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미래가 걸린 방사광가속기 유치
박준수의 청담직필
2020. 04. 06(월) 18:39 가+가-
5·18 40주년을 맞아 광주·전남의 현주소를 생각해본다.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을 이룬 80년 5·18은 군부독재 타도뿐 아니라 지역차별과 소외에 대한 집단저항의 외침이었다. 그로부터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뀐 지금, 민주화는 이뤄냈지만 고착화된 지역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갈등요소로 잠재해 있다.

박정희가 철권통치의 기반으로 삼은 것은 불균형 성장전략으로써 농촌(호남)의 희생을 통한 경부축 산업화에 뿌리를 두었다. 그리고 총칼을 앞세워 5·18을 희생양 삼아 집권한 전두환 역시 불균형 성장전략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신군부 출신 노태우가 87년 12월 대선에서 호남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서해안시대’라는 호남개발 청사진을 내걸었다. 이는 ‘3김’과의 차별화를 이루고 5·18에 대한 속죄의 뜻이 담긴 공약이었다. 노태우는 집권 후 ‘서해안시대’의 가시적인 이행조치로 광주 첨단단지 구상을 발표했다. 광주 인근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1천만평 규모의 첨단과학산업단지를 건설해 21세기 풍요로운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였다.


‘미완의 약속’ 호남균형발전 지켜야

구체적으로는 제2 과학기술원을 설립하고 정부출연 및 대기업 연구소를 유치해 연구개발의 성과가 곧바로 산업화로 이전돼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테크노폴리스를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전국 최초로 시도된 이 계획은 매우 혁신적이고 시의적절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시간이 흐르면서 축소를 거듭했고 급기야 광주과학기술원과 일부 정부출연연구소 분원만 계획대로 이행됐을 뿐 ‘미완의 약속’으로 그치고 말았다.

이처럼 첨단단지가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고양이로 쪼그라든 데는 호남의 정치적 힘이 미약하고 타 지역의 견제에 휘말린 결과 때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균형발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각 시·도에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이전시켜 쇠퇴해가는 지방을 살리고자 애를 썼다. 그 결과 지방의 활력이 되살아나고 지방 젊은이들이 고향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지역균형발전은 지방소멸을 막고 지방의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1조원대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구축 계획을 세우고 오는 5월 부지선정을 목표로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공모 중이다.

방사광 가속기는 짧은 파장의 방사광 빛(X-ray)을 이용해 극미세 가공, 극미세 물체의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최첨단 연구장비로 이차전자, 신소재, 반도체 개발 등 에너지 산업분야는 물론 물리 화학 생명공학 등 기초과학 연구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정치권 역량 결집 대응논리 절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분석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가 지역에 유치되면 6조7천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2조4천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3만7천여명의 고용창출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방사광가속기 유치에는 전남도를 비롯 인천 송도와 충북 오창,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 5개 지자체가 경쟁하고 있다. 전남도는 나주 혁신도시에 한전공대와 연계해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27일 과기부가 발표한 방사광가속기 부지 유치공모 평가기준에 대해 불공정 시비가 일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따른 성능과 품질보다 시설 접근성과 인근 배후도시 정주여건 등 지리적 여건이 평가기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먼 특정지역에 유리하도록 설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또 세부 평가항목에 대한 배점이나 평가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가속기는 포항공대에 2기의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고, 경주에 양성자 가속기, 대전에 중이온가속기, 부산에 중입자 가속기 등이 구축 중이거나 운영되고 있다. 호남권은 방사광 가속기는 물론 여타 대형 첨단연구시설이 전무할 뿐 아니라 정부의 연구분야 예산지원도 미미한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과학기술 수준이 지역 경쟁력이 되는 만큼 학계와 산업체의 연구환경 개선을 위해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 호남권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역정치권의 역량 결집은 물론 전남도는 대응논리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전남의 미래가 걸린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유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아울러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 5·18정신 계승과 균형발전을 국정철학으로 삼고 있는 문재인정부는 5·18 40주년인 올해 오월 영령들이 피흘려 염원했던 지역낙후 해소를 위해 나주 혁신도시에 추진 중인 원형방사광가속기 구축에 특단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본사 부사장
본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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