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강진 여고생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경찰이 숨진 여고생인 A(16)양 사건을 아빠 친구의 계획범죄로 결론 냈지만, 피해자의 사망경위와 피의자의 범행동기 및 행적 등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숨진 피의자를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향후 수사 종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여 이 사건의 실체가 미궁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8일 전남 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A양이 아빠 친구 김모(51)씨에 의해 살해됐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A양 시신에서 김씨가 구입한 수면유도제와 같은 성분이 검출된 점, 김씨 집과 차량에서 A양의 DNA 등 ‘흔적’이 발견된 점 등을 들어 김씨를 A양을 살해한 범인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A양과 김씨의 행적, 범행 경위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A양이 실종 전 김씨와 만나기로 한 사실을 SNS 등을 통해 확인했지만, A양과 김씨가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 만나, 어떻게 이동했는지 등 이들의 행적은 규명되지 못했다.

또 A양 시신이 발견된 매봉산 정상 부근이 산세가 험준하고 경사가 심해 이곳에서 발견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를 확인 할 수 없었다.

시신 발견 지점으로 볼 때 공범 가능성도 제기돼 이 부분에 대한 각종 의문이 제기됐지만,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A양의 사망 원인을 밝혀낼 수 없다는 점은 이번 수사의 치명적인 한계를 보여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양 시신을 부검한 결과, 부패가 심해 사인 불명으로 나왔다. 경찰은 부패가 심해 검사를 할 수 없어 성폭행 흔적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A양이 김씨에 의해 살해당하고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8일 동안 날씨가 더워 부패가 심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날씨 등의 이유로 부패가 급속하게 진행된 만큼 A양 시신을 더 빨리 찾았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시신 발견 지점이 김씨 부모의 묘자리와 가깝고, 마지막 휴대전화 발신음이 포착된 부근이었다는 점, 김씨가 부근에 차를 주차한 사실까지 확인했음에도 실종 8일이 지나서야 시신을 발견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사실상 A양을 경찰 인력이 아닌 뒤늦게 동원한 경찰 체취견이 발견했다는 점은 부실수사 비난 여론을 피해가기 힘든 대목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 간부는 A양을 찾겠다며 A양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는 등 주술적 방식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시대착오적이라는 빈축까지 사기도 했다.

경찰은 험준한 산세에 어떻게 A양이 옮겨졌는지, 머리카락은 모두 왜 깎인 것인지, 성폭행 여부 등 풀어내야 할 산적한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보강 수사에 주력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록 피의자인 김씨가 자살하면서 자백을 받을 수 없지만 철저한 계획범죄로 보인다”며 “추가 증거 확보에 주력한 뒤 프로파일러 자문을 거쳐 증거와 정황의 퍼즐을 맞춰 사건 전반의 논리적 전개를 재구성할 예정이다”고 말했다./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강진=정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