽는다. 자연의 법칙이다. 그러나 생애주기에 따라 생로병사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던 가족과 이웃의 ‘자연적 연대’가 사라지면서 고독사라는 사회적 문제가 대두한 것도 사실이다.

북유럽국가들은 생애주기에 걸쳐 일생 고독과 불행을 넘어 연대와 행복을 영위하는 복지국가 제도를 시스템화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부터라도 더 꼼꼼한 실태 분석을 통해 숨은 고립 가구를 찾아내야 한다. 수시로 취약 계층의 상태를 살피는 등 지역 밀착형 관리가 필요해보인다.

이웃이나 사회 공동체의 관심도 중요하다. 우편물 등이 쌓여 있는 이웃이 있다면 주민센터에 연락하는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고독사 예방·관리를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늦게나마 다행이다. 시작을 했으니 형식적인 구호가 아니라 고독사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거두는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특히 고령화가 심한 광주와 전남은 지역별 연령별 고독사 성향을 분석하고 종합적이면서도 특화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큰그림을 그리고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세심한 대책을 지역복지시스템과 적극 연대해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독사를 고독살인이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에 누군가가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