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주화운동의 산실 역할을 했던 ‘봉심정’의 역사적 중요성을 공론화하고 민·관이 함께 보존·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지난 26일 광주 남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197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로 윤영덕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광주매일신문이 주관한 토론회에는 당시 봉심정에서 생활했던 민주인사들과 5·18전문가,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 주제발표 내용과 토론 요지를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주제발표=▲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
◇좌장=김덕진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토론=▲박종찬 광주대학교 교수 ▲오영순 광주 남구의회 의원 ▲전용호 5·18진상조사위원회 전문위원



●주제발표=이재의 5·18재단 연구위원 “민주활동 대표 공간 역사성 살려내야”

“광주·전남 민주화 태동기 보존·계승 의무”

1970년대는 민주화운동의 태동기다. 196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의 비호 아래 성장지상주의 정책이 실행됨에 따라 농민과 노동자 층은 열악한 처지에 처했다. 이런 사회 모순을 공감한 양심적 지식인과 종교집단, 학생, 시민들은 군사독재에 저항하기 위한 운동을 조직화 하기 시작한다.

1970년 전태일 분신사건 등 누적된 노동 빈민 문제가 폭발하자 유신정권은 반공주의 이념화 캠페인과 주민끼리의 감시 체제 확립을 통해 저항세력을 막는다. 이후 19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되고 민주 헌정질서를 수호하려는 저항세력은 탄압에 맞서 민주적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 한다. 이에 자연발생적으로 감시를 피해 민주화를 도모하던 광주지역 운동권은 당시 눈에 띄지 않았던 장소인 봉심정으로 모여 들었다.

봉심정이 없었다면 5·18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이는 1970년대 초반 봉심정에서 활동했던 인사들과 1980년 5월 민주화운동의 질서와 방향을 잡던 인물들이 연관돼 있다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마지막까지 도청을 사수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은 1970년대부터 형성돼 이어져온 종교 외피론적이고 민중 지향성을 지닌 운동권 세력들의 결집체다.

앞서 1973년 함성지 사건은 봉심정의 주요 인사인 이강과 김남주를 필두로 한 유신항쟁의 첫 번째 사건으로 기록된다. 또한 1974년 민청학련, 1978년 전남대 교육지표 사건 등 유신체제를 바꾸기 위한 모든 1970년대 굵직한 사건들에는 봉심정 인사들이 주역을 이뤘으며, 이들은 노동운동, 농민운동, 학생운동, 문화운동 등 사회 깊숙이 민중 지향 성격을 띠는 운동으로 파고들어 민주화의 뿌리가 됐다.

봉심정의 주요 인사들은 4개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1970년대 초반 전남대 민족사회연구회와 함성지사건 관련자들, 둘째 1970년대 중반 민청학련사건 관련자들, 셋째 1970년대 후반 KSCF, 메시아, 루사, 독서잔디 등 교회·사회과학 서클 회원들, 넷째 5·18 직후 노동운동 투신을 준비하던 그룹과 문화패 등이다.

이들은 봉심정에서 세대와 세대로 뭉쳐 하나의 줄기로 이어졌다.

또한 봉심정은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운동과 더불어 김남주·박몽구 등 인문학계 산실로서 역할도 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봉심정을 기억해야 할까? 수많은 희생을 통해 쟁취한 민주화의 승리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바람과 필요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서 광주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광주지역 운동에서는 1970년대 봉심정을 구심으로 형성된 운동권의 활동 행적 역시 그에 버금가는 무게를 지닌다.

민주주의는 이전에 이뤄낸 역사이자 현재도 이어가야 하는 숙제다. 이에 민주화를 태동했던 봉심정으로 돌아가 초심에서 결의하고 어렵게 일궈낸 민주주의를 기억해야 한다.

5·18의 장렬한 싸움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런 민주인사들이 활동했던 장소가 힘을 실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광주의 민주화 흐름을 통해 1970-1980년대 민주활동의 대표 공간인 봉심정을 이해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 역사로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봉심정을 통해 민주역사를 되새겨 보면서 광주·전남의 민주화 태동기를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종찬 광주대 교수 “저항운동+인문학계 산실, 관광 연계를”

봉심정은 1970년대부터 진행된 민주화운동 사건들이 시작된 장소로서 공간적 가치를 가진다.

봉심정 복원과 활용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사업 주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남구청 외 광주매일신문 같은 언론과 주민, 학계 등의 다양한 주체들이 결합해 사업추진 조직을 확장하고 여러 가지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봉심정은 저항운동의 산실로서만 의미를 국한해선 안 된다. 선양사업의 큰 틀에서 두고 광주 의향사업과 예향사업을 함께 연계해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서 상품화할 가치가 있다.

기존 민주화 관련 장소들은 지속적으로 관심받지 못하고 근근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이를 넘어 나아가기 위해선 봉심정이 민주주의 역사의 저항운동 관점과 더불어 인문학계 산실로서 역할을 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 역사·교육적 공간이자 인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부분들을 한데 묶어 남구의 역사장소,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등과 연계 작업이 필요하다.

더 확장해 광주 주변 민주화 장소들 간의 내용적이고 공간적인 연결도 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을 염두에 두고 봉심정 복원 사업을 진행해야 남구를 대표하는 역사적 장소이자 관광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


●오영순 광주 남구의회 의원 “민주시민 교육 현장으로 가꿔나가야”

봉심정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2018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봉심정 스토리텔링, 민청학련세대 역사아카이브 구축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예산 편성의 한계에 부딪혔다.

2022년 광주매일신문의 기획 취재를 계기로 봉심정 복원사업이 다시 한발짝 나가고 있다.

먼저 봉심정이 역사의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의 폭을 넓히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운동권 당사자들의 기억에만 있는 봉심정의 주요 인물 생애 구술 작업, 봉심정 관련 인사 연행 기록 등을 디지털전환 DB로 구축하는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더불어 봉심정 복원과 민주역사기념관·공원 조성 등 광주 민주주의 성취와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국가 폭력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기억의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이는 남구의 미발굴 민주인권 자원 개발을 통해 남구 민주인사들에 대한 선양과 남구민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사업이다.

충분한 자료 수집과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동화, 캐릭터 개발 등을 통해 추후 민주인권 테마관광을 유도할 수 있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성도 이어가야 한다.

또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시민 교육 현장으로 세계와 연대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켜야 한다.


●전용호 5·18진상조사위 전문위원 “살아있는 역사현장…기념공간 조성”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직접 봉심정을 출입하던 당사자로서 봉심정은 지역 민주화운동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장소라고 단언한다.

전남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대표 서클인 루사, 독서잔디, 들불야학 등 수많은 학생들은 봉심정을 찾았고 학생운동의 장소이자 훈련소로 활용됐다.

또한 1970년대 운동권 세대와 1980년대 후배 세대가 이어질 수 있는 만남의 장소였다.

이처럼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과 전두환 군부독재 세력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해왔던 많은 민주인사들은 1980년대 이후에도 민주토론, 훈련장소이자 문화패들의 전수 장소로 봉심정을 꾸준히 활용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 의미있는 장소로 봉심정은 위상을 갖추고 기념할 수 있는 장소이자 박물관으로 존치시켜 후대에 살아있는 역사 현장으로 보전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봉심정은 1970-1980년대 민주주의를 위한 투지를 품은 장소로 옛 공간 복원을 통해 그 시대의 민주투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기념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에 대한 다각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정리=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