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가슴 같은 ‘선수’라야…
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 재생 준비중
2018. 04. 01(일) 18:34 가+가-
녹슨 펜으로 그림 하나 그린다.
어느 농가, 허름한 식탁에 둘러앉아 사람들이 저녁을 먹는다. 실루엣으로 처리한 등 돌린 소녀 말고는 넷 모두가 울퉁불퉁한 얼굴에 마디 굵은 손을 갖고 있다. 천장에 매달린 램프 불빛이 고단을 밀어내고 별빛 같은 초롱초롱을 불러들인다. 먹는 입들은 왕성하게 생겼는데 식탁엔 삶은 감자 한 접시뿐….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신경숙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둘 다 제목이 같고, 그림과 소설이란 이질적 장르가 상당 지점 닿아 있어서다.
고흐는 동생 테오한테 보낸 편지에 ‘감자를 집어먹는 순박하기 그지없는 손을 보여주고 싶었다. 신성한 노동을 수행하는 그 손이 나를 뭉클하게 한다’고 적었다. 그의 첫 걸작에 올라 있는 그림은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에 대한 거대한 경의다.
예나 지금이나 농부는 노동자와 함께 대표적인 민(民)으로 분류된다. 화가 고흐의 가슴이 지독하게 머문 자리는 마디 굵은 손을 가진 민이었다. 소설 ‘감자 먹는 사람들’도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지난 생이 어땠는지를 안다지요’ 하며, 슬몃 고흐의 손을 잡는다.
고흐 같은 마음을 이 땅의 역사에서 찾는다면 다산 정약용을 맨 앞에 세울 수 있을 거다. 그가 빚은 민(백성)은 그의 ‘목민심서’에 절절하게 녹아 있다. 이를테면, ‘나(수령)라는 사람은 객(客)이요 저 백성들은 주인’이라고 적을 만큼 그의 민 사랑은 강렬하다.
지방선거, 다산이 살던 시대의 말로는 ‘목민관선거’가 우리 앞에 서 있다. 선거? 그거 참 묘한 존재다. 다스림을 받는 자가 다스리는 자의 주머니에 힘을 넣어주기 위한 선택행위라니…. 지배의 선택,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장치라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별수가 없다. 지배를 당해도 곱게 당해야 할 거 아닌가. ‘물짠’ 사람 뽑아 놓으면 우리 광주가 ‘물짠’ 광주로 갈 수밖에 없으니 하는 말이다.
2018년은 목민관의 바이블이라는 ‘목민심서’가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목(牧)은 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다산의 신념체계를 견지한 ‘선수’라면 ‘이쁜 지배’에 이를 수 있을 거다.
이쁜 광주, 다산의 민이 그 첫 번째 답이다. 익숙한 다스림을 놓아버리고 ‘시장 위에 민이 있다’는 말을 언제나 모자처럼 쓰고 다녀라. 민이 수동적 동사가 아니고 능동적 주어가 되게 하라. 그러려면 민을 대거 시정 속으로 불러와야 한다. 그게 시정이란 논에 민이란 물을 대는 협치다. 메기효과랄까, 민을 통해 관(官)을 제어하는, 혹은 다스리는 소득을 볼 수도 있음이다.
주문은 이어진다. 공평하고 청렴하라, 줄이면 공렴(公廉)이다. 감자먹는 사람들, 그러니까 장애인, 비정규직 등 힘이 없는 사람들을 넓적하게 보듬는 가슴 또한 ‘진정한 공’이라 함에 생각이 부족한 선수라면 호루라기 감이다. ‘염’은 단 두 마디로 족하다. ‘더러운 거래’ 아니 해야 하며, 마이너스통장을 예비한 선수라면 금상첨화다.
채제공은 정조의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실학사상의 태두라 하는 성호 이익을 두고 그는 ‘경제는 위의 것을 덜어 아랫것에 더한다’고 했다. ‘부(富)한 것을 덜어 가난함에 보탠다’는 다산의 것과 다름이 없다. 나눔과 배려의 온기가 아득한 시간에서 밀려오고 있는데, 이걸 못 느낀다면 선수 자격 없다. 복지는 권리라 하지 않았는가.
“선수는 감자 먹는 청년들의 고통을 아는가?” 이 물음 앞에 서면 나라도 쩔쩔맨다. 공무원 아니면 중소기업 쪽만 기웃거릴 뿐, 후련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거대한 미봉책’이요 ‘세금 일자리’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광주는 어떤가? 두 지식인의 교시를 바탕으로 삼아 감자 먹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레일을 깔아 놓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완성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더 깊게 땅을 갈아라. 세상천지에 못 오를 나무는 없다.
하나 더 말해둔다. 5·18 광주정신에 흠결이 있는 선수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마침 ‘지방선거 광주정신 시민검증단’이란 것이 생겨났다. “광주시장 후보의 제1 요건은 바로 광주정신”이라며 “5·18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도 검증 항목이 될 것”이란 설명을 듣고 보면 공감이 절로 나온다.
