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 정부에서 무엇보다도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환경 관련 이슈다. 급속도로 전개된 산업화와 정보화·도시화로 인해 살기 편한 세상이 됐지만, 자연은 그만큼 고통 받고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 방침을 내세우고 친환경 대체품 개발 노력에 혈안이 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 이같은 상황 속에서 주민들이 직접 나서 환경을 살리는 데 앞장서고 생태공동체를 꾸려가는 마을이 있다. 바로 광주 북구 일곡동 한새봉 두레다.


◇2008년부터 생태·환경운동 지속

‘한새봉 두레’는 일곡동 자연마을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공동체다. ‘자연마을’이라는 명칭답게 주민들이 직접 나서 마을의 자연환경에 관심을 갖고, 주민 생태·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새봉 두레는 마을의 환경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도로 개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2008년 시작됐다.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도심 속에서 손모내기를 하고 직접 친환경 벼농사를 펼쳤으며, 마을 숲과 습지, 생물 종 다양성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자연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한새봉 농업생태공원을 지키는 주민협의회’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이름이 ‘한새봉 두레’인 만큼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농촌사회의 공동노동체 조직인 ‘두레’ 형식으로 운영된다.

본래 이 공간은 근린공원 목적으로 설치됐는데, 주민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토양을 살리는 데 앞장서면서 농업생태공원으로 지정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경우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텃논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토종 벼를 보급해 종자를 보전시키고, ‘논을 우리 삶 가까이 가져온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텃논은 분양을 한다는 개념보다는 마을에서 같이 농사를 해 땅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새봉 농업생태공원은 주민들이 모이는 방문자센터를 포함해 다랭이논 4개 800평, 주민들 개개인에게 분양하는 5평짜리 땅 40여개로 구성돼 있다. 아래쪽 다랭이논을 텃논 9개로 구획을 나눴다. 마을 단체들에게 분양을 하고 토종씨앗을 틔워서 공동 경작을 하는 것이다.

구획이 나눠진 텃논은 마을단체(주민자치위원회, 일곡마을, 전남대조경학과, 한살림, 빛고을아이쿱생협, 전원어린이집, 작은농부, 한새봉생태교육 등)에 분양해 토종벼를 심고 수확한 후 다음해 심을 씨앗을 환원 받음으로써 토종씨앗을 함께 경작하고 보존한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개구리논 공동경작과 다랭이텃밭 분양이다. 개구리논과 다랭이텃밭을 함께 경작하면서 한새봉농업생태공원을 가꾸며 생태문화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것.

개구리논은 맨 아랫논(한새봉 텃논 프로젝트 대상지)을 제외한 나머지 세 다랑이로, 각각 토종벼(멧돼지찰, 모태벼, 자광도)를 마을주민들과 함께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것이다.

매년 개구리논의 논갈이(4월)-못자리(4월)-논갈이(5월)-모찌기(5월)-모심기(6월)-김매기(7월)-벼베기(10월) 등을 주민들이 함께하게 되며, 다랭이텃밭 경작의 경우, 삼무(三無·무멀칭, 무농약, 무화학비료)농법으로 생태환경을 지키며 텃밭을 일구도록 한다.

핵심이 되는 것은 이곳을 경작할 때 지켜야 하는 ‘공동체 규약’이다. 단순히 농사를 함께 짓는 것보다, 까다로운 규약들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랭이텃밭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선 한새봉 두레 자체의 농부학교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모내기와 벼베기는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고 함께 참여하도록 하며, 여기에선 화학 비료나 농약을 일체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 규약을 어기는 주민은 즉시 경작에서 제외되며, 농부학교를 열어 새로운 경작자를 유입하도록 한다.

광주 북구 일곡동 자연마을 인근에 자리한 ‘한새봉 두레’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생태·환경운동을 펼치는 생태문화마을로 이름 나 있다. 사진은 ‘텃논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들이 봄철 모내기 하는 모습(上)과 수확한 벼를 베는 모습.

◇마을문화장터 한새봉 개굴장 인기

또 다른 주요 프로그램은 ‘한새봉 개굴장’이다.

한새봉 두레는 2018년부터 홀수 달 첫째 주 토요일 총 일곱 차례에 걸쳐 ‘한새봉 개굴장’을 열었다.

한새봉 개굴장은 농부가 주가 되는 마을문화장터다. 일곡동에 국한하지 않고, 담양, 장성, 화순 등 광주 인근지역에서 도시농부로 살아가는 이들의 마켓으로, 농사를 작게 짓고 유통망이 없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판로를 열어주는 장으로 보면 된다.

농부팀, 요리팀, 수공예팀, 체험·전시 등이 이뤄지며, 2018년 13팀으로 시작해 2019년 11월 장에서는 40여팀이 참여하는 등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새봉 개굴장은 ‘일회용품 없는 장터’가 특징이다. ‘빌려쓰는 그릇대여점’을 운영해 텀블러, 그릇 등을 보증금을 받고 빌려주고 환급하는 시스템으로 장이 진행될수록 텀블러를 가져오는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플라스틱 줄이기 일환으로 세제리필샵 운영하며, 빈 통을 가져와서 세제를 덜어서 구매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한새봉 두레는 자체적으로 생태교육연구소 ‘씨앗도서관’을 운영한다. 지역의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채종밭을 운영해 ‘이어가는 씨앗’을 실천한다는 취지다. 마을의 생태와 문화를 잇는 교육 공간을 마련해 마을학교와 연계해 ‘이어가는 씨앗’ 교육을 실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 마을학생들에게 토종씨앗프로그램을 개발해 씨앗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씨앗을 관찰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채종밭을 통해 토종무, 토종배추(구억, 개성), 토종고추(붕어초), 동부, 녹두 등 25종의 씨앗을 채집하고, 토종씨앗 교육, 씨앗전시장 관련 도서 구입, 토종벼 10종 전시, 텃밭채소 씨앗 20여종 전시, 토종꽃씨 10여종 전시 등의 ‘씨앗도서관’을 운영한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