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盞) 먹새 그려 또 한잔(盞) 먹새 그려 / 곶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새그려”(송강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 中)

옛 선조들이 시 한수를 읊을 때도, 산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순간에도 한잔씩 걸치던 술은 그들 삶의 일부였다. 일제 강점기 선조들의 다채로운 전통주는 사라지고, 현대에 와서 서양의 배부르고 빨리 취하는 술 문화가 성행하면서 전통주의 입지는 좁아졌다. 하지만 ‘정통’에 집중하되, 과학적 접근과 지역사회와의 다양한 소통으로 새로운 전통주의 부흥을 이끄는 선두업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남 장성에 위치한 ‘청산녹수’가 그 주인공이다.

◇장성 폐교에 양조장·체험교육 공간 조성=장성군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청산녹수는 ‘푸른산 맑은 물’을 나타내는 이름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전통술 고유의 맛과 향기를 살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천여평에 이르는 초등학교 폐교(옛 장성북초등학교) 부지를 재건해 조성한 청산녹수는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신규 선정됐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자체의 추천을 받은 양조장을 대상으로 농업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역사성 등의 기준에 적합한 양조장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환경개선, 술 품질관리,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종합적인 컨설팅과 홍보마케팅을 지원하는 것으로, ‘청산녹수’는 이번 선정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청산녹수는 농촌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를 겪는 농촌학교를 양조장과 교육·실습 공간으로 바꿔 복합형 6차산업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새로운 지역 문화관광자원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계획이다. 양조장 부지가 학교였던 만큼 기존 교실은 생산·발효 시설로, 복도는 견학로로 활용하며 향후 방문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설명과 시음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새로운 시설도 만들 예정이다.

또 학교 건물 외에도 부지 내 인근 건물을 실습장으로 활용하고, 수도권 우리술 교육기관과 연계해 1박2일의 체류형 교육 양조장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향후 부지 가까이에서 운영되는 도자기 공방인 ‘창 아트’와 협업해 ‘예술옹기를 활용한 전통발효주 제조’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술을 직접 담가본 후 자신만의 전통주를 가장 적합한 환경에서 보관할 수 있도록 ‘셀러’, ‘키핑’ 기능을 추가한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이고, 건물 앞 넓은 화단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복합형 체험 양조장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다각적인 협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지역 농업인과 계약재배를 통한 발효재료 및 지역농산물의 사용 확대와 인근관광지와 연계한 여행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새로운 ‘전통주 복합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과학적 기술 접목…프리미엄 제품 생산·보급=청산녹수는 이중숙성발효과정과 벌꿀, 과즙 등을 첨가해 성분의 안전성과 맛의 경쟁력을 모두 갖춘 프리미엄 막걸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천혜의 자연에서 생산된 지역 농산물과 스마트 누룩방을 활용하는 한편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과학적 접근과 시도로 소비자에게 오감만족 막걸리를 제공하고 있다.

청산녹수의 대표 시그니처 상품인 ‘사미인주’는 장성산 유기농 햅쌀만을 활용한 고급 웰빙 건강 생막걸리로 항산화 기능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벌꿀’을 첨가한 저온숙성 와인형 막걸리다. 합성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효모가 살아 있는 생탁주로서 이중숙성발효과정을 거쳐 천연 탄산맛이 일품이며 숙취, 두통, 불쾌한 냄새가 없는 고품격 프리미엄 명품주(전남도지사인증품)이다.

특히 발효과학으로 빚어낸 막걸리가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프리미엄 보관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사미인주는 송강 정철이 임금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여인의 마음으로 쓴 ‘사미인곡’에 착안한 막걸리 병 모양과 댕기머리를 연상시키는 패키지로 디자인 고급화에 힘썼다. 향후 발효기술의 보고인 옹기 용기와의 접합점도 찾아 발효 막걸리의 정점을 완성시킬 예정이다.

또 청산녹수가 제조하는 ‘꿀막걸리’는 우리술연구센터의 막걸리 전용효모로 발효제조한 생탁주로 미생물 제어기술(특허기술)에 의한 유통기한을 30일로 증대시킨 과학이 접목된 막걸리로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청산녹수는 ‘전통주’에 대한 선조의 지혜를 본받아 끊임없는 과학적 기술과 시도를 통해 기능성과 기호성, 정통성을 두루 갖춘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주 생산·보급에 주력할 계획이다./글=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