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와 플러그 탯줄들이 뜨겁다
손에 담쏙 잡힐 듯 향기 가득 풍길 듯
눈바람 아무리 쳐도 젖지 않는 메타버스

현재를 밀쳐내고 무한히 재생한다
밤중에도 실시간 증폭된 가상현실
전송은 멈추지 않아 영상 속의 오로라

늙은 고아여 그대 마음 어디에 접속하나
돌아갈 수 없기에 겁에 질려 우는 새여
모닥불 사위는 새벽 불티처럼 별이 진다

<서연정 약력>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장원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등단
▲작품집 : ‘먼 길’, ‘문과 벽의 시간들’, ‘무엇이 들어 있을까’, ‘동행’, ‘푸른 뒷모습’, ‘광주에서 꿈꾸기’, ‘인생’ 발간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서연정 님의 시조 ‘메타버스’에서의 시적 화자는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 현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 활동까지 이뤄지는 온라인 공간을 뜻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비대면 만남이 익숙해지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집집마다 플러그의 탯줄이 뜨겁다. 사람은 본디 사계절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눈이 오면 두툼한 옷을 입는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눈바람 아무리 쳐도 젖지 않는’다. 클릭 한 번으로 가상 공간인 별나라에 갈 수 있다. 우울한 ‘나’를 뒤로하고 환상 속의 ‘나’를 무한히 재생할 수 있다. 밤낮이 없고 계절이 없는 가상 공간이 메타버스다. 어쩌면 이 세상에 단 하나의 계절이 메타버스며, 영원히 낮인 공간이 메타버스인지도 모른다. 시적 화자는 그런 메타버스를 ‘전송은 멈추지 않아 영상 속의 오로라’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꿈꾸었던 판타지 공간이 메타버스일까, 아니다. ‘영상 속의 오로라’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시적 화자는 경고의 목소리를 낸다. ‘늙은 고아여 그대 마음 어디에 접속하나/ 돌아갈 수 없기에 겁에 질려 우는 새’라며 우려하고 있다. 욕망과 탐욕을 미화시킨 메타버스가 길을 잃게 할 수 있다며 걱정한다. 질타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매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