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11)이강
“민주주의 향한 함성, 젊음 바쳐 외치다”
전봉준 백산성지 답사 후 깊은 울림에 민주화 길로 들어서
함성지·민청학련 등 앞장…“남구 봉심정, 민주 전진 아지트”
2022. 08. 03(수) 20:19 가+가-

이강(75)씨는 함성지 사건과 민청학련을 이끌었던 주요 민주인사로 광주권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동학농민운동)그 어려운 시절도 죽창을 들고 해냈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의 (민주)함성을 외쳐보자!.”

1947년 해남출생인 이강(75)씨는 함성지 사건과 민청학련을 이끌었던 주요 민주인사로 광주권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그의 본격적인 민주화운동은 군을 제대한 후 시작됐다.

전남대 법대 69학번인 이씨는 복학 후 유신체제로 인한 무기휴교령에 따라 학교를 다닐 수 없자 김남주와 단둘이 근대역사 공부를 위해 전봉준의 유적지 답사에 나섰다.

이씨와 김남주는 중학교 동창 사이로 매일 붙어다니는 죽마고우 사이였다.

전봉준의 자택을 방문했던 이씨는 자택 옆에 사는 할머니의 “전봉준은 참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말에 깊은 울림을 느꼈다. 또한 ‘앉으면 죽산(죽창만보이고) 서면 백산(흰옷만 보여)’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고자 찾은 백산성지에서 전봉준의 투지와 지략을 볼 수 있었고, 주변 평야 한가운데 솟아있는 그 기개는 근대 역사의 현장으로 이씨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백산성지는 1894년 제1차 동학농민운동의 봉기군이 집결해 전주 방면으로 진격했던 곳으로 수로와 육로를 통해 진군을 시작했던 역사적인 장소다.

‘어디서든 혁명의 횃불을 볼 수 있다’는 백산성지에 앉아 둘은 ‘민주화 투쟁의 길’로 들어설 것을 굳게 다짐했다.

이씨는 “그 어려운 시절에도 해냈는데 지금에 와서 무엇이 두려울까소냐”라면서 돌아오자마자 김남주와 함께 함성지를 만들었다.

함성지는 전국 최초로 반유신체제에 항거한 운동으로 기록돼 있다.

이씨와 김남주는 등사판, 줄판, 등사기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구매했다. 그 때는 감시가 삼엄해 무엇을 하든 조심스러운 시절이었다.

필력을 감추고자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친동생 이황에게 글을 쓰게 했다.

프린트한 500여장의 함성지는 이불에 쌓아 벽장에 넣고 그들은 때를 기다렸다.

1972년 개학 하루전인 12월9일 저녁 이씨와 김남주는 전남대의 농대, 법대, 상대, 문리대를 돌면서 유인물을 뿌렸다.

또한 광주고등학교 교실내부와 전남여고, 광주여고, 광주공고 등 담벼락 밖에서 운동장으로 던져가면서 저녁내내 유인물을 돌렸다.

광주일고는 당시 독립운동의 맥이자 기지로 의미가 깊은 장소였고 이둘은 가장 많은 70-80장의 유인물을 그곳에 던졌다. 밤 12시 통행금지로 인해 미쳐 뿌리지 못한 100여장의 유인물은 돌아와 집에 숨겼다.

유인물을 뿌린 다음날 중앙정보부는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됐고, 전대 법대강사로 내정됐던 박석무를 학생처장실로 불러 필력을 바탕으로 주모자를 찾으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그는 이강과 김남주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정보부는 함성지 작성이 의심되는 영문과와 법대 전체인원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결국 그들은 유유히 빠져나갈수 있었다.

이후 신학기가 시작되고 1973년 4월 이강은 ‘고발’이라는 새 유인물을 작성했다.

유인물은 마찬가지로 동생 이황이 필사했고, 이불 속에 숨겨 100여장 남았던 함성지와 고발지를 당시 서울에 거주하던 김남주에게 소포로 붙였다.

며칠 후 등교하려던 이강은 ‘담뱃불 좀 빌립시다’라는 말을 거는 3명의 일행에게 순간적으로 납치됐고, 곧장 유인물이 담긴 소포를 적재한 화물선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붙잡혀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다.

구도청 지하실로 끌려간 그는 붙잡힌 김정길, 박석무, 이황 등과 만났지만 서로 심한 구타를 당해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소회했다.



당시 함성지 사건은 전국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재판은 매주 열렸고, 검사와 운동권자들 사이 설전을 통한 민주 토론과 교육의 장이 이어졌다.

이 재판에는 함석헌, 천광우 등 1세대 민주투사들이 다수 참여했고, 방청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경청했다.

법정에서 검사는 4·19혁명의 대표시인인 김수영의 “혁명은 안되고 방만 바뀌었다”는 글을 방에 붙였단 이유로 이씨를 혁명사상을 가진 빨갱이로 지목했다.

이에 이씨는 “검사님은 외국에서 재판하려고 비행기 타고 어제 오셨습니까?” 라면서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아는 시를 제가 인용하면 죄가 됩니까. 그렇다면 출판사도 빨갱이입니까!”라고 답변했고, 방청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검사는 이후 말을 잇지 못했고, 검사와 법정에 앉은 운동권자들의 설전은 끊임없이 오갔다.

이후 그는 1년10개월만에 출소할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는 전남대스쿨버스가 대기했다. 이때 무료변호를 자청했던 홍남순, 윤철하 변호사 등이 함께 했다.

이후 봉심정을 수시로 드나들며 그는 민주화운동을 이어갔다. 1974년 민청학련으로 다시 잡혀간 그는 1975년 2월15일 출소 후 민주화를 위해 똘똘뭉친 봉심정의 주요 민주열사인 이씨와 김정길, 윤강옥, 이학영 4인은 한날에 죽고 산다는 ‘四一死’ 맹세를 담아 결의형제를 맺었다.

이들은 봉심정에서 매일 밤을 새고 토론을 이어가며 후배를 양성하고, 젊음을 다 바쳐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이씨는 ‘광주 남구는 사실상 민주화의 주무대’였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씨는 “운동권이 합법이 아니던 시절 박세정, 김남주, 이학영, 윤강옥 등 수많은 민주투사들은 봉심정에서 모였다”면서 “민주화운동 전진 아지트로써 그 의미는 매우 크고, 봉심정은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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