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께 광주과학기술원을 방문하면 어쩌겠느냐는 윤석열씨 측으로부터의 타진이 왔다. 난감했다. 과학기술이 정치로부터 독립적 중립적 영역이고 어떤 사람이라도 방문할 수 있지만, 당시 학교 내부의 진통이 있었던 터라 내부사정을 고려하여 집행부에서 어려움을 표해서 윤씨의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씨는 당시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탈원전반대 상징적 이미지를 만들던 때였다.

그 뒤 여당의 후보들이 그래도 광주과학기술원을 방문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후보에게도 요청이 오지 않았다.

왜 시시콜콜 정치 인사의 대학방문을 이야기하냐 하면 대선후보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를 짐작해 보는 차원에서다.

요즘 지방대가 학생정원미달과 경영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지방대 문제가 중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데 대선 주요후보들의 지방대 방문과 해법제시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이상하다.

또 광주 인공지능산업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하나 같이 주장하면서도 그 중심 광주과학기술원을 방문도 해 보지 않는 점은 과연 이분들이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하게 하기도 한다.

여당 후보로는 이재명 지사가 카이스트를 방문하기도 했고, 대전 대덕특구를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 후보로는 가장 먼저 기후에너지부 신설, 대통령직속 우주산업전략본부, 데이터전담부서 설치, 기초 및 첨단과학기술 투자확대 등을 제시하며 과학기술정책을 선도적으로 제시했다.

이어 이낙연 의원도 과학기술 신냉전 시대라고 말하며 반도체·AI·미래차·배터리·로봇 등 5개 분야를 코어테크로 선정해 국가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추미애 후보는 강력한 디지털 혁신국가를 공약했고, 김두관 후보는 광주전남 메가시티에 첨단산업과 그린에너지 신도시 육성을 공약했다. 박용진 후보는 바이미식스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광주·전남 미래전략신산업벨트를 제시해 광주·전남 정책으로는 신선하다는 평을 얻었다.

야당 쪽에서도 안철수 대표는 과학기술중심국가라는 비전을 내놓았다. 유승민 후보는 디지털혁신인재 100만 양성을 약속하며 디지털혁신부 신설을 공약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과학기술 정책들이다. 그런데 요즘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 대선 후보들에 대해 불만들이 많다.

과학기술인들의 기대와 달리 과학기술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미흡하며 심지어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한림원·한국공학한림원·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 3대 한림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10월 초까지 과학기술분야 대선 공약정책안을 마련해 제시할 예정이라 한다.

필자 역시 광주과학기술원 방문은커녕 광주·전라권 과학기술육성에 관한 언급마저 없는 후보들을 보며 여야 후보들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광주서 대장동 문제 이슈로 왜 싸우나. 그것이 우리 지역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지역 경제와 산업을 뒷받침할 과학기술 역량을 어떻게 구축하며 기술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이냐를 주제로 서로 다퉈야 할 것이 아닌가.

국가와 지역발전을 이루려면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 광주·전라권의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 전략적 정책과제를 우선해서 만들어야 한다. 대전충청에서만 과학기술육성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더 필요한 곳은 기업들과 연계가 큰 지역들이다.

지금 우리는 AI 등 4차산업 가속화와 함께 기존산업의 디지털전환과 녹색 전환, 기후변화와 코로나시대의 안전 건강 기술개발, 미래를 위한 양자인터넷망 구축과 우주산업진입 등의 과학기술전략과제를 능동적으로 추진할 때다.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이런 일을 하도록 제시하는 대선후보들의 참신한 정책을 요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