1980년 5·18 기간 중, 또는 직후 광주에 연고가 있는 서울지역 공무원을 광주에 내려보냈다고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어떤 후보가 있어 윗선의 ‘지시’에 따라 광주에 내려왔다면, 그리고 내려와 무슨 일을 했는지, 그런 것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어째야하는 것인지….
어느 농가, 허름한 식탁에 둘러앉아 사람들이 저녁을 먹는다. 실루엣으로 처리한 등 돌린 소녀 말고는 넷 모두가 울퉁불퉁한 얼굴에 마디 굵은 손을 갖고 있다. 천장에 매달린 램프 불빛이 고단을 밀어내고 별빛 같은 초롱초롱을 불러들인다. 먹는 입들은 왕성하게 생겼는데 식탁엔 삶은 감자 한 접시뿐….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신경숙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둘 다 제목이 같고, 그림과 소설이란 이질적 장르가 상당 지점 닿아 있어서다.
예나 지금이나 농부는 노동자와 함께 대표적인 민(民)으로 분류된다. 화가 고흐의 가슴이 지독하게 머문 자리는 마디 굵은 손을 가진 민이었다. 소설 ‘감자 먹는 사람들’도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지난 생이 어땠는지를 안다지요’ 하며, 슬몃 고흐의 손을 잡는다.
고흐 같은 마음을 이 땅의 역사에서 찾는다면 다산 정약용을 맨 앞에 세울 수 있을 거다. 그가 빚은 민(백성)은 그의 ‘목민심서’에 절절하게 녹아 있다. 이를테면, ‘나(수령)라는 사람은 객(客)이요 저 백성들은 주인’이라고 적을 만큼 그의 민 사랑은 강렬하다.
지방선거, 다산이 살던 시대의 말로는 ‘목민관선거’가 우리 앞에 서 있다. 선거? 그거 참 묘한 존재다. 다스림을 받는 자가 다스리는 자의 주머니에 힘을 넣어주기 위한 선택행위라니…. 지배의 선택,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장치라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별수가 없다. 지배를 당해도 곱게 당해야 할 거 아닌가. ‘물짠’ 사람 뽑아 놓으면 우리 광주가 ‘물짠’ 광주로 갈 수밖에 없으니 하는 말이다.
2018년은 목민관의 바이블이라는 ‘목민심서’가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목(牧)은 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다산의 신념체계를 견지한 ‘선수’라면 ‘이쁜 지배’에 이를 수 있을 거다.
이쁜 광주, 다산의 민이 그 첫 번째 답이다. 익숙한 다스림을 놓아버리고 ‘시장 위에 민이 있다’는 말을 언제나 모자처럼 쓰고 다녀라. 민이 수동적 동사가 아니고 능동적 주어가 되게 하라. 그러려면 민을 대거 시정 속으로 불러와야 한다. 그게 시정이란 논에 민이란 물을 대는 협치다. 메기효과랄까, 민을 통해 관(官)을 제어하는, 혹은 다스리는 소득을 볼 수도 있음이다.
주문은 이어진다. 공평하고 청렴하라, 줄이면 공렴(公廉)이다. 감자먹는 사람들, 그러니까 장애인, 비정규직 등 힘이 없는 사람들을 넓적하게 보듬는 가슴 또한 ‘진정한 공’이라 함에 생각이 부족한 선수라면 호루라기 감이다. ‘염’은 단 두 마디로 족하다. ‘더러운 거래’ 아니 해야 하며, 마이너스통장을 예비한 선수라면 금상첨화다.
채제공은 정조의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실학사상의 태두라 하는 성호 이익을 두고 그는 ‘경제는 위의 것을 덜어 아랫것에 더한다’고 했다. ‘부(富)한 것을 덜어 가난함에 보탠다’는 다산의 것과 다름이 없다. 나눔과 배려의 온기가 아득한 시간에서 밀려오고 있는데, 이걸 못 느낀다면 선수 자격 없다. 복지는 권리라 하지 않았는가.
“선수는 감자 먹는 청년들의 고통을 아는가?” 이 물음 앞에 서면 나라도 쩔쩔맨다. 공무원 아니면 중소기업 쪽만 기웃거릴 뿐, 후련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누구 말마따나 ‘거대한 미봉책’이요 ‘세금 일자리’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광주는 어떤가? 두 지식인의 교시를 바탕으로 삼아 감자 먹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레일을 깔아 놓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완성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더 깊게 땅을 갈아라. 세상천지에 못 오를 나무는 없다.
하나 더 말해둔다. 5·18 광주정신에 흠결이 있는 선수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마침 ‘지방선거 광주정신 시민검증단’이란 것이 생겨났다. “광주시장 후보의 제1 요건은 바로 광주정신”이라며 “5·18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도 검증 항목이 될 것”이란 설명을 듣고 보면 공감이 절로 나온다.
1980년 5·18 기간 중, 또는 직후 광주에 연고가 있는 서울지역 공무원을 광주에 내려보냈다고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어떤 후보가 있어 윗선의 ‘지시’에 따라 광주에 내려왔다면, 그리고 내려와 무슨 일을 했는지, 그런 것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어째야하는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