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 지방선거 후
2022. 04. 21(목) 19:50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시계가 빠르게 돌고 있다. 40일 남았다. 6월1일은 지역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해 능력있는 일꾼을 선출하는 날이다. 정당의 공천은 본궤도에 올랐다. 광주·전남에서는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덕성 검증은 구실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탈락한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로 돌아서고 있다. 고무줄 잣대로 원칙과 기준이 없기론 여성과 청년 전략 선거구도 마찬가지다. 계파와 기득권에 얽매이고, 변화와 쇄신은 헛구호다. “민주당을 살리는 길은 정해져 있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공천이다”고 모 예비후보는 직격했다.

3·9대선은 0.73%포인트 초박빙이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야 두고두고 아쉬운 패배다. 아마도 지방선거에서 깨끗한 설욕을 바라고 있지만 텃밭 호남을 제외하면 쉽지 않은 분위기다. 4년 전과 정반대로 호남만 남겨놓고 전국적인 참패, 국민의힘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 직후로 여당에 힘이 실릴 것이다. ‘졌잘싸(졌지만잘싸웠다)’에 안주하려는 민주당의 책임이 더욱 무겁다. 여전히 ‘정치적 섬’으로 고립될 가능성에 호남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국민의힘 역시 집권 초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목표로 필승 전략에 몰두하고 있는데 지지율이 점점 빠지는 모습이다. 한 달을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선 승리의 요인인 부동산값 안정 종합 대책은 고사하고 코로나 민생 지원 등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또 논공행상에 따른 입각만 쳐다보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역대급 무능이라 할 만 하다. 윤 당선인의 초대 내각은 실력이 있다며 가까운 사람부터 우선 챙기고 보는 제왕적 행태를 드러냈다. 국민통합하자더니 이전의 보수정권 보다 철저하게 광주·전남을 배척했다. 과거 승자독식 통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명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내건 혁신, 당초부터 쉽지 않겠다 했지만 역시다. 5년만에 정권을 다시 잡은 국민의힘은 기고만장이다. 내로남불로 슈퍼야당이 된 민주당은 반성을 모른다. 여당이 야당이 되고, 야당이 여당이 된 것 빼고 꼭 닮았다. 지방선거에서 누구에겐 톡톡히 약이 되고 누구에겐 독이 될 것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싼 극한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뜻, 여론은 안중에도 없다. 승자보다 패자가 궁금해진다.

대선 연장전인 지방선거다. 중앙 정치에 예속, 미래 비전과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깜깜이 상황으로 치러져 우려하게 된다. 촛불 하나 들어 혁명을 완수한 위대한 나라다.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일대 사건이었다. 정치적 의식 수준이 어느 때보다 높고 참여의 욕구도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마저 권력 다툼의 장이어선 안 되는 이유다. 풀뿌리 지방행정, 교육행정의 적임자, 지역 일꾼을 뽑는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권이 구태의연하다면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냉철하게 판단해 호되게 심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입장 표명과 거부권을 강요받고 있다. 참담한 심경일 것이다. 임기는 5월9일 자정 끝난다. 5년 간 머무른 청와대 생활을 마무리하고 경남 양산의 사저로 낙향을 서두르고 있다. 박근혜 국정농단 탄핵으로 세운 촛불정부의 쓸쓸한 퇴장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처음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다짐을 했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찾아뵙겠다”고….

지천으로 꽃 천지다. 온통 꽃잔치다. 어디 꽃 뿐일까. 메마른 나무엔 연둣빛 여린 잎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어디든 사람으로 넘친다. 남도 곳곳은 축제로 들썩인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서로를 자유롭게 만나고, 꺼리낌 없이 여행을 떠난다. 모처럼 일상을 되찾았다.

이른바 ‘3밀’, 밀집·밀접·밀폐를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사적모임, 행사·집회 인원 제한이 모두 사라졌다. 마스크 착용 의무 폐지 여부도 조만간 결정된다. 길고 어두웠던 터널의 출구에 다다랐다. 하나 조심스럽다.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병)’으로 전환은 아니다. 공기 중을 떠다니는 바이러스, 아직 곁에 있다.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르고 정확한 바이러스의 종류도 모른다. 제대로 치료가 됐는지, 후유증은 어떤지 답답하다.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걱정해야 한다. 각자도생, 앞으로도 유효다. 각기 알아서 방역을 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불확실하다. 정치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해졌다. 대통령이 잘해야 국민들이 편안하다. 첩첩산중,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유능한 인물을 뽑아야 지방소멸을 막는다. 청년과 아이들의 내일을 열 수 있다. 대선도, 지방선거도 미래에 대한 투표다. 무려 25개월, 딱 757일 만이다. 오랜 겨울이 물러났다. 봄바람이 분다. 따스한 봄볕을 맘껏 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참 못난 바보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